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산악회에서 수리산으로 산행을 다녀 왔다. 안양에서 살때 아버지와 함께 자주 갔던 산이 관악산과 삼성산 그리고 수리산이다. 산에 오르는 것을 꽤 좋아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내가 군대 갔다 와서도 동내 뒷산처럼 함께 올랐던 산이다. 결혼해서 안양을 떠난 이후에는 가보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수리산을 찾았다.
수원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수리산역으로 가려고 하니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할 수 없이 오늘은 차를 가지고 가서 뒷풀이는 간단히 하고 차를 가지고 오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간편하게 군포로 갈 수 있었다. 군포 수리산역 바로 옆에 수리산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주차비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다. 수리산에는 자주 갔었지만 항상 안양쪽에서 올라 갔었기 때문에 수리산역에는 처음 와 보았다. 예쁘게 지어진 지상 전철 역사이다.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 산행을 하게 된다.
4호선 수리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가야아파트 516동 뒷편 산책길과 연결된 산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숲이 우거지고 완만한 흙길이 거의 한시간 가량 이어지는 것 같다. 역에서 철쪽동산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철쭉꽃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어서 생략했다.등산로가 전체적으로 우거진 나무로 그늘이 있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이 덥지 않다. 수리산은 경기도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어 숲길이나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 있는데 잘 보존되었으면 한다.
수암봉 정상을 600m정도 남겨 두고서 산책로 같았던 산길이 등산로 같은 느낌이 든다. 로프와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슬기봉 오르는 계단 구간마다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산본신도시와 그 뒤로 솟은 모락산,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청계산, 바라산 광교산의 모습까지 보인다. 도시와 연결된 곳에 이런 산이 있어서 삭막하지 않은 듯하다. 슬기봉에서 우측으로 가장 높게 보이는 것이 수리산의 최고봉인 태을봉이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왔더니 땀도 흐르고 힘도 든다.
슬기봉 정상에는 현재 공군이 주둔하고 있어 정상을 밟을 수는 없고 옆으로 슬기봉 이정표가 있다. 옛날에 수리산에 왔을 때에는 슬기봉 근처에 이런 데크길이나 계단이 없고 뾰족한 바위가 많아서 많이 힘들게 다녔었다. 정말 오랫만에 와보니 편하게 나무계단과 편안한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산행하기 좋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많이 투자한 모양이다.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바람이 조금 불어서 흘린 땀을 식혀준다. 슬기봉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참으로 보기 좋다.
슬기봉 정상에서 사진을 찍은 이후로 산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있었는데 컴퓨터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사진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블러그를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조금 오래된 사진인지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도 겸연쩍어서 수리산 산행 사진은 이것으로 끝이다. 다음에 사진 찍으로 수리산에 한번 더 갔다 와야 할 것 같다.
수리산 최고봉인 태을봉도 보이지만 오늘은 태을봉까지는 갈 계획이 없다. 데크 계단길을 내려서 좌측으로 보이는 수암봉 방향으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외곽순환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수암봉까지 갔다가 하산하면 좋겠지만 일행중에 여성들도 있어서 중간에 안양 제3산림욕장으로 내려간다. 이쪽으로 내려 가는 길은 공군부대의 보급로가 있는 길이어서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포장도로다. 조금 지루한 느낌은 있지만 편하게 내려갈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더구나 이쪽 길은 내가 자주 다녔던 길이기도 하다.
조금 더 걸어내려오니 3산림욕장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 드문드문 주차장이 보인다. 과거에 이쪽으로 약수를 받으러 왔던 곳이기도 하다. 요즘도 이쪽으로 차를 가지고 와서 수리산에서 산림욕도 하고 등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길을 내려오니 천주교 성지중에 하나인 최경환 성지와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이 피해 살았다고 하는 담배촌이 보인다. 근처 식당을 예약해 두어서 이곳에서 산행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했다. 산행 사진중 몇 장을 빼고는 몽땅 잃어 버려서 사진이 없는 산행기가 되어 버렸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데 사진 기록을 잃어버려서 아쉬움이 남는다.
식사를 마치고 아침에 차를 세워둔 수리산역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 집사람이 힘들어 하면서도 산행을 함께 해 주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건강을 위해서 함께 같이 다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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