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말에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했을 때 시기가 이른듯해서 조금 늦게 오면 활짝핀 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작년 생각을 하면서 오늘 다시 한번 1년만에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아들이 모두 군대에 있어서 우리 부부만 오븟하게 왔는데 이번에는 지난 연말에 제대한 작은 아들과 태안지역 여행을 하면서 함께 방문했다. 작년보다 2주정도 늦게 방문했는데 작년에 왔을 때보다는 꽃이 많이 피었지만 만개한 분위기는 아니다. 앞으로 2주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듯한데, 해마다 개화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서 올해는 작년보다는 조금 늦은 모양이다. 작년에 왔을 때 피지 않았던 목련을 이미 피었다가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이다.
작년에 왔을 때에는 수목원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자 지난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18만평(60ha)에 세계 60개국에서 수집한 1만 5천여종의 다양한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국립수목원보다 더많은 품종이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던 이곳 어촌에 한국은행의 고문으로 있던 42살의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2002)가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토지를 매입한 뒤,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한번 방문한 곳이어서 어떤 루트를 따라서 가는 것이 좋을지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집에서부터 오랜시간 차를 운전해서 오느라 약간 피곤해서 수목원에 오자마자 바로 카페로 가서 차한잔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카페 2층에는 수목원을 만든 민병갈님의 기념관이 있어 아들에게 올라가서 내용을 살펴 보고 오라고 했다. 카페와 기념관이 있는 이곳은 수목원 설립 초기에는 이곳이 초가집이었는데, 증축하는 과정에서 초가집 모양은 그대로 살린 콘크리트 건축물로 바꾸었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수목원을 돌아보는 것이 참 좋았다. 하지만 올해도 조금 이른 시기의 방문이어서 활짝 꽃핀 수목원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더 다양한 꽃 구경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수련지 근처에 있는 늪지 식물은 아직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마치 모내기를 하기 전의 논을 보는 듯했다. 작년에 제대로 보지 못한 목련꽃은 많이 보았는데 역시 목련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간은 너무 짧은 듯하다. 아마 1주일만 더 늦게 왔으면 목련꽃은 모두 떨어졌을 것이다. 그나마 목련꽃을 보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을 선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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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수목원은 가급적 인공적으로 꾸미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조경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길을 만들고 옮겨 심기는 했겠지만 이후에는 나무와 꽃들이 자생하게 만든 모양이다. 그럼에도 다른 수목원에 비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고즈넉한 연못의 풍광도 아름답고, 연못 주위로 핀 이름 모를 봄꽃이 아름답다. 꽃이름이 적혀 있지만 이제 굳이 외우려 애쓰지 않는다. 노란색과 붉고 흰색의 봄꽃이 화사하다.
꽃이 활짝핀 때에는 엄청나게 많은 상춘객으로 인해 불편함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성수기를 조금 벗어난 덕분에 붐비지 않는 수목원을 둘러 볼 수 있어 좋았다. 생명의 숨을 가득 불어넣은 수목원의 꽃과 나무가 전하는 봄의 화사함이 여행객들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준다. 수목원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숙박 시설인 가든하우스에서 하룻밤 쉬어 갔으면 좋을 듯하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한번 시도해봐야 할 듯하다. 다음에는 여름이나 가을에 한번 더 와 봐야 할 것 같다.
다시 수목원의 중심인 호수가 있는 곳으로 왔다. 작년에 수목원을 방문했을 때에는 느꼈던 것인데 올해도 똑같이 느낀 것은, 수목원에 입장해서 돌아보는 코스도가 없다는 것이다. 넓은 곳을 중구난방 돌아 다니다 보면 한번 지나간 길을 다시 지나치기도 한다. 꽃과 나무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게 되어 있는데 수목원 전체 안내에 대한 지도는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개선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입장하면서 카페에 들러 차한잔 할 생각에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던 수련지 주변을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 보았다. 호수가에도 다양한 꽃이 피어 있었고, 다양한 꽃들이 꽃을 피우기 새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수목원의 출구는 해변을 거쳐서 나오게 되어 있었다. 지난번 방문 때와는 달리 썰물로 인해 수목원 앞쪽 바다도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도 불지 않아서 수목원 앞 바다가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잔잔한데, 아주 멀리 수평선이 보이니 바다라고 느껴진다.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잠시 여유의 시간을 가졌다. 바다가 보이는 수목원의 매력이기도 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섬은 낭새섬인데 썰물이 되면 바닷길이 열려 걸어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물이 덜 빠졌거나 들어오고 있는 중인지 길이 열려 있지는 않았다. .
수목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난번 방문했을 때처럼 그린샵에 잠시 들렀다. 다양한 식물을 분재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집안에 가져다 놓으면 좋을만한 난과 허브 종류의 소품류를 판매하고 있다. 봄향기를 느끼고 싶으면 하나 정도는 구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집사람도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비교적 관리하기 편한 허브 화분을 하나 사가지고 왔다.
천리포수목원 구경을 마치고 수목원 입구에서 약 1.5km 떨어져있는 만리포해수욕장을 들렀다. 오늘도 해수욕장에는 썰물로 인해 물이 빠져 있어서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아직은 4월인지라 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복잡한 해수욕장보다는 조금은 한가한 해변을 돌아다니는 편이 여유롭고 좋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만리포사랑 노래비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리포 해수욕장을 여러번 왔어도 해수욕을 하러 온 적은 없는 듯하다.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가 무려 3km에 이르고 썰물일 때 의 폭이 250m나 되어서 대단한 규모의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게다가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처럼 모래질이 좋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가 아니어서 돌아다니기에도 좋았다. 바닷물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역시 바다를 본다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오늘 태안에 와서 둘러 보아야 할 여행지가 많아서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못하고 바닷바람을 잠시 쐬고 다시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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