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45분 집에서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이동한다. 동아마라톤 대회는 올해로 15번째 연속 대회 참가하는 대회로 같은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하는 대회다. 집으로 물품을 배송 받지 못해 아침에 대회장에서 현장 수령을 했다. 미리 연락을 취해 놓았던 이명규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국세청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나도 바로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 날씨는 서늘하기는 하지만 추운 날씨는 아니어서 준비한 옷 중에서 긴 타이즈와 반팔셔스에 나시티를 입기로 했다. 국세청에 가서 명규씨와 명규씨 후배를 만나 달리기를 할 준비를 마치고 나와 물품을 맡기고 출발선으로 이동한다. 오늘은 외국인 참가자가 많아 보이는데, 특히 중국인 단체 참가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생각이다. 동아마라톤이 내국인에게는 외면받고, 외국인에게는 참가하고 싶은 대회가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날씨가가 덜 추워서 달리기 연습을 한 사람들은 기록이 아주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출발할 때 날씨가 영상 2도 정도이니 약간 쌀쌀하기는 하지만 조금 달리면 땀이 날 날씨다. 명규씨는 3시간 30분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후배들과 함께 뛰면 한시간 정도 늦어질 것 같다고 하면서 나랑 같이 뛰겠다고 한다. 내가 워낙 연습을 하지 않아서 10km만 함께 뛰고 먼저 가는 것으로 하고 함께 뛰지고 했다. 국내 대회에서 디카를 들고 뛰지 않는데 오늘도 기록에 욕심이 없으니 디카를 들고 뛰기로 했다.
B그룹에서 출발, 8시 11분경에 출발했다. 동아일보가 이번에 참가비를 5만원으로 올렸는데 옷의 질은 좋아진 듯한데 기념품 셔스에 동아마라톤이라는 표시 자체가 없어 기념이 되는 옷이 아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동아마라톤 로고가 새겨진 그런 기념품을 원할텐데 참 답답하다. 아직도 동아일보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첫 5km까지는 km당 5분 30초의 속도로 달려 주었다. 어짜피 주로에 사람이 많아서 더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어 물흐르듯이 그냥 따라서 나갔다. 지난 겨울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은 것 치고는 생각보다는 몸 상태가 괜찮다. 지난 뉴욕마라톤대회 이후 4개월 반동안 10km 이상 장거리 훈련을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풀코스를 제대로 뛸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4-5km 연습은 꾸준히 해 주었기에 구력을 믿고 달리기로 했다. 마라톤에 대한 모독이 아닌지 모르겠다.
5km를 지나면서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속도를 매km당 5분의 속도로 뛰어 보기로 했다. 속도를 조금 올리니 약간 힘들어지는 듯한 느낌인데 함께 달리는 명규씨를 생각해서 5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내심 하프까지만 함께가고 많이 힘들어지면 조금 처져서 가겠다고 생각했다. 중간 중간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이 나오면 명규씨 사진을 몇 장 찍어주면서 진행을 했다.
하프지점까지는 계속해서 km당 5분이 조금 안되는 속도를 유지한 것 같다. B그룹 사람들의 평균 달리기가 3시 30분 언저리이기 때문에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대오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듯하다. 연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 될 수 있을지 엄청 신경을 쓰면서 달렸다. 하프가 지나면 명규씨 먼저 가라고 해도 자기도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절대로 먼저 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냥 함게 가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가다가 다리에 쥐만 나지 않으면 끝까지 한번 가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27km 지점에서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의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서 꿀물과 파워젤을 얻어서 명규씨와 함께 나눠 먹었다. 이후 아는 사람들이 주로에 많이 나와서 여러가지 음료와 먹거리를 얻어 먹었다. 나도 한번쯤 동아대회나 조선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해 봐야 하는데 맨날 달리기를 하니 그럴 기회가 없다. 앞으로 5번만 더 참가하면 동아마라톤 20회 완주가 되니 그때는 자원봉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33km를 지나면서 지난 겨울 운동부족으로 인해 뛰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었는데, 명규씨가 화장실을 다녀 와야겠다고 한다. 내가 천천히 가고 있을 터이니 뒤따라 오라고 말해 놓고 먼저 출발했다.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같은 속도로 달리기에는 너무나 힘이 들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정말로 다행이다. 명규씨한테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최소 몇백m라도 간격을 벌려 놓으면 따라 오는데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여유 있게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실대교 근처에 오니 급수대에 건포도를 준비해 놓아서 한주먹 챙겨서 먹으면서 달렸다. 당분이 많아 달리는데 에너지도 공급할 것이고 적당히 포만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는 생각이다. 명규씨가 뒤로 쳐저 있으니 어느정도 내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편안했다. 중간에 사람들에게 사진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도 해 가면서 여유를 부렸다. 그만큼 구간 속도는 많이 늦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달려도 최소한 막판에 쥐만 나지 않는다면 4시간 안에는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명규씨가 화장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지 5km를 뛰어가도 오질 않는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지나쳐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39km 지점 근처에서 명규씨가 나를 추월해 간다. 뒤에서 나를 보지 못한 모양이다. 내가 불러서 다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내 속도는 많이 줄었고, 다시 속도를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냥 진행하던 속도로 달리기로 했다.
40km 표시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더 찍고 여유를 부렸다. 천천히 걷고 있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중국인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사람들이 엄청 참가를 많이 했고, 일본사람들과 홍콩, 대만 사람들도 많이 참가해서 국제대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국인 참가의 부진을 외국인이 많이 보완해 준 것 같다.
잠실종합운동장 남문으로 들어가던 코스를 조금 변경해서 이번에는 동문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해 놓았다. 동문으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입장이나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이런 조그만 개선을 해 나가는 것이 대회관계자의 할일이라고 본다. 결승점 통과시간은 3시간 53분 44초. 지난 겨울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예상했던 것에 비해서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함께 뛴 명규씨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이다. 달리고 나서 크게 아프거나 부상을 당한 것도 없는 것 같고... 하여간 행복하다.
함께 달린 명규씨가 후배와 함께 국회에 가서 목욕하고 점심을 먹는다고 해서 식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운동장에서 헤어졌다. 달리기를 마치고 행사를 하는 클럽이 많이 있었는데 100회마라톤클럽이나 서울마라톤클럽은 신천역쪽으로 이동해야 해서 그냥 검푸마라톤클럽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오랫만에 검푸마라톤클럽에 갔더니 반갑게 맞이해 주는데, 내 마음이 떠난 클럽이나 회원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나의 생각과 생활 > 마라톤대회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국제평화마라톤대회 (2015.10.3) (0) | 2017.09.04 |
---|---|
인천공항마라톤 (2015. 5.16) (0) | 2017.04.16 |
중앙마라톤 (2014.11.9) (0) | 2017.02.11 |
춘천마라톤 (2014.10.26) (0) | 2017.02.10 |
서울달리기 대회 (2014.10.12) (0) | 2016.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