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예보는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비가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밤새 비가 내리긴 했지만 아침엔 비가 그쳐서 기분좋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외대동문 산행이 청계산에서 진행된다. 청계산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차를 가지고 가는 편이 편할 것 같아 차를 가지고 청계산으로 갔다. 산행 들머리와 하산하는 곳이 달라서 집사람을 모임장소인 청계산 입구역까지 태워주고 다시 점심 먹기로 예약되어 있는 곳에 차를 세워 놓고 청계산 입구역으로 이동했다.
많은 동문이 참석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적은 사람이 참석했다. 아직 산악회가 구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 듯하다. 산행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것이 좋겠지만, 단순히 참가만 하는 입장에서는 사람이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음에 맞는 한두사람만 있어도 산행이 즐겁다.
원터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매봉을 향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힘든 산행 코스는 아니지만 선배님들이 리드를 잘해 주어서 집사람도 그다지힘들어 하지는 않는 듯하다. 길마재 정자에서 처음으로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이영우 회장님의 구수하고 찐한(?)농담에 마냥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내가 동문산행에 참석하는 이유는 집사람이 아직 초보 산행자라서 동문들과 산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좀 더 실력이 붙고 체력이 좋아지면 동문산행은 가끔 참석하고 나와 함께 멀리 있는 산에 갔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청계산 매봉으로 가는 도중에 삼각형 모양의 웅장한 돌문바위가 있었다. 그 옆에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시계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를 돌면 모든 소원을 성취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품고 돌아본다. 돌문바위를 지나 한참을 오르니 서울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매바위에 도착했다. 숲으로 우거진 청계산에서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매바위에서는 산 아래도 훤히 내려다 보여서 좋은 장소이다. 연무로 인해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성남시내도 내려다 보이고, 멀리 롯데 123층 건설 현장도 보인다.
매바위에서 채 5분도 안되어 매봉(582m)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옥녀봉과 이수봉 사이의 산봉우리 정상인지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는 청계산에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와 보았지만 집사람은 매봉에 처음 올라와 본 것이여서 기분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다. 청계산의 정상은 망경대(618m)이지만 오늘은 만경대까지 가지 않고 매봉에서 협읍재로 해서 하산할 예정이다. 50여평 됨직한 평평한 곳에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청계산 매봉이라는 글씨의 표지석이 서 있고 등산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나무벤취와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매봉 주변이 숲으로 가려져 있어 매바위보다는 조망이 시원스럽지 못하다. 정상에서 사진 한장을 찍고 정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우리는 조금 지나서 숲속으로 이동했다.
매봉정상을 조금 지난 쉽터에서 이병덕선배님의 원두커피를 나누어 주어서 맛있게 마셨다. 학교 다닐 때 학보사 주간교수님이셨던 안영호 교수님의 커피에 대한 산중 강의가 있어서 재미 있게 들었다. 산행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이곳에서 간단하게 다과를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조금 더 길게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체력을 감안하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매봉에서 옛골로 하산하는 길은 번잡하고 지루한 등산길과 달리 울창한 원시림속에 호젓하고 청계산의 감추어진 신비로운 속살 이라고나 할수 있는 혈읍재 코스로 내려왔다. 산행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숲이 좋아서 다음에 청계산에 오면 집사람과 이곳을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협읍재는 지명이 범상치 않아 나중에 집에 와서 찿아보니, 조선시대 학자 정여창이 사사되기전 청계산 망경대 밑 금정수에 은거하며 피눈물 나게 넘었다고해서 혈읍재라고 한다. 이름과는 달리 헙읍재에서 옛골로 내려가는 코스는 부드러운 흙길로 마냥 걷기 편하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엄청나게 사람이 많은 청계산인데 협읍재에서 옛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사람이 너무 없었다. 산행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숲도 너무 좋아서 우리가 다니기에는 너무 좋았다. 청계산에 오는 신분당선 지하철역이 원터골쪽에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인 듯하다. 지하철역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옛골쪽이 산행객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지하철역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습관까지도 바꾸어 놓은 듯하다. 이 때문에 옛골쪽에 있던 음식점과 각종 등산복 판매점들이 문을 많이 닫았다고 한다. 호젓한 산길을 우리만 걸으니 참 좋다.
협읍재를 지나 미군부대 표지판이 있는 곳이 나온다. 여기까지 내려오면 하산은 거의 마무리 된다. 옛골을 향해 조금 더 내려오면 이전에 청계산 산행시 하산할 때 여러번 지나쳤던 정토사를 지나치게 된다. 정토라는 이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번뇌의 사바세계와 대비되는 청정한 불토를 가르킨다. 조그만 연못에 연꽃을 많이 심어 놓았는데 시기적을 맞지 않아서 연꽃을 구경하지는 못했다. 조그마한 절이어서 법당에 한번 들어가 볼 까 했는데, 모두 바로 식당으로 이동해서 우리도 그냥 지나쳤다.
산행 중 3번의 휴식까지 포함해서 4시간 정도, 6.6km 청계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다. 미리 점심장소를 섭외해 놓아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옛골 근처 장어집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산행은 산에 간단하게 과일과 먹거리를 준비해가서 산행중에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산행을 마치고는 주변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했으면 하는데, 동문산악회에서는 거창한 점심을 한다. 두부찌게나 된장국에 비빔밥 정도가 적당한 것이 아닌가싶다.
식사를 하고 나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러 차까지 한잔하게 되었다. 좋은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차와 대화가 즐겁기 그지 없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조금은 부담스럽다. 음식점에서도 간단하게 막걸리나 맥주 한잔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정도의 알콜이 있으면 더 좋을 듯한데 그 또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하다. 오늘도 카페에서 차 한잔을 더하고 시내로 들어가서 한잔 더 하자고 했는데 집사람 핑계를 대고 3차에 따라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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