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무등산 산행 (2015.5.1)

남녘하늘 2017. 4. 10. 00:24


 광주에 업무차 출장을 와서 일을 보는 중에 시간을 내서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람을 만나고 단지 조성할 곳을 두군데 가보야 했는데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함께 동행한 남종형도 무등산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가고 싶다고 하니 좋다고 하면서 무등산으로 방향을 바꿨다. 전 직장을 다닐때 무등산 증심사 아래 닭백숙집에 몇 번 방문해 보았을 뿐, 산행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었다. 무등산에 꼭 한번 오르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 기회다. 산행을 잘하는 남종형님이 있으니 11시에 출발해도 충분히 정상까지 갔다 올수도 있고, 무등산 곳곳을 잘 알고 있으니 구석 구석 여러곳을 둘러 볼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등산에 갈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500-600m 정도 되는 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상은.1,179m나 되고 산행은 1,100m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엄청 높은 산이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등산화도 준비하지 않고 편한 운동화만 따로 챙겨 왔는데 운동화를 신고 오르는 산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무등산에 드디어 오르게 됐다.




 무등산도 큰 산이어서 산행코스가 다양하게 있었다. 평소에 무등산에 자주 오르는 남종형님이 가장 최적화된 코스로 안내해 주겠다고 하신다. 오늘은 생각없이 그냥 따라만 가면 되는 산행이 된다. 아웃도어 매장들이 몰려 있는 증심사 입구를 지나 세인봉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무등산 등산로 코스 안내표지는 코스별로 거리까지 표시되어서 산행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새인봉 올라가는 길의 시작점에서 보니 1.8 km 남았다. 새인봉 가는 길은 시작부터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새인봉 가는 길은 산책하기 좋은 구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사가 급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산행로에 비해서 거리가 조금 더 길었던 모양이다. 새인봉 가는 첫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산 아래로 동적골 길이 보이고 산 뒤로는 광주 시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항상 이맘때가 되면 약간의 비염증세가 생겨서 오늘도 무리하지 않으면서 올라간다. 내 스스로의 진단인데, 이맘때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비염증세가 심해진다.   





 새인봉 능선은 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다. 굳이 무등산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증심사에서 이곳까지만 왕복하는 간단한 트레킹 수준의 산행을 하여도 괜찮은 코스라고 생각된다. 풍광도 멋있고, 숲도 좋고 산행을 하기에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 느낌이다. 새인봉에서 약사암의 모습도 내려다 보였다. 새인봉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는 암벽의 모습도 멋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 한장을 남긴다.  





 해발 490m의 새인봉은 암석의 수직절벽이다. 정상의 바위덩이가 임금의 옥새와 같다하여 새인봉(璽印峯)또는 인괘봉(印掛峯)이라고 불린다고 안내판에 쓰였다. 남종형의 말로는 광주지역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암벽등반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높이40m의 흑갈색 암벽으로 이뤄져 있는데, 다른 암벽 등반과는 다르게 일반 등산로가 있는 정상 부근에서 하강한 후에 다시 암벽등반을 해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 노송들이 멋있어 보인다. 멀리 정상의 모습이 보이는데 아직 까막득히 멀리 보인다. 하지만 산행을 멀다고 생가하면 엄청 멀지만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게 됨을 늘 느낀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중간에 광주에 있는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소식도 없이 광주에 왔다고 한소리 하더니 무등산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함께 가자고 한다. 조금 빨리 가는 지름길이 있으니 바로 뒤따라 오겠다고 하면서 천천히 가라고 한다. 증심사에서 새인봉 삼거리로 바로 오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새인봉 삼거리에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후배들을 만나서 함께 산행을 한다. 두사람이 가는 것보다는 4사람이 모여서 가니 더 즐겁다.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아 스님의 머리를 닮아 중머리재라 부른다 하는 중머리재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머리재는 학생들이 소풍으로 많이 찾았던 장소라고 한다. 오늘도 중머리재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간단하게 이곳까지만 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정해서 산행을 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중머리재는 여러곳으로 향하는등산로가 모여있는 무등산 산길의 심장부 같은 곳이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모양이다. 






 중머리제 부근에서 중봉방향으로 올라간다. 중봉으로 올라가는 중턱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시야가 트여서 너무 좋았다. 중봉 약 500m 전방에 계단이 있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중봉을 오르기 전에 용추봉 주변에 있는 바위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무등산은 오르는 동안 다른 산에서 느낄 수 없는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번에 각기 다른 여러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해발 915m의 중봉에 도착했다. 초보자라면 이곳까지 오는 것도 꽤 어려워 보인다. 중봉의 경치는 생각보다 멋있는데, 근처에 방송국 중계소의 모습이 조금 어색한 느낌이다. 이곳에서 서석대까지는 1.1km 남아 있다고 되어 있었다. 중봉 지나서 서석대 가는 길은 억새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 산행을 하면서 가장 편안한 마음이 들었던 구간이기도 하다. 지리산에 갔을 때 촛대봉에서 내려다보는 세석평전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구간이었다.  







 중봉을 지나서 보았던 평원이 과거 군부대가 주둔하다가 1998년 군 부대가 이전하고 복원작업을 거친 곳이였다. 지나면서 보니 복원 안내문이 있었다. 중봉 복원지에서 임도를 따라 서석대로 가기 위해 목교쪽으로 이동했다. 해발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니 산아래 증심사에서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목교에 있는 탐방 안내소는 비교적 조그만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목교를 건너자 마자 무등산 옛길이라는 기둥형 이정표가 보인다. 






