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회에서 북한산 산행을 떠났다. 북한산을 자주 갔다고 생각해도 가보면 새로운 코스가 많은 정말로 큰 산이다. 가보지 않는 산행 루트가 많는 산이다. 오늘 산행은 구파발역에서 일행을 만나 진관근린공원을 가로질러서 진관사로 넘어가서 응봉능선을 따라 사모바위까지 오르는 코스를 가기로 했다. 진관사에서 응봉능선으로 가는 산행은 조망도 좋다고 해서 오늘이 처음 가는 코스이지만 상당히 기대가 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관사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을터인데 오늘은 구파발역에서 모여서 은평뉴타운 한가운데 있는 이말산이란 작은 산을 공원화 시켜 놓은 진관근리공원을 가로질러 진관사로 가기로 했다. 대략 2km 정도 되는 코스인데 처음 언덕을 오르고 나면 비교적 평탄한 능선을 오르내리는 트레킹 코스로 보면 될 것 같다. 숲이 좋아서 숲길을 산책하듯 가면 된다. 구파발역과 바로 붙어 있어서 접근하기에도 편하다.
진관근린공원을 넘어 오니 은평한옥마을이 나왔다. 서울시에서 은평뉴타운에 한옥마을을 짖는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진관사 앞쪽에 있었던 모양이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서울에도 한옥마을이 생긴다면 좋을 듯하다. 아직 한옥이 많이 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몇몇채가 지어져 있었고 건축중인 한옥도 보인다. 한옥짓기 무료상담을 하고 있는 곳도 있고 행정적인 지원을 해 주는 건물도 보인다. 한옥마을 구경이 목적이 아니어서 그냥 스쳐지나가듯 지나간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한번 둘러보아도 좋을 듯하다.
한옥마을에서 조금 오르니 진관사 일주문이 보인다. 옛날에 있었던 일주문은 더 100여m 안쪽에 그대로 있고 이름을 해달문으로 바꾸어 놓았다. 진관사는 고려 현종 때 창건된 절로, 6·25때 소실됐다가 진관 스님에 의해 다시 지어졌다. 조선시대 진관사는 불암사, 삼막사, 보개산 심원사와 함께 한양 근교의 4대 사찰 중 하나였다. 새로 만들어진 일주문을 지나 진관사계곡의 나무 탐방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옛 일주문인 해탈문이 나왔다.
진관사에사 사모바위로 오르는 코스가 여러개 있는데 우리는 진관사 해탈문을 바로 앞두고 왼쪽으로 능선길로 오른다. 사모바위라고 적힌 조그만 팻말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초입에서 그다지 높지 않은 응봉(323m)까지 오르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조금 가파르긴 하나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니다. 응봉에 일단 오른 이후엔 평평한 길과 오르막이 반복되며 사모바위까지 다시 조금만 더 힘쓰면 무난하게 오를 수 있다. 오늘 산행에 한두명이 왔으면 조금만 시간을 내서 진관사도 둘러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혼자서 하는 산행이 아니어서 일행을 따라서 능선길을 오르게 된다.
응봉능선은 길이 무척 예쁘고 조망도 좋다. 길 옆에 적당한 크기로 자라 있는 나무들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험한 바위길이 이어지는, 북한산의 다른 코스에 비해 아담한 산행로가 가족 산행에 제격이다. 특히 응봉능선보다 한결 높은 봉우리들이 줄잇는 의상능선을 옆으로 바라보며 걷는 맛도 각별하다. 의상능선 너머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의 자태도 한 눈에 들어온다.
