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구경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인 낙안읍성을 찾아왔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성들은 많이 다녀 보았는데 낙악읍성은 거리가 멀어서 늘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 휴가에 맞춰서 일정에 집어 넣었다. 낙안읍성은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조선시대의 성곽이다. 낙안은 풍요로운 땅에서 만백성이 평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농업이 주를 이루는 마을로 훼손이 적었고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면서 소담스러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낙안읍성은 어제 다녀온 고창읍성과 충청도에 있는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읍성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입구에 드라마 화정의 촬영지라고 써 놓았는데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낙안읍성의 마을은 조선 초기 조성 당시에는 계획도시였다. 조선 태조 6년(1397년)에 왜구가 침입하자 토성을 쌓았다가 15세기에 들어서서 돌로 쌓기 시작해 오늘날의 규모를 띠게 되었다. 일반적인 자연 촌락과 달리 산기슭에 붙어 있지 않고, 산과 약간 거리를 둔 평지에 네모꼴의 긴 읍성을 조성한 다음, 그 안에 일정한 구획을 지어 건물들을 배치하고 사람들이 들어가 살게 된 동네였다. 현재에도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는 읍성은 길이가 1.4km, 높이가 4m에 이르는 규모로서, 순천만을 통해 들어오는 왜적을 막기 위한 방어용 성곽이었다.
동문 입구로 들어가면 서문까지 한길이 직선으로 길게 이어지고, 오른편으로는 객사와 관아를 비롯한 공공건물, 왼편으로는 민간인들이 사는 초가집 동네가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동헌 남쪽으로 공식적인 길이 뻗어서 T자 형의 구조를 갖고 있다. 두 개의 길이 만나는 곳에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장터는 없어졌지만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 관아 건물과 소담스러운 초가, 고즈넉한 돌담길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삶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소다.
잔디로 이루어진 넓은 공간을 조금 더 가면 관아거리가 나오고 고을 수령의 집무처인 동헌, 객사 등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동헌은 낙안읍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기에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았다. 동헌 내부에는 밀랍 인형들이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데 관아에는 입구에는 포졸을, 마당 한구석의 십자형틀에 묶인 재판받는 죄인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만들어 놓았다. 조금 썰렁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낙안읍성은 민속촌이기도 한데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다른 점은 거기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입장료를 받아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데, 불편한 초가집에서 거주하면서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을구경을 대충 마치고 성곽쪽으로 가 보았다. 낙안읍성에 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서 성곽길을 걷는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낙양읍성 안에 있는 민속마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초가지붕과 푸른하늘과 어우러지면서 정말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이 전개된다. 고창읍성도 성곽 안쪽에 관아 건물 몇채만 있고, 해미읍성에도 읍성 안쪽에 휑하니 넓은 공간만 있는데 이곳은 3백여동의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100여대세 주민이 직접 거주하는 살아있는 민속촌이어서 너무 보기 좋다.
어지간하면 성곽을 따라서 마을 풍광을 감상하면서 한바퀴 둘러볼까 생각했는데 그늘도 없는 더운 성곽길을 걷는 것이 힘들어서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에는 각종 체험시설도 있고, 전통혼례나 사물놀이, 대장간 등의 시설과 각종 행사의 사진을 설치해 놓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TV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장이 있어 당시 찰영사진 몇 장도 걸려 있었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들어가기가 미안하지만, 빈집에도 과거의 생활 주거양식을 모두 설치해 놓아서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았다. 초가집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여유를 가지고 낙안읍성의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럴 상황이 아니다. 너무 더워서 나무 그늘을 찾아서 걸어도 땀이 식지 않는다. 다음에 날이 좋을 때 방문해서 이곳에서 민박도 하고 있으니 민박집에서 하루 묵어 가면서 마을 구석구석을 보자고 타협하고 나오게 되었다. 여행도 날씨가 선선한 봄가을이 좋지 이렇게 한여름에는 체력적으로도 많이 딸린다. 나오는 동쪽 성문 앞에도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는데 빨리 차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다.
낙안읍성 구경을 마치고 휴가차 여행을 간김에 부모님을 한번 뵙고 오려고 순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상도 진주을 방문했다. 아침에 동생이 전달해 주라고 부탁한 소금과 몇 가지 품목과 함께 목포 어시장에서 준비한 회를 가져다 드렸다. 부모님이 고향에서 소일거리 삼아서 농사를 짖고 계신데, 우리끼리만 놀러 다니는 것 같아서 조금 마음에 부담이 있다. 자식이 놀러 왔다가 방문했어도 부모님은 자식의 방문을 좋아하시고, 조상 산소에 성묘를 다녀 오니 내 스스로도 기분이 좋다. 그럼에도 시골은 여전히 모기와 벌레가 많아서 내가 살 곳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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