 산 아래는 5월의 녹음인데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이제 겨우 나무에 새순이 이제서야 나오는 정도아직 초봄의 풍광이다. 여기에서 다시 무등산 옛길을 만났다. 조선시대 만들어져 1960년대까지 이용됐던 무등산 옛길을 복원해서 다시 개방했다고 한다. 숲 구간을 열심히 오르니 바위들의 형상이 다른 산과는 다른 느낌이다. 





 서석대 주변에 다다르자 주상절리 바위들은 모양들이 예사롭지 않다. 무등산은 중생대 화상암 산지로서 산지 전체가 부드럽게 풍화되어 있고 곳곳에 주상절리 경관이 있다. 주상절리(柱狀節理)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에 단면의 형태가 5~8각형의 기둥 모양인 것을 말한다. 주상절리를 제주도 바닷가에 가서 보는 것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높은 산 위에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고산지대의 주상절리는 무등산이 우리 나라에서는 유일하고 기둥의 직경도 훨씬 굵다고 한다. 주변에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는 등산객들이 많다. 







 무등산 옛길 종점을 지나니 오늘 산행의 최고점인 서석대 정상에 도착했다. 무등산 정상은 천지인(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1,187m의 천황봉은 군부대가 주둔을 하고 있어 1년에 한 두번 정도 개방되고, 다른 때에는 일반 등산객도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천왕봉에 오를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오늘은 이곳까지만 오른다. 서석대 정상석에는 해발 1,100m로 표시되어 있다. 마음에 준비도 없이 무등산에 올라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대견스럽다.   






 서석대에서는 광주시내를 비롯한 영암의 월출산까지 조망이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옅은 구름이 끼어 있어서 주변을 둘러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서석대 안내판에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를 품고 있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광주가 유일하다고 되어 있는데 맞는 말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서석대에서 입석대, 장불재로 이어지는 백마능선의 풍광도 상당히 멋있다. 이제 정상까지 왔기에 마음이 편해져서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화산활동의 산물인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굵은 돌기둥과 동서로 길게 발달한 돌병풍 등이 빼어난 지질 경관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서석대를 지나 장불재로 내려 오는 곳에 또 다른 주상절리인 입석대가 나왔다. 해발 1,017m 지점에 있는 무등산 대표적인 절경의 하나로, 높이 10-15m의 돌기둥이 반달모양으로 둘러서 있는데 그냥 보아도 멋진 경관이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 팬스를 쳐서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무등산의 입석대와 서석대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드디어 장불재에 도착했다. 장불재는 광주와 화순의 경계가 되고 있는 해발 900m의 능선 고갯길로, 화순 동복, 이서 사람들이 광주를 오갈 때 지나던 고갯마루라고 한다. 장불재에는 기지국인지 중계소인지 방송시설들 가득 세워져 있다. 넓은 초지 광장에 탐방센터도 있고 바람을 피해 쉬어갈 수 있도록 산행객을 위한 쉼터도 있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장불재 초지 광장에서 바라본 입석대 서석대 봉우리가 멋지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산을 한다는 기분이다.     






 장불재에는 드넓은 고산 초원이 펼쳐져 있다. 그 초원을 가로지르는 등산로 주변 넓직한 곳에는 벤취가 몇개 있고, 커다란 바위들이 군데 군데 한가하게 서 있으며, 그 주변에는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어 있다. 장불재 표시석은 잘못 설치했는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나중에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빨리 조치를 해 놓아야 할 것 같다. 이곳에서 남종형님이 증심사쪽으로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무등산의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기대가 된다.  






 계곡을 따라 중머리재 약수터까지 내려 와서 우측으로 조금 지나니 급하게 경사진 등산로 옆으로 양지바른 너덜지대가 나온다. 절리가 빙하기에 무너져 형성이 되었다는 덕산너덜로 남종형님이 보여 주고 싶었던 무등산의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너덜은 주상절리의 미래상이라고 하는데,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의 흔적들을 담고 있는데, 길이 600m, 최대 폭 250m 규모라고 한다. 대단한 광경이다. 이 너덜지대에도 누군가가 걷기에 편하게 길을 만들어 두었다.  







 너덜지대에서 광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너덜지대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니 바람재가 나온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고 사시사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여서 바람재라고 한다는데 오늘은 바람이 거의 없다. 바람재는 등산로라고 하기보다는 산책코스 정도의 완만한 평지다. 휴게소 현판에 '모든 근심 바람에 날려버리고 편히 쉬어 가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5월인데도 단풍나무는 벌써 단풍이 든 것처럼 붉다. 바람재에서 토끼등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 길처럼 넓으면서도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는데 편안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다. 이제 산행이 거의 끝나가는 듯하다.  







 바람재에서 증심교로 내려오는 코스에는 계곡옆으로 등산로가 있어서 숲길을 따라 계곡물소리를 내려 오는 편안한 트레킹코스였다. 숲이 우거져 있으며 몇몇 구간을 제외하곤 아주 완만하여 쉽게 내려왔다. 드디어 증심교에 도착했다. 증심사 입구 사무소까지 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내려가야 하기에 오늘 무등산 산행은 여기에서 끝낸다. 





 정상을 둘러 내려 올때는 너럭바위가 있는 곳을 모두 둘러서 5시간 30분의 산행을 했다. 내려오니 오후 4시 반쯤 되었다. 다른사람들은 그 시간에 모두 돌아볼수 없을 정도의 강행군을 했다. 나로서도 운동하면서 뱃살을 뺀다는 기분으로 산행을 마쳤다. 상쾌한 기분이다.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서 못 올라가서 아쉽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산에서 내려와 남종형님과 함께 잘 아는 한의사를 잠시 만나 내 비염에 대한 진료도 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함께 했다.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무등산 첫 산행을 이렇게 마쳤다. 다음에는 정식으로 산행 준비를 해서 다른 코스로 올라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