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숙부님께서 케이한(京阪)전철 시치조(七条)역까지 배웅을 나와 주셨다. 교토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늘 오사카로 넘어가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 밤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다. 교토에서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교토에 와서 달리기를 하느라 주변 관광 명소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간다고 느껴져, 머지 않은 시간내에 다시 한번 관광을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았고 좋은 느낌을 받은 교토 여행이었다.
이번에도 교토에 올 때처럼 특급열차를 탔더니 오사카까지 얼마 걸리지 않아서 도착하게 된다. 우리 지하철과 철도도 급행열차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시외로 가는 구간은 연구를 조금 더 해서 급행열차 제도를 확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것들이 관광 인프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오전 시간대여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는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편하게 오사카에 도착했다.
오사카에 도착해서 난바(難波)역으로 이동해서 우선 코인 락커에 짐을 맡겨 놓았다. 난바역에서 공항까지 공항철도만 이용하면 되기에 무거운 짐을 들고 시내를 돌아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사카 호텔에서 묵었다면 호텔에 맡겨 놓았겠지만... 여행 캐리어를 넣을 코인 락커가 없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캐리어를 넣을 락커가 많이 생겨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여유가 있어서 멀리는 가지 못하고 난바역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짐을 맡기고 처음 간 곳은 오사카 서민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구로몬이치바(黑門市場)다. 19세기초 에도(江戶)시대에 오사카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판매하면서 형성된 시장이라는데, 예전 시장이 있던 자리에 신사가 있었고 신사의 문이 검은 문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하철 닛폰바시(日本橋)역에서 가깝고 시장 입구가 여러 곳이어서 접근이 편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재래시장으로, 다양한 식료품들을 팔고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고 들었다. 동서남북의 십자 형태로 상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총연장 500m의 길을 사이에 180여개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재래시장 분위기인데 단체 관광객이라도 왔나 싶을 정도로 북적이는 인파에 놀랐다. 구로몬시장도 재래시장인지라 한때 대형 양판점과 백화점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는데, 시장 현대화 작업을 통해 옛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환기와 조명을 갖춘 현대식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바닥에는 대리석을 깔면서 4m 정도의 도로를 확보했다고 한다. 자전거가 보편적인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일본에서 넓어진 시장 통로는 자전거 쇼핑을 가능하게 만들어 할인점이나 백화점보다 오히려 뛰어난 접근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상인과 오사카 행정당국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이런 멋진 시장으로 살아남은 모양이다.
다양한 종류의 상점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파는 다양한 과자를 모아놓은 과자 전문점 요시야 (よしや )를 방문했다. 구로몬시장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았던 곳이다. 미리 정보를 가지고 방문한 구로몬시장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 보았더니 다양한 과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저렴했다. 그렇다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달리기를 할 때 먹는 소금사탕도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소금사탕을 비롯해서 여러가지를 쇼핑했다.
과일가게에 들렀더니 딸기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던 딸기와는 색상이 많이 달라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색상이 연해서 식감이 떨어져 보이는데 한팩에 3천엔이나 하니 딸기 한개가 우리돈 2천원이나 된다. 제철이 아니지만 엄청 비싼 가격이다. 이름이 아와유키(淡雪:あわゆき)로 얇게 깔린 눈이라는 뜻인데 딸기의 겉표면이 얇게 깔린 눈처럼 보인다고 붙인 이름인 듯하다. 딸기를 제외하고는 과일값이 우리나라보다 비싼 것은 없는 듯하다. 과일 뿐만 아니라 야채가격도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구로몬 시장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제 가격에 팔겠다는 전략. 재래시장이면서도 정찰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점포마다 모든 상품을 깨끗하게 소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처럼 가격흥정을 하면서 사지 않았는데, 가격자체가 적정하다면 굳이 흥정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정찰제가 고객에서 신뢰를 얻은 것 같았다. 이곳의 상점들은 우리같은 관광객 말고도 현지 단골고객이 많아서 늘 붐빈다고 한다.
구로몬 시장은 오사카의 주방이라고 불리는데 식료품매장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반찬도 팔고 있어 신기한 마음에 구경하고 생선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지 않는 생선이 있어 재미있게 구경한다. 식품 뿐만이 아니라, 과일, 간식, 길거리 음식 등 지나다보면 맛있는 냄새에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시간이 아직은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이어서 주로 중국사람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았다. 점심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었다.
해산물을 많이 팔고 있는데 한쪽에서 성게알 우니(雲丹)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가격은 제법 비싼 편이다. 이렇게 성게를 전시해 놓고 주문하면 즉석에서 손질해 준다. 싼 것이 성게 한마리에 1천엔이고 비싼 것은 하나에 3천8백엔을 받으니 무려 4만원이 넘는다. 집사람 놔두고 혼자서 먹지 못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사먹는 사람이 제법 많다. 성게알은 먹지 못하고 옆집에서 팔고 있는 꼴뜨기 같은 것을 사먹었다.
