11번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춘천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오늘은 분당검푸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함께 분당구청에 5시 30분에 춘천으로 출발하기로 약속을 정했다. 어제 집에서 휴식을 취했더니 밤에 4시간밖에 자지 않았어도 피로감은 별로 없다. 집에서 나오니 생각보다는 많이 춥다. 오늘 서울의 날씨가 영상 3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는데 상당히 쌀쌀한 날씨다. 춘천에 도착하니 날씨가 서울보다 훨씬 더 쌀쌀하다. 출발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출발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날씨가 추워서 옷 갈아 입을 생각은 하지 않고 대회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기웃거려 본다. 함께 온 검푸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출발하기 전에 단체사진이라도 한장 찍었어야 했는데 제대로 찍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던 선배님이 너무 작품위주로 사진을 찍고 또 사진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올려 주어도 아무말 하지 않는데... 준비에 앞서 공지천에 있는 출발지점까지 한번 가 보고 물품보관소쪽으로 이동했다.
물품 보관소에 도착하니 날씨는 추워도 대회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와 마찬가지로 참가자 대분분이 옷도 갈아 입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물품보관소에 한번에 몰려서 혼잡스러울 것 같다. 최근 들어서 대횟날이 추운 것은 오랫만인 것 같다. 기록을 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날씨이고, 나처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많이 추운 날이다. 그래도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온 사람들인지라 기분이 좋고, 대회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주최측에서는 이 대회에 10번 참석한 참가자를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가 작년까지 10번 참가해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작년에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참가자들의 사진을 대회장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스크린에서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조선일보 대회도 오늘이 11번째 참가하게 되었다. 같은 대회를 11번이나 뛰게 되었으니 참 오래되었다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냥 스쳐지나 가듯이 지나쳤겠지만 대형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니 기분이 좋다.
대회 메인포스트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너는 늦출수가 없어 대회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문희형이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어서 함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형이 생각보다 늦게 도착해서 먼저 준비를 마쳤다. 추위에 대비해서 집에서 준비해간 세탁소 비닐을 입었음에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보온이 되지 않는 듯하다. 차라리 겉옷을 하나 더 입고 와서 뛰다가 버리면 될 것을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문희형은 저체온증을 대비해서 옷을 여러겹 껴입고 있었다. 형수와 함께 E그둡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나는 C그룹으로 이동해서 달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그래도 사람들의 체온으로 인해 추위가 한결 덜 느껴진다. 일부러 바깥쪽에 있지 않고 사람들의 가운데로 향했다. 나도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생각보다 추위가 많이 느껴진다. A,B그룹이 동시에 출발하고 조금 있다가 C그룹이 출발했다. 조금 더 시차를 두고 출발시켰으면 좋으련만 너무 빨리 출발시킨 것 같은데, 날씨가 추워서 후미주자를 추위에 기다리게 하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주로가 막히더라도 조금 빨리 출발시킨 것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오늘은 출발부터 몸이 굉장히 무겁다는 느낌.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볼일까지 보고 와서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 기록 욕심을 버렸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4시간 안에는 들어와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과 몸이 따라 준다면 3시간 30분 근처 기록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현실은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거의 하지도 않았으면서... 하지만 127번째 뛰는 구력과 산행으로 다져진 근력이 최소한의 욕심은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뛰기로 한다. 하지만 조금 빨리 달리려고 해도 발이 나가지 않고 조금 빨리 뛰다고 해도 km당 5분의 속도이니 오늘 좋은 기록은 달성하기 틀렸다는 생각이다. 그냥 걷지 않도 끝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오늘도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풀코스 한번씩 더 완주하는 것이 왜 이리 힘이든지 모르겠다. 어떻게 126번이나 완주를 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오늘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였다는 생각이다, 바꾸어 말하면 운동부족으로 인해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결과인데.. 막판 2km는 지루한 직선 주로여서 더 힘이 들었는데, 정신적으로 이겨내고 결승점 통과했다. 결승점 통과시간은 3시간 47분 19초이다. 예상치와 기대치의 중간 기록이 나왔다.
하프를 지나면서 구름속에 가려 있는 해가 비추기 시작했었는데 결승점에서도 해가 나와 있고 날씨가 많이 풀려서 바로 옷을 갈아 입지 않아도 되었다. 햇빛 아래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문희형님을 기다리는데 오래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있었다. 나처럼 운동 연습이 부족했던 것 같다. 오늘 대회에 참가한 몇 몇 지인들은 기록을 물어 보니 생각보다는 괜찮은 기록이 나왔다. 결국 내가 춥다는 핑계로 힘들게 달리 것은 운동을 하지 않는 내 문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니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나도 여건이 되면 회원들이 모이는 텐트에 가기 전에 얼른 가서 목욕탕을 다녀 오고싶었지만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그냥 샤워도 하지 못하고 회원들이 모이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나보다 늦게 들어왔던 모씨는 자기가 해야 할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더니 목욕까지 마치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참 뻔뻔하다고 해야 하는지, 현명하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샤워도 하지 못하고 집까지 갔던 내가 미련한 것은 틀림 없는데...
대회장에서 나와 공지천 조각공원에 설치해 놓은 검푸마라톤클럽의 텐트로 이동해서 식사에 앞서 간단하게 먹거리를 먹었다. 대회 후미 주자가 들어와야 식당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그 때까지 앞서 들어온 사람들이 기다리기에는 허기가 질 수 있어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놓았다. 이 장소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 몇몇 회원이 이틀전에 와서 텐트를 설치해 놓아서 사용할 수 있었다. 회원들이 준비해 놓은 두부와 돼지고기를 먹었더니 실제 식당에서는 그다지 음식생각이 들지 않았다. 후미주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 대회에 참석한 분당검푸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식사를 했다. 오늘 달리기를 하면서 느꼈던 소감도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기록을 달성한 회원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통상 춘천에 오면 닭갈비를 많이 먹는데 오늘은 닭갈비를 먹지 않고 불고기를 시켜 먹었다. 음식의 종류와 식당을 변경했음에도 맛과 질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먹성도 좋고 술도 좋아해서 이렇게 많이 모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술과 음식을 먹는다. 더구나 춘천마라톤대회처럼 지방에서 열리고 메이져 대회를 마치고 나면 기분이 업되는 모양이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많이 막혔다.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는데 분당 구청에 도착하니 밤 9시가 조금 넘었다. 4시간 가까이 걸렸으니 도로가 엄청 밀린 것이다. 춘천마라톤 대회 참가자도 많고, 아직 단풍이 끝난 것이 아니어서 단풍구경을 갔다오는 관광객도 많았기 때문인 듯하다. 분당구청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서 밤 9시가 넘어서 도착했으니 달리기 하느라 하루를 꼬박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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