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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행 6-5 (순천 송광사) (2015.8.26)

남녘하늘 2017. 8. 19. 00:37


 보성 녹차밭을 출발해서 순천으로 넘어왔다. 오늘 순천에서는 송광사와 낙안읍성을 돌아볼 예정이다. 순천 조계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잡은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사찰(僧寶寺刹)의 근본도량으로서 ​한국불교와 역사를 함께해온 유서깊은 고찰이다. 삼보사찰 가운데 해인사와 통도사는 여러번 갔다 와 보았는데 송광사는 올 기회는 많이 있었는데 그간 한번도 와 보지 못해 꼭 와보고 싶었던 절이다. 송광사는 우리나라의 사찰 가운데 가장 많은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천년 고찰이기도 하다.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에 의해 길상사라는 소규모 절로 출발했지만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대찰로 중건되고, 오늘날 승보사찰로 불리는 대표적인 선정사찰로 불리고 있다. 


 송광사의 매표소를 통과하고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때여서 한낮의 더위가 심하지만 다행히 숲길이 이어져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무더위를 피해갈 수 있다. 중간에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에는 돌의자가 놓여 있어서 올라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난 오붓한 길을 여유롭게 걸으면 절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애표소를 통과해서 1km 정도를 걸어올라가면 송광사 일주문인 조계문이 나온다. 보통 일주문은 천왕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만들어져 있는데 송광사 일주문은 사찰 경내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천왕문을 들어가기 직전에 있다. 송광사 조계문은 19세기 초에 지은 것으로, 사찰 일주문 중에서는 꽤 오래된 편에 속한다. 여러층의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단청의 화려함이 보통이 아니다. 푸른 바탕에 금색글씨로 쓰여진 현판은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일주문 양쪽으로는 다른 절과는 다르게 담장이 쳐져 있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송광사를 대표할 수 있는 우화각이 보인다. 송광사 앞으로는 조계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계곡을 건너야 비로소 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계곡위에 세워진 우화각은 한폭의 그림같은 느낌이다. 우화각은 능허교(凌虛橋)라는 다리와 한 묶음으로 봐야 한다. 우화각은 그 능허교 위에 정면 1칸, 측면 4칸으로 지어졌다. 양편에 장대석 4개를 연결해 낮은 난간으로 삼았다. 우화각과 능허교가 맑은 계곡물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정취는 송광사 풍경의 압권이다. 우화각 앞쪽으로는 임경당(臨鏡堂)과 침계루(枕溪樓)는 건물 일부가 계곡 쪽으로 튀어 나와 아래 두 기둥이 계곡물에 드리워져 있는데 상당히 멋있다. 우화각의 기둥옆에 걸쳐앉아서 계곡사이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우화각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 보니 시원함이 느껴진다.    






 송광사 대웅보전의 지붕 모양이 참 특이하다. 대웅보전은 신라시대에 지어져서 그간 수차례의 소실과 중건을 반복하다가 1988년에 확장하여 신축되었다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면 아(亞)자 모양으로 보인다. 송광사가 전반적으로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겸손함을 자아내는 데 비하여, 대웅전은 사면 모서리의 내외부에 화려하고 웅장한 장식을 해서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송광사는 절의 정중앙에 대웅전이 배치되어 모든 건물들이 여기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다른 절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대웅보전의 왼쪽에 승보전이 있는데 승보전은 송광에서만 볼 수 있는 건물이다. 승보전에는 부처님을 비롯하여 10대 제자와 16나한 등 1250명의 스님을 모신 전각으로 승보사찰이라는 명성답게 송광사를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승보전 왼쪽 옆에 놓여 있는 구시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이 구시는 송광사의 3대 명물로 4천명분의 밥을 넣어 두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조용한 경내에 사람들이 조금 더 있기는 했었지만 볕이 너무 뜨거운 날이라 모두들 그늘로 피해있는 상황이다.







 송광사에는 건물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승보사찰답게 주로 스님들이 거처하고 수행하는 건물들이 많은지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사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마저도 그 종소리가 스님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 하여 볼 수가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송광사를 둘러볼 때에는 정숙한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절 자체의 분위기가 워낙 고즈넉하고 엄숙해서 크게 떠들면서 돌아다닐 분위기도 아니다. 





 오늘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방문하면서 삼보사찰이라고 불리는 절은 모두 둘러보게 되었다. 삼보사찰은 세개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찰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다. 일단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불린다. 지눌, 혜심을 비롯해 조선초기까지 16명의 국사가 배출된 사찰로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승보사찰이라 한다. 합천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사찰이라 법보사찰로 불리고,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님의 영원한 법신인 진신사리를 모시고있는 곳이라 불보사찰도 불린다. 해안사와 통도사는 몇번 갔다 왔는데 송광사는 오늘 처음 방문해보았다.  






 송광사를 떠나면서 우화루와 우화각 그리고 계곡의 풍경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 우리나라의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숙함과 경건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송광사였다는 느낌이다. 송광사는 역사는 오래 되었으나 소실과 중건등을 거치면서 오래된 건축물보다는 근대 목조물 형태의 건축물이 많았다. 하지만 이어져온 오래된 유서깊은 기운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는 곳으로, 다양한 형식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순천에 온다면 한번은 들러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을 상당히 많이 흘린 날이었지만, 숲 길을 걷는 동안 느꼈던 그 청량한 느낌은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송광사를 가는 길은 2군데가 있다. 좁은 숲길이 있고 넓은 임도가 있는데 내려 올 때는 넓은 임도를 따라서 내려 왔다. 임도를 따라서 내려오면 계곡도 만나볼 수 있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송광사와 송광사를 오르내리면서 즐긴 여유로운 산책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