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춘천마라톤 (2014.10.26)

남녘하늘 2017. 2. 10. 00:16

 

 이번 춘천마라톤 대회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다. 내게는 이번 춘천마라톤 대회가 12번째 참가하는 대회이지만, 미국으로 이민갔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한 권이주님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권이주님이 모처첨 모국에 와서 메이져 대회에 꼭 한번 뛰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는 날이어서 내가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권이주님은 한국을 떠난지가 30년 가까이 되었고, 대회가 열리는 춘천까지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경을 쓰기로 했다. 한국에 와서 머물러 있는 집으로 가서 픽업해 춘천으로 이동하고, 또 함께 달리고 저녁에는 집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권이주님이 오지 않았다면 굳이 춘천까지 차를 가지고 가지 않고 그냥 회사 동료들과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왔을 것이다. 회사 동료뿐만 아니라 지역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와도 되는데 오늘은 봉사차원에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마라톤 대회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아침에 수원에서 서울로 이동해서 권이주님을 만나 춘천까지 가야 하기에 새벽부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춘천에 도착해서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온라인 달리기 모임인 런너스클럽 회원들과 그동안 소식을 주고 받고 있어서 달리기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회원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가서 인사를 나눴다. 나 역시 런너스클럽 회원이기도 해서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역시 이번 춘천마라톤 대회는 메이져 대회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준비가 잘 되었다는 느낌이다. 대회 운영상 조금 개선해야 할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여타 대회에 비해서는 월등히 준비가 많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가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그래도 잘 되고 있다. 런너스클럽 회원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나서 물품보관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권이주님은 한인 뉴욕마라톤클럽 회장을 역임하셔서 그냥 권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로서는 편안하다.   

 

 

 

 

 


물품을 보관시키고 나서 드디어 대회 출발장소로 이동했다. 참가하는 사람에 비해서 출발장소가 다소 협소한 느낌이지만 한번의 대회를 위해서 다른 준비를 할 수 없기에 이해하고 넘어간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출발을 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 출발하는 시간은 구름과 안개가 낮게 깔려 있지만 오늘 일기예보는 날이 좋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달리기를 하게 되면 후반부에는 다소 더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짜피 권이주님과 함께 달리기에 기록 욕심이 없기 때문에 날씨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라톤 인구가 줄었다고 하지만 출발점에서 보면 아직도 달리는 사람이 많다.     

 

 




 오늘은 기록은 욕심을 내지 않고 권이주회장님과 함께 달리면서 회장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할 생각이다. 회장님도 한국에 모처럼 와서 바쁜 일정으로 여러 행사에 참석하느라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피곤이 풀리지 않았기에 무리해서 달릴 이유가 없었다. 나도 이제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줄였기 때문에 굳이 조금 빨리 들어오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주후면 나도 뉴욕에 가서 권회장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그냥 혼자서 달리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역시 춘천마라톤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장이다. 출발하기 앞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분위기를 즐겼다. 나도 이번 대회에서 기록 욕심이 없어서 카메라를 들고 뛸 예정이어서 출발하기 앞서 나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지만, 나 이외에도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이 많다. 여러가지 이유도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달림이들이 멀리 춘천까지 와서 여러가지 봉사를 해 주고 있다.  드디어 출발이다.     


 


 오늘도 대회장을 출발해서 5km를 통과할 때까지는 춘천의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안개가 많이 끼어 있어서 기온이 올라가지 않아서 달리기를 하기에는 좋았다. 다른 대회에 비해서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출발시간이 다소 늦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개로 인해 출발할 때까지는 덥지 않아서 좋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안개가 걷히고, 또 하늘에 있는 구름이 걷히면서 더운 날씨가 시작된다. 초반에 언덕이 많은데 함께 달리는 권이주 회장님이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은지 이야기했던 예상시간보다 빨리 나가신다. 초반에 빨리 가면 후반에 힘들어지는데...   

 

 



 대회 출발시간 1시간이 지나자 구름까지 걷히고 따가운 가을햇볕이 내리 쬐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달리기를 하기에는 힘든 날씨가 되었다. 출발시간이 10시여서 20km 지점을 넘어설 무렵에는 한참 더운 시간대에 진입했다. 25km를 지나면서 서상리 3층탑을 지나고 춘천땜까지는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나도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함께 달리는 권회장님도 더위를 많이 타시는 것 같다. 물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많이지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  


 




 30km를 지나면서 권회장님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처럼 고국에 와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면서 잘 뛰고 싶은 욕심이 조금 앞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날씨가 더웠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배도 아프다고 하고, 다리에 경련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절대로 해 줄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기에  잘못하면 완주를 하지 못할까하는 걱정까지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면서 달리더니 몸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달린 경륜은 무시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4시간 21분 17초의 기록으로 드디어 결승점을 밟았다.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12번의 기록중에 가장 늦게 달린 기록이지만, 함께 달린 권이주님과 함께 많은 추억을 남긴 대회로 기록된다. 내가 대회에 참석해서 대회 도중에 컨디션의 난조가 왔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은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권회장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 회장님도 한국에 잠시 나와서 처음 참가한 마라톤대회에 중도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많을 것 같다. 힘들게 달렸으니 완주후에 기쁨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회장님도 모국에 와서 처음 뛰는 달리기였기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하신다. 끝까지 내가 함께 있어 주어서 힘이 되었고, 그 때문에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페이스 메이커를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바로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회장님과 함께 런너스클럽 회원들과 저녁식사까지 함께 했다. 한국을 방문해서 모처럼 춘천마라톤 대회까지 참가한 회장님을 모시고 달리기도 함께 하고, 춘천을 오고 가는 차편까지 제공하는 등 하루동안 봉사를 했지만 회장님이 모국에서 뿌듯함을 느끼신 것 같아서 덩달아 기쁘다. 오늘 회장님과 헤어지면 2주 있다가 뉴욕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