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회 회원들과 함께 가평 유명산 산행을 다녀왔다. 이토산악회는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산행을 떠나는데 유명산은 주변에 전철역이 없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하는 것이 힘들어 이번에는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나도 차량을 제공하기로 약속해서 차를 가지고 약속장소에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갔다. 지하철 역앞쪽에 차를 세우는 공간이 없는 줄 알았더니 운동장에서 나오는 쪽에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몇 몇 회원이 준비한 물품을 산다고 조금 늦게 도착해서 출발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갈 생각이었는데 고속도로 진입로부터 밀려 있어서 가는 길을 조금 수정했다. 하남시쪽으로 이동해서 강동대교를 넘어서 양평쪽으로 가는 길을 선택해서 이동하기로 햇는데 이길도 강동대교 입구부터 밀렸다. 이후 간간이 길이 막혀서 잠실운동장을 출발한지 거의 2시간만에 유명산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삼복 더위를 향해서 점점 더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오늘도 엄청 더운 날씨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명산은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왔다. 우리도 그 들중에 한 일행이 되는 셈이다. 유명산 등산코스는 주차장을 시작으로 매표소를 지나 산책로 갈림길에서 자연 휴양림 쪽으로 산행을 해서 정상에 오르고 나서, 계곡길 쪽의 마당소와 용소 그리고 박쥐소를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회귀하는 코스로 정했다. 입구를 지나서 바로 있는 매표소에서 일단 표를 끊었는데 국립휴양림이라고 하는데 입장료를 1천원씩 받고 있었다. 요즘 국립공원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데 산에 문화재 관람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나마 입장료가 비싸지 않아서 다행이다.
산행은 10시 20여분부터 시작했다. 유명산 등반길은 바위 투성이인 다른 산들에 비해 길이 다소 고운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사도가 보통이 아니다. 바로 땀이 엄청 흐르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나무 숲길이어서 덜 더웠다. 산을 조금 오른 다음에 스트레칭을 해 주었다. 산에 오르기 전에 해 주었어야 했는데 워낙 날씨가 더워서 약간의 워밍업을 하고 나서 숲속 시원한 장소에서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산을 찾은 것이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다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낙엽송 숲길이 계속 이어져 거의 그늘을 이루고 있으나 워낙 습하고 더운 날이라 얼굴에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입구 산림욕장에서 보았던 소나무와 낙엽송 숲길이 참나무 숲길로 변할 즈음에 등산로가 가파라진다. 참나무 숲길은 자연림이고 아랫쪽의 휴양림은 인공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씨는 덥고,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기에 쉬엄 쉬엄 쉬고 사진도 찍으면서 산을 오른다.
경사는 급해도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숲이 우거져 그늘은 좋기는 하지만 반대로 정상 근처에 갈때까지 바람도 없어 땀을 식히기에는 힘들다. 참나무가 많았던 곳에서 잣나무 군락지가 나타나면서 시야가 조금 열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조금 불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늘은 올해 들어서는 가장 더운 날이어서 최근 산에 오른 중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린 듯하다. 정상을 지나 계곡에서 쉴 생각으로 계속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거의 2시간 걸린 12시 20분경에 정상에 도착했다. 유명산 정상석을 보니 해발은 862m 이다. 그렇게 많이 올라 온 것 같지 않은데 아마 출발 지점 고도가 최소 200m 이상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싶다. 산을 잘타는 사람은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지만, 우리 이토회의 산행목적이 빨리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생각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린 것 같다. 어짜피 우리는 전문 산악회가 아닌, 친구들의 친목도모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유명산도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무엇이 유명해서 유명산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궁금했는데, 1973년 엠포르라는 산악회에서 국토종주를 하던 당시에 산 높이만 기록되어 있을 뿐, 산의 이름이 없어서 당시 산악회 대원 중에서 진유명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유명산 정상에서만 행글라이더 장이 내려가 보이고 그것도 탁 트인 모습은 이 정상에서만 조금 보일뿐 계속해서 나무 숲과 계곡만 지나는 다소 지루한 산행길이다.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고 돌이 많은 길이어서 정신을 집중해서 내려 와야 한다. 조심 조심 돌길을 50여분 내려가니 유명계곡이 나오는데, 시원한 계곡물을 보니 벌써 마음이 시원해진다. 정상에 오르느라 땀을 많이 흘렸기에 우선 시원한 계곡물에 발만 담궈 본다. 유명산 자연휴양림과 연결된 유명계곡은 전체 5km 길이의 계곡 중에 2.7km가 등산로를 따라 길이 나 있어 여름에는 특히 좋다. 계곡의 소와 담은 크지 않지만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 소와 담이 있어 쉬어가기에 좋다.
정상 바로 아래쪽에 있는 그늘에서 점심식사를 할까 했는데 계곡물이 좋은 유명산에 왔는데 물가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른 산악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계곡 근처에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다른 몇 팀을 지나서 물이 있는 계곡에서 다소 늦은 점심을 했다. 늦었지만 역시 즐거운 점심 시간. 11명이 이것 저것을 준비해 온 관계로 준비해 온 것을 모두 먹지도 못했다. 고기 수욕까지 준비해온 회원이 있었는데 그 정성을 생각해서 모두 먹어 주었어야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아랫쪽 계곡으로 조금 더 내려갔다. 물이 많이 있는 바위 아래쪽에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수영과 물놀이를 하고 있다. 최근 비가 워낙 내리지 않아서 유명산 계곡에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물이 있어 다행이다.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깊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 물이 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은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계곡을 찾아서 물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길가에 있는 계곡에서 사람들이 물놀이 하고 있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선택한 방법이다. 나도 오랫만에 산행 복장을 그대로 한채 물속에 들어갔다. 계곡물은 생각보다는 시원했고, 물속에 송사리 피래미가 많이 있었는데 이 놈들이 닥터피쉬처럼 각질을 뜯어 먹으려고 한다. 피래미들이 그런 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회원들과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고 놀았는데 물속에서 오래 있다보니 추워져서 하산을 하기로 한다.
하산하는 계곡길은 대부분 흙길이었던 오르막과는 달리,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너덜지대처럼 돌길과 바위가 많아서 다소 위험해 보였다. 더구나 물속에서 놀면서 샌달로 갈아 신었는데, 그 이후로 샌달을 신고 내려 오려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래도 이 더운 날씨에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걷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해발 862m 밖에 되지 않는 산에 설악산 계곡을 연상시키는 듯한 계곡과 물이 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계곡이 용문산과 이어져 있어서 계곡도 깊고 수량도 풍부한 것이라고 한다. 오래전에 유명산에 왔을 때보다는 등산로 정비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위험한 구간은 우회로도 만들어 놓아서 옛날만큼 까다롭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계곡길을 따라 박쥐소를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면서 유명산 산행을 마친다.
오늘 걸은 거리는 6.6km인데 7시간 정도 걸렸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스트레칭도 했고 또 오르막에서는 충분히 쉬어 주었고, 하산길에는 물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 듯하다. 평지같은 입구 길을 걸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입구쪽 휴양림 나무 밑으로 캠핑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 아래에 습기를 피할 수 있도록 나무 테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전부인데,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용하고 있었다. 요즘 캠핑이 대세라고 하더니 생각보다는 많아 보인다. 내일이 일요일이라서 하룻밤 묵어 갈 모양이다. 나도 올해에는 캠핑을 한번 해 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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