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대항에서 603번 지방도를 되돌아 내려오면 원북을 거쳐 신두리 사구로 연결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닷가 모래 언덕으로 태안 8경 중 하나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신두리 해안사구 근처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두웅습지가 있어 두 곳 모두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건너뛰기로 했다. 대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안에 있는 국보인 마애삼존불을 찾았다. 태안읍 백화산 기슭에 있는 마애삼존불은 자연암벽에 새겨진 백제시대 대표 불상이다. 서산 운산에도 백제의 미소라고 일컷는 마애삼존불상이 있지만, 이곳 태안에도 마애삼존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태안 마애 삼존불상에 가려면 태을암을 지나야 한다. 태안 8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백화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태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의 말사이다. 창건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사찰의 이름은 단군영정을 안전시켰던 태일전(太一殿)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중앙에 대웅전이 있는데 대웅전에서 우측 방향으로 올라가면 바로 태안 마애삼존불이 있다. 백제시대에 지어졌을 절인에 최근에 다시 복원이 된듯 오래된 사찰의 느낌이 들지 않는 사찰이다.
마애삼존불로 올가가는 길목에 있는 큰 바위 벽면에는 태을동천(太乙同天)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앞에 일소계(一笑溪)라 씌어진 바위가 있다. 이 글은 19세기 후반 김규황이라는 사람과 그 후손들이 쓴 글씨라고 한다. 태을동천은 도교사상에 나오는 단어로서 하눌님이나 옥황상제의 뜻을 가진 태을이란 단어와, 소통과 통한다라는 의미를 동천을 합친 것으로 백화산 자락의 태을동천이란 곳이 하늘과 통하는 자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불교적인 의미보다는 도교적인 의미가 아닐까 한다.
바위를 조금 지나 올라가면 마애삼존불이 안치되어 있는 보호각이 나온다. 6세기 후반에 제작된 태안 마애삼존불은 서산에 있는 마애삼존불에 선행하는 조형양식을 지닌 백제 최고(最古)의 마애불상이다. 그리고 두 불상 모두 백제 시대의 불상이지만 태안의 마애삼존불이 더 오래되었다. 보호각 뒤로는 백화산으로 오르는 포장도로가 있는데 하산길에 보니 마애불의 뒷부분은 바위가 건물 밖으로 많이 나와 있다. 어떻게 도로가 마애불상 바로 뒷쪽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로를 조금 멀리 돌려 놓으면 안되는지 모르겠다.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식이 너무나 부족한 현장이라고 생각된다. 보호각에 들어가니 정면엔 기둥이 둘씩이나 있어서 좋은 사진을 담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훼손이 너무 심하여 보호각을 두었으나 무척 답답한 느낌이다. 부채꼴 바위 면에 사각형 감실을 마련하여 중앙에 보살상을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해 놓았다. 중앙에 본존불을 배치하고 좌우에 보살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삼존배치와 달리 배치한 특이한 구조라고 한다.불상의 크기는 중앙보살이 181cm로 가장 작고 보살상의 왼쪽불은 255cm, 오른쪽불은 240cm다. 좌우의 불상은 기본적인 형태가 같은데, 다만 오른쪽 불상의 얼굴이 뚜렷하고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마애불의 하반부가 땅 속에 묻혀 있다가 드러남에 따라 백제시대의 연화대좌가 확인되었다. 백제 시대 가장 오래된 마애불이라는 가치를 인정 받아 보물로 있다가 결국 2004년에 국보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마애삼존불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있던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고 쓰여진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남겼다. 절에 올라갈 때에는 차를 타고 올라 가서 그리 높이 올라 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태안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태을암과 태안 마애삼존불이 있었다. 절앞까지 차를 타고 와서 그다지 높이 올라 왔었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도심을 내려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올라왔던 모양이다. 힘들여 걸어서 올라와야 문화재를 대하는 감흥이 더 클 터인데, 편한 것만 찾다보니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라갈 때에는 그냥 지나쳤던 태을암 초입의 안내 사진이다. 아직 보호각을 세우지 않았을 때 담은 사진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이런 사진을 절대로 담을 수 없게 되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보호각을 만들었겠지만 너무 졸속으로 만들어 놓은 듯해서 아쉽다. 돈을 조금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보호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애삼존불을 둘러 보고 백화산을 내려오는 길에 벚꽃이 만발해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려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서울에도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어 서울보다 아랫쪽에 있는 태안에는 벚꽃이 모두 졌다고 생각했는데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중에 있어서 조금 늦게 벚꽃이 핀 모양이다. 오늘 태안을 돌아다니면서 처음으로 본 벚꽃인데, 꽃길이 길지는 않았어도 적당히 멋 있었다. 아침부터 천리포 수목원과 만리포 해수욕장, 그리고 태안 솔향기길까지 부지런히 다녔더니 시간이 제법 지났다. 하루만에 많은 곳을 구경하고, 많이 걷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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