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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여행 3-2 (태안 솔향기길) (2015.4.12 )

남녘하늘 2017. 4. 1. 00:21


 만리포 해수욕장을 떠나 북쪽으로 한참을 이동해서 이원반도의 만대항으로 이동했다. 2년전에도 한반 와 본적이 있었던 솔향기길을 한번 걸어볼 생각이었다. 오늘 여행은 특정한 목표를 정해서 다닌 것이 아니라 그냥 태안지역의 이곳 저곳 가보지 못한 곳을 둘러 보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태안에는 여러개의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중에 솔향기길 1코스는 바다를 따라 멋진 해안가와 솔숲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멋진 코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솔향기길 1코스는 태안반도의 북쪽으로 뽀족하게 솟아나온 만대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당봉 전망대, 여섬를 거쳐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까지 약 10.2km 이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솔향기길의 시작은 이원반도 북쪽 끝 만대(萬垈)항으로 작고 아담한 포구마을이다. 만대항 CU 편의점을 지나가면 태안절경 천삼백리의 일부인 솔향기길 시작점을 알리는 입구가 나온다. 입구 옆에 있는 지도를 잠시 살펴보고 언덕길로 시작하는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조금만 올라가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있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아들은 오늘 이런 산길을 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따라 왔다가 산길을 걷겠다고 하니 표정이 안좋다. 군생활 하면서 산과 바다는 충분히 경험했다고 한다.    





 태안의 솔향기길도 원래는 길이 이어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해안가를 따라 해송(海松)을 이어진 능선이었다고 한다.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나자 이곳 해안에는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다. 인적이 드물었던 솔향기길에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기름을 닦으러 나선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숲을 헤치고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면서 이곳에 길이 생긴 것이다. 한쪽으로는 소나무숲이 다른 쪽은 바다를 끼고 걸으며 서해안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지금은 기름 유출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을만큼 건강하게 회복했다.  






 어느새 작은구매수둥을 지나 만대항 해변으로 들어섰다. 만대항 해변은 석화굴 겁데기들과, 작은 돌들로 가득했다. 모래도 있기는 했지만, 해수욕을 즐길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서해안처럼 갯벌이 없는 듯 물이 동해처럼 투명하고 깨끗하게 보인다. 솔향기길 1코스는 솔숲을 걷다가 가끔 해안길을 걷는 코스가 몇군데 있다. 만대항 해변에서 멀리 삼형제바위가 보인다. 삼형제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둘로도 보이고, 셋으로도 보인다. 삼형제가 우애 좋게 서로를 도와 주는 모습이라고 한다. 






 태안 해안가 바람은 센 편이 아닌 듯하다. 바람이 강했다면 해송이 바다 반대쪽으로 기울어져 있을을 터이지만, 솔향기길 해송들을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었다. 오솔길 같은 좁은길도 있었지만 임도처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진 도로도 이어졌다. 왜 여기가 솔향기길이라는 이름이 붙은지 금방 알 수 있을만큼 산책로에는 솔향기가 가득하다. 바닷가여서 내륙보다는 기온이 낮은지 아직 진달래 꽃도 여기저기 피어 있어 솔내음과 더불어 트레킹하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붉은 양뗑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바다를 보니 바다 한 가운데 등대가 보인다. 장안여에 세워진 수인등표 등대라고 한다. 앙뗑이는 가파른 곳을 뜻하는 태안의 사투리인데, 솔향기길은 이러한 말들을 잘 살려 길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사투리지만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다. 등대가 세워져 있는 정안여의 이름도 섬돌모양으로 길게 뻗어 물에 잠기고 드러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수인등표 등대는 1998년에 설치됐는데 이원면에 있는 유일한 등대라고 한다.  





 숲길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오르막을 좀 오르다 힘이 들다 싶으면 어김없이 쉬는 공간이 있다. 솔향기길을 들어선 이후 준비도 없이 트레킹을 하는 법이 어디 있냐면서 불만을 토로하던 작은 녀석이 이제는 덥다고 겉옷도 벗어버리고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짜피 오늘 솔향기길 1구간을 모두 걸을 생각으로 온 것은 아니였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빨리 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해 주었는데 , 이제는 자기도 성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오늘 걸은 구간중 가장 가파른 구간은 당봉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00여m 코스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산길에 나도 땀이 흐른다. 전망대 한쪽에는 키큰 소나무 숲에 운치 있게 지어진 팔각정이 나왔다. 만대항을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걸쳐서 이곳까지 올 때까지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다. 아마 이곳부터 솔향기길을 트레킹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보였는데, 주변에 관광버스를 세우기 편한 장소가 있었던 모양이다. 정자에서 휴식을 조금 취하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쉴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봉 전망대에서 사람이 많아 쉬지도 못하고 지나쳤지만 속으로는 이제 대충 솔향기길 트레킹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짜피 오늘 솔향기길 1코스조차도 모두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솔향기길을 걷다 보면 간간히 왼쪽으로는 어촌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보이면서 걷기에는 최상의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조금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바닷가에 평지같은 트레킹 코스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날도 더워지고 생각보다 오르내리막도 많고 아들의 불평 불만을 계속해서 들을 수가 없어서 오늘 솔향기길은 근옥골 해변까지만 하기로 했다. 이곳에 차를 세워 놓은 만대항까지 또 걸어서 가야하기에 적당히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리 식당을 예약해 놓았으면 차를 보내주기도 한다는데 어디까지 갈지. 또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만대항 식당을 예약하지 못했다. 내가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1/3 지점에서 멈추겠다고 하니 입이 찢어진다.  





 다시 차를 세워 두었던 만대항으로 걸어서 되돌아가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시 오늘 걸었던 솔향기길 1코스 종점인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 가 보았다. 오늘 시간적 여유가 있어 걸어서 오지는 못했지만 종착점으로 생각했던 이곳을 한번 들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수욕장 바로 앞쪽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솔향기길 트레킹도 이쪽에서 시작을 많이 하는지 대형 버스가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해수욕장에는 아직도 물이 빠져서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걸어서 오지는 못했지만 종점까지 와 보았다.   






 오늘 솔향기길을 걸으면서 감탄한 것은 꼼꼼한 길안내 표시로 다양한 이야기를 새겨넣은 안내 표지판, 그리고 마을 이름을 새겨 넣은 표지판 들이다. 안내 표지판과 설명들은 나무에 컬러 음각으로 깔끔하게 설치해 놓았는데, 특히 갈림길에는 어김 없이 화살표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숲 속 곳곳에도 나무에 꼬리표를 달아 놓았다. 참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음에는 제대로 트레킹을 할 준비를 해서 최소 한구간이나 두 구간은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걷지 않고 밥까지 푸짐하게 먹은 아들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태안에 위치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은 생소한 이름만큼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곳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고운 백사장 양 끝에는 갯바위가 있어 바다낚시터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그나마 솔향기길 1코스의 종점이 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제 막 팬션이 들어서기는 시작한 것 같은데 주변의 편의시설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더라도 그냥 깨끗하고 아담한 장소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