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2015 중앙일보 마라톤 (2015.11.1)

남녘하늘 2017. 9. 10. 00:09


 큰아들 제대하는 날이 한달 정도 남아 있는데 마침 말년휴가를 나와 있어서 오늘 함께 달리자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가족이 함께 가서 뛰었다. 나는 풀코스를 뛰었고, 집사람과 아들은 10km 코스를 달렸다. 일주일 전에 열렸던 춘천마라톤 대회날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힘들어 했는데 1주일만에 추워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춘천마라톤에서 열심히 달렸던지라 오늘은 무리해서 달릴 생각이 없다. 


 가족이 일찍 집에서 나와 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7시가 되지 않았다. 혼자서 왔으면 차를 가지고 오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터인데 오늘은 3명이 함께 움직이게 되어서 차를 가지고 나왔다. 오늘 대회는 우리은행에 있는 선배님이 대회신청을 해 주어서 참가비를 내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은행 부스에 가서 내 배번을 받고, 따로 참가신청을 하지 않은 집사람과 아들은 대회 신청을 해 놓고 참가하지 않은 사람의 배번을 전달 받아 뛰게 된다. 대회 준비를 위해서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데 날씨가 쌀쌀해서 갈아입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쌀쌀하지만 뛰면 땀이 날 것으로 생각되어서 싱글렛애 반바지 타이즈만 착용했다.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달리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다. 대회 메인스폰서인 우리은행에 다니는 채봉형님이 대회 신청을 해 주었는데 내 이름이 허남헌이 아니라 허남현으로 등록되어 있다. 형이 내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을리가 없고,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실수를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내 이름을 치면 기록이 나오지 않고 남현으로 조회해야 기록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참가비를 내지 않고 달릴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풀코스 출발 시간과 10km 출발시간이 달라서 가족과 헤어지고 내가 결승점에 들어오면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했다. 10km는 1시간 남짖 달리면 들어올 것이니 내가 들어올 때까지 3시간은 기다려 주어야 할 것이다. 주변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중앙마라톤은 강남의 교통통제 때문에 다른 대회보다는 1시간 빨리 출발한다. 8시에 종합운동장 앞 도로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기록에 대한 욕심없이 그냥 편안하게 완주를 하자는 것이 목표다. 지난주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역시 지난주 춘천에서 달렸던 후유증이 나오기 시작한다. 약간 속도를 내어 마음 뿐이다. km당 5분에 달리는 것도 힘들어지고 허벅지쪽에 버끈함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아도 미세한 근육파괴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초반부터 함께 달리던 런너스클럽의 친구와 선배께는 먼저 가라고 말하고 나혼자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기로 했다. 지난주 목표를 달성한 여유있는 사람의 심정이다. 정오로 가면서 날씨가 많이 풀리기 시작한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했지만 역시 복장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다.   





35km 지점에서 분당검푸마라톤 클럽의 유송화선배님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꿀물을 준비해서 회원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는데 내게도 하나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언덕이 나와서 힘들게 넘어 왔는데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또 지원품까지 받아서 잠시 꿀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대회신청을 했다가 중간에 포기를 했는지 배번을 달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따로 물어보지는 못했다. 이제 힘들어도 7km만 더 가면 결승점이다. 이제는 체력보다는 정신력에 좌우된다.   




 3시간 45분 17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전체 참가자 2만명 중에서 1,447등을 했다고 알려 준다. 지난주 춘천마라톤을 달리고 나서 다시 달렸는데 큰 부상없이 완주를 한 것에 만족한다. 포기하지 않은 당신이 아름답습니다라고 쓰여진 주경기장 앞에 붙어있던 플랜카드의 문구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중간에 힘들어서 그냥 걸어서 갈까, 아님 그냥 지하철타고 운동장으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까지 완주해서 또 하나의 완주메달을 챙길 수 있었다. 완주하고 나니 힘들었던 중간 과정이 모두 잊혀진다.     






 물품을 찾고 옷을 갈아 입고 나서야 가족과 연락이 되었다. 일찍 들어와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다가 풀코스 주자들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들어오는 것도 보고서 나를 만나려고 물품보관소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10km 달리기는 잘 끝냈고, 기록도 50분대로 잘 뛰었다고 한다. 코스를 제대로 안내해 주지 않아서 막판에 조금 헛갈렸다고 한다. 아침에 쌀쌀했던 날씨는 많이 포근해져서 보조 경기장에 있는 것이 따스하다. 가족과 함께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차를 세워 놓은 메인스타디움 앞쪽 수영장으로 가는 길목에 예쁜 국화꽃이 심어져 있어 사진을 찍었다. 국화 전시회라고 보기에는 수량이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잘 관리해 놓아서 보기에 좋았다. 역시 가을에는 국화가 가장 예쁘다. 나는 지난주에 이어서 뛰었지만, 집사람은 정말 오랫만에 마라톤대회에 참석했고, 큰 아들은 제대를 한달 남겨 놓고 그동안 부대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했는데 그 실력을 측정해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내년에도 온 가족이 함께 했으면 좋을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 희망사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