구로몬시장만 오래 있을 수 없어 다시 도톤보리(道頓堀) 방면으로 이동한다. 첫날 아침에 와서 구경하면서 돌아다녔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볼 수가 없었기에 다시 시간을 내어서 온 것이다. 걸어서 도돈보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사카 미나미지역의 입구인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千日前商店街)에 도착했다. 이곳에 있는 비쿠 카메라라는 건물이 꽤 유명하다. 긴 상점거리를 지나치면서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千日前商店街)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도톤보리(道頓堀)에 도착했다. 첫날 왔을 때와 마찬가지도 여행객들로 붐비고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로 가득하다. 불에 구운 소고기인 야끼니꾸(焼き肉)는를 파는 쇼와 타이슈 호르몬(昭和 大衆 ホルモン) 상점은 간판이 특이해서 갈때마다 눈에 띈다. 도톤보리에 있는 상점은 하나같이 간판이나 상점의 조형물을 독특하게 만들어 놓아서 쳐다보면서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겁다.
사진 뒤로 보이는 노란색 기구가 있는 곳이 도톤보리(道頓堀)에 있는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라는 쇼핑몰이다. 다양한 상품과 함께 가격이 저렴해서 한국 여행자에게는 꽤나 알려진 장소다. 구로몬시장에서 팔지 않는 제품중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이 많아서 끝으로 집사람을 위해서 찾았다.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쇼핑을 하기보다는 떠 밀려 다니는 기분이었고, 계산할 때도 한참 걸렸다. 그래도 원하는 물품을 구입한 집사람은 돈키호테에서의 쇼핑을 무척 즐거워했다.
다시 난바(難波)역으로 돌아와서 공항으로 이동한다. 특급 라피도 열차를 미리 예매해 놓았는데, 라피도 열차는 넓고 쾌적하고 지정석으로 운영되어서 편하게 공항까지 이동한다. 기차 내부가 굉장히 고급진 느낌으로 50분도 안되서 간사이 공항까지 도착했다. 승객도 생각보다는 적어서 더 편안한 상황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를 타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확실한 느낌이 든다. 이번 여행도 준비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짧게만 느껴진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넓지만 한국어로 된 아내도가 잘되어 있어서 출국수속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1터미널이 아닌 2터미널을 이용해야 해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왔더니 너무 빨리 도착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간사이공항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으니 따로 할일이 별로 없다. 짐들고 돌아다니기 싫어서 그냥 2터미널로 이동한다.
서울에서 일본으로 올 때 연착으로 인해 엄청 고생하게 만들었던 피치항공을 타고 되돌아간다. 지난 고베마라톤 대회때 처음 이용하고 두번째 이용인데 시간만 제대로 지켜 주었다면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가격대비 만족은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간사이 공항에는 피치항공의 전용터미널이 따로 있어서 1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2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한번 이용해 보았다고 이번에는 거침없이 처리할 수가 았다. 피치항공 전용터미널의 면세품점도 너무나 작아서 상품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피치항공을 이용하는 사람은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도 피치항공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절대로 저녁 마지막 비행기는 권하지 않을 것이고 타지도 않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편은 연착되지 않아서 예정된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갈때는 숙부님께 선물을 가져가느라 추가 화물을 가져 갈 수 있도록 예약해 놓았는데, 올때는 예약하지 않았다가 구입한 물건이 많아서 공항에서 추가로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결재를 했다. 미리 예약한 것보다는 수수료가 비싸다. 추가되는 것에 모든 서비스가 모두 비용으로 추가되니 다음에는 꼼꼼히 따져보고 이용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단체여행을 갈 때에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보딩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비행기까지 이동하고 계단을 통해 비행기에 오른다. 저가항공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집사람과 함께한 해외 마라톤 여행은 모처럼만이다. 나는 내가 좋아서 마라톤대회에 참석하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혼자 남겨두고 뛰러 가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숙부와 고모님이 내가 달리는 동안 시내 구경을 하면서 함께 있어 주는 바람에 부담없이 달릴 수 있어서 더욱 알찬 여행이 되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이었지만, 숙부집에서 있느라 평소의 나의 자유여행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많이 돌아다니면서 관광을 하는 것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덜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척들과 함께 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은 더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폐만 끼치고 돌아온 것 같아서 부담이 많다. 다음에 숙부님이나 동생들이 한국으로 놀러 나오면 내가 그만큼 접대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마라톤 여행으로 다시 활력을 얻어 열심히 생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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