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고려산(436m)은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4월 중순이 지나면 정상을 비롯한 능선과 골짜기에 연분홍 꽃바다를 이루는 진달래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4년전 진달래를 보러 왔다가 철이 일러 꽃구경을 하지 못하고 간 추억이 있어서 오늘은 꽃이 피었다는 뉴스를 확인하고 가족과 함께 왔다. 진달래 군락은 고려산 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355봉까지 약 1㎞에 걸쳐 펼쳐진다.
고려산 진달래축제 안내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고려산을 올라가는 코스는 다섯개인데 대부분이 사람들이 찾는 주차장이 넓은 백련사를 거치는 1코스를 이용하지만 나는 최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고비고개에서 올라가는 4코스를 택했다. 고비고개에서 진달래 군락지까지 2.4km정도 떨어져 있고 산을 오르는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등산로 경사가 급하며 고비고개 주변 도로변에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여 주차의 어려움이 많다고 되어 있는데, 새벽같이 집에서 출발했기에 주차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가족과 함께 진달래 구경을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고비고개 코스는 거리가 짧은 대신에 조금 경사진 산을 올라야 하는 부담은 있었는데, 급경사 지역도 있어서 땀도 제법 흘렸다. 올라가는 중간중간에도 예쁘게 핀 진달래 꽃무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정상에 가면 훨씬 더 넓고, 많은 진달래 군락지를 만날 수 있으니 가급적 지나쳤다. 1시간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1시간이 훨씬 더 걸린 것을 보면 우리의 산행이 조금 여유있었던 모양이다. 꽃을 보러 오는 산행이어서 여유롭게 올랐다. 산을 많이 오르지 않은 집사람도 생각보다는 잘 올라서 다행이다.
고려산의 옛 명칭은 오련산(五蓮山)이다. 고구려때 천축조사가 이 산에 올라 다섯 색상의 연꽃이 피어 있는'오련지(五蓮池)를 발견했는데 이 연꽃들을 하늘에 날려 이들이 떨어진 곳에 적련사와 백련사, 청련사, 황련사, 흑련사 등 다섯 개 사찰을 각각 세웠다고 하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경사진 산길을 올라 포장도로와 합류하고 나니, 진달래가 활짝 피었을 때의 모습을 찍어 놓은 대형 사진이 있었다. 정말로 온 산이 붉은 빛이다. 몇 년전에 진달래는 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진달래 사진만 보고 간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진달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려산에서 등산객들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진달래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정상 부근에도 테크를 만들어서 관리를 잘해 놓고 있었다. 산과 나무를 보호하려은 지자체의 노력이 빛나 보인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전망대에서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과 북한산, 영종대교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63빌딩, 강건너 북한 마을과 개성의 송악산까지 관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맑은 날씨가 아니어서 그다지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는 상태다. 군부대가 정상이지만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긴다.
고려산 정상 부근의 능선까지 오르고 나면 군락지까지는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되어 그리 힘들지는 않다. 오르 내리막이 있지만 꽃에 취해서 힘든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의 명품 코스는 전망대를 뒤로 하고 바로 밑으로 내려 오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군락지로 걸어가는 데크길 양옆으로 진달래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데, 물감을 쏟아놓은 듯 사방이 진분홍빛으로 채색된 풍경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고려산의 진달래 군락지는 고려산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20여만평의 지역이 모두 진달래 군락지라고 한다. 멀리서 보던 것보다 진달래 군락지 안으로 들어오니 진달래꽃의 화사함이 더 실감난다. 군락지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있음에도 기어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부터 이달말까지 진달래 축제가 시작되는데 혼자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에 그런 모양이지만, 나중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전망데크에서 아랫쪽으로 내려 갈 수 있는 길이 나 있고 길을 따라서 로프를 설치해서 진달래 군락지는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어디까지 길이 만들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짜피 이쪽으로 내려갈 수가 없어 조금만 내려가 보았다. 데크와는 달리 진달래를 바로 만져볼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도 사진을 찍으로 넘나드는 사람이 있다. 다 큰 어른들한테 훈계할 수도 없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래로 내려와 윗쪽을 살짝 올려다 보니 화려함이 더한 듯하다. 아직 진달래도 활짝 핀 상태가 아니어서 몇일 지나면 더 진홍색을 물들 듯하다.
오늘 너무 예쁜 진달래꽃을 많이 보아서 당분간 진달래는 더 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진달래 군락지에서 다시 하산하기 위해 되돌아 나오니 진달래 군락지를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다. 우리 가족이 워낙 일찍 집에서 출발했던지라 남들이 산에 오기 전에 도착해서 그나마 편안하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지나면 진달래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고려산의 진달래를 아주 즐겼다.
진달래 구경을 마치고 되돌아 오는 길은 올라 올 때에 비해서 많이 수월한 느낌이다. 우리가 내려오는 시간에도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모두 힘든지 정상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올라가는 사람 힘빠질까봐 계속해서 거의 다 왔다고 이야기해주면서 내려왔다. 나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으로 봐서 고려산에 오르때는 고비고개 코스는 별로인 듯하다. 산행시간은 짧은 대신에 가파른 등산코스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힘들게 올라 갔어도 활짝핀 진달래가 가득한 고려산 멋진 풍경은 눈에 가득 담고 왔기에 오늘 산행은 대만족이라고 한다.
고려산 산행과 진달래 구경을 하고 내려와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주변에 있는 고천리 고인돌을 둘러 보기로 했다. 강화도에 와서 고인돌 박물관을 비롯해서 여러 고인돌 지역을 둘러 보았지만 고천리 고인돌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주변에 고천리 고인돌이 있다고 해서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찾아 나섰다. 고인돌(dolmen)이라고도 부르는 지석묘는 한반도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으로 4면을 판석으로 막고 그 위에 상석을 올린 탁자식고인돌, 지하에 묘실을 파고 상석을 올려놓은 바둑판식이 있다. 탁자식은 주로 북방지역에서 많이 분포하여 북방식, 바둑판식은 남쪽지역에서 많이 분포하여 남방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천리 고인돌 무덤은 차에서 내려 산으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
강화 고천리 고인돌군은 고려산 정상 서쪽 능선 아래 해발 350m 지점에 분포하고 있는 청동기시대 무덤인 지석묘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약 18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는데, 강화지역에 남아 있는 다른 고인돌과 바찬가지로 4면을 판석으로 막고 그 위에 상석을 올린 북방식고인돌의 형태다. 별로 걷지 않을줄 알고 따라 나왔던 가족들이 진달래 구경을 하러 산행을 하고 내려 왔는데 다시 산으로 끊임없이 오르니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나도 이렇게 높은 곳에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해발 350m까지 올라오니 고천리 일원 3군데에 18기의 고인돌 무덤이 나뉘어 군집해 있었다. 우리나라 고인돌 분포 평균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의 북방식 고인돌 무덤 1기는 완벽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나머지 고인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적인 붕괴가 이루어져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너무 작고 볼품도 없어서 괜히 힘들여 올라 왔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올라와보지 않고 뭐라 말하는 것보다, 올라와서 보니 별것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더 낳다고 생각하기에 보람있는 방문이었다. 오늘 진달래 구경도 잘하고 고인돌 구경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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