아침에 출발할 때 연무는 있었지만 날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응봉을 지나서 사모바위로 오르는 중간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소나기가 내릴 듯한 기세로 하늘이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한낮인에도 갑자기 저녁같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일기예보에서 오늘 국지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우산과 우의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산에 와서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소나기가 내리면서 천둥과 번개까지 만난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북한산은 올 때마다 색다르게 느껴진다. 많은 산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하지만 특히 북한산에 올때마다 그런 감정이 많이 드는데 오늘도 또 새로운 경험과 함께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날의 일기와 함께한 사람에 따라, 또 내 마음상태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모바위에 도착할 무렵 드디어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르는 도중에 비가 내렸으면 비를 피할 곳도 없었는데 사모바위에 와서 내리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비지만 바로 그칠 것 같지 않아서 사모바위 아랫쪽 김신조 일당이 숨어 있었다고 하는 바위에서 비를 피하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 말고 다른 팀도 한팀이 더 있었는데 이미 점심은 먹은 듯 했지만 우리가 식사를 마칠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아서 함께 있었다. 지나가는 소나기지만 비가 내리니 쌀쌀해져서 비를 맞지는 않지만 우의를 꺼내서 입어 주었다. 바위 아래쪽에 무장공비 모형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너무 조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식사를 마칠 무렵 다행이 지나가는 비가 그치고 구름도 물러나기 시작했다. 낮은 구름을 걷혔는데 높은 구름은 아직 남아 있다. 다시 사모바위쪽으로 올라가서 사진 한장을 남긴다. 오늘은 사모바위에서 문수봉 방향으로 가지 않고 비봉과 향로봉을 거쳐서 불광공원 지킴터 방향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걷히는 구름 사이로 시내의 모습이 보인다. 짧게 내린 비로 인해서 공기는 더 맑아졌고, 땅이 젖어서 먼지도 일어나지 않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다행이 우리는 바위 아래서 비를 피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비를 피했을까 궁금하다.
내려오는 길에 비봉을 지나치게 되는데 한번 가 볼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오늘은 비 때문에 바위도 미끄럽고 초보자가 있어서 무리해서 비봉에 가는 것은 만용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작년부터 비봉은 자주 오고 있어서 오늘 가보지 않아도되고, 앞으로 또 올 기회가 많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봉에서 향로봉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바위 능선길이 많아서 서울 시내 조망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비봉에서 불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오늘 처음가는 곳이다.
구름이 걷히니 멋진 북한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광도 멋 있지만 오늘 함께 한 동료들이 좋아서 이 모임에 참석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비가 와도 괜찮고, 눈이 내려도 상관없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같은 취미를 두가지나 함께 하는 사람들이어서 특히 애착이 가는 모임다.
소나기는 그치고 구름이 걷히는줄 알았더니 대기가 계속해서 불안정한지 하산하는 도중에도 구름이 앞을 가리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다시 소나기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금방 구름이 몰려 왔다가 잠시 지나면 구름이 걷히기를 반복한다.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산을 이어갔다. 향로봉에 도착할 무렵부터는 구름이 완전히 걷히고 해가 쨍쨍나기 시작한다. 여름철 산행은 이처럼 비를 대비해서 우의를 꼭 챙겨야 한다. 비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서 산행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양세가 향로를 닮아서 향로봉(535m)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는데 인두봉이나 삼지봉으로도 불린다. 사람이 보는 위치에 따라서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지나는 길에 만난 향로봉은 출입제한 표지판이 있어 무리하게 가지 않고 안전한 우회로를 통해서 내려 왔다.
불광공원지킴터 방향으로 하산 한다. 새로운 길을 하나씩 알아 간다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한번 와서 다음에 다른 사람의 길안내까지는 하지 못하겠지만 북한산의 이런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때 함께 할 소재가 생겼다. 중간 중간 위험한 코스를 조금씩 우회하면서 하산을 이어간다.
향로봉에서 족두리봉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경사가 급해서 내려가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반대로 올라온다면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코스로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사모바위에서 구기동 방향으로 많이 내려가는 것 같다. 오늘 비 때문에 전반적으로 북한산에 오른 사람이 적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내려가면서 이 코스에서 산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이 능선은 시원한 조망과 함께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불광사와 불광공원지킴터로 하산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쳤다. 중간에 비를 만나서 한여름에 쌀쌀함까지 느꼈지만 산을 내려오니 다시 8월의 무더위가 물씬 느껴진다. 오늘 산행의 대부분은 처음 지나친 코스였는데 새로운 코스를 알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아침에 진관사에도 들어가보지 못했는데 나오면서 불광사에도 가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가보기 뻘쭘해서 그냥 지나쳤다. 불광사 범종각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독바위역이 나온다. 독바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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