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새해 첫 마라톤 대회는 수원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여수마라톤에서 시작한다. 새벽 4시 20분에 수원시청에서 클럽에서 준비한 단체 버스를 타고 여수로 이동했다. 우리 클럽에서 대회 참가하는 회원이 41명이고 자원봉사하는 사람이 4명으로 45명이 대규모의 인원이 버스를 꽉 채워서 내려간다.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나왔기에 내려 가면서 잠이라도 조금 보충해 주어야 하는데 생각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겨우 비몽사몽간에 얼핏 잠이 들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번 멈춰선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여수로 이동, 좁은 버스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전국 최고 난코스라고 소문난 여수마라톤 대회다. 언덕이 많아서 힘들고 바닷가에 바람 때문에 한번 더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새해 벽두에 열리는 대회로 겨우내 다져왔던 연습을 결과를 체크해 보기에 좋은 대회여서 전국의 달림이 들이 많이 참가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그간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고성마라톤 대회는 여러번 참석해 보았는데, 여수마라톤 대회는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다.
여수 엑스포장에 대회본부가 있었다. 지방대회로서는 꽤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탈의실과 물품 보관소가 실내에 마련되어 있었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물품보관소가 실내에 있는 것을 접한적이 있었나 싶다. 외국대회에서는 자주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국내대회에서는 처음인 듯하다. 추운날씨에 밖에서 고생하지 말고 따스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새벽 일찍부터 바쁘게 움직였더니 비교적 일찍 도착한 편인가보다. 물품 보관을 한 참가자가 많지는 않다.
옷을 갈아입고 대회장으로 이동한다. 야외행사장에서는 여러가지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는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태권도 선수들의 단체 무술시범이 흥미로웠다. 날씨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덜 춥다. 아침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어떤 복장으로 뛸 것인지 고민을 했는데 바닷가에 바람이 불면 추울 것을 대비해서 겨울복장을 착용했다. 나중에 달리면서 엄청 후회하게 된다. 다만 출발하기 전까지는 이 복장이 유용했다. 풀코스 출발이 아침 10시여서 출발까지 여유는 있지만,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할 여유는 없다. 여수 엑스포가 열렸을 때 한번 다녀간 장소라서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춘천마라톤과 중앙마라톤 대회 참가 이후 연습이 부족했고, 또 새벽부터 여수까지 내려오느라 넘 피곤함도 있어서 오늘 대회는 장거리 훈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여수 날씨가 영상 2도라고 하는데 이 정고 기온이면 기록을 내기에는 최적의 날씨라고 생각된다. 회원들과 함께 소풍을 온다는 생각에 따라 나선 여수행이었기에 부담없이 뛸 생각이다.
여수마라톤 대회에 풀코스 참가자는 500여명 정도 되는 것 같고, 대부분은 10km와 5km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이 풀코스를 뛸 수는 없을 것이다. 풀코스 선수가 많지는 않지만 출발선상에 모이니 5백명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출발하기 앞서 사진 자원봉사를 나온 수원마라톤클럽의 선배가 회원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 주어서 사진이 풍년이다. 오늘은 연습이 부족하니 기록 욕심을 낼 수도 없을 뿐더러, 완주를 걱정해야 한다. 대충 4시간 안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엑스포행사장에서 오동도까지는 환상적인 코스다. 그 이후는 업다운의 연속이다. 여수 코스는 산악마라톤 코스나 다를 바 없다. 여수에 와서도 오동도 구경을 제대로 한번 해보지 못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지나쳐본다. 오동도를 나와서 거북선대교를 통해서 돌산도에 가서 1차 반환점까지 뛰어 갔다 온다. 교통통제로 인해 차가 다니지 않는 거북선 대교를 지나치는 것은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언덕의 구간이 시작되면서 끊임없는 언덕이 이어졌다.
돌산도에 들어와 1차 반환점을 되돌아 오는데 클럽회원 중에 한분이 이름을 부르면서 사진을 한장 찍어 주었다. 오늘 대회 주최측에서는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지 중간에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로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클럽의 동료들이 찍어준 사진들이다.
달리는 중간에 터널 구간이 있었다. 폭이 좁아서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일제시대때 만들어진 터널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터널에 조명도 없었는데 근래에 조명을 해 놓았다고 한다. 오늘은 달리는 주자를 위해서 도로를 완전히 통제하니 기분좋게 지나지만 옛날에 조명도 없는 터널을 다니려면 고생 했을 것 같다. 터널을 지나면 해안절결이 나온다. 바닷가에 레일 바이크를 만들어 놓아 가족 단위로 레일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여수가 바닷가이고 매년 대회 때마다 추웠다고 이야기 들어서 복장을 따뜻하게 하고 뛰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침에 출발할 때도 영상 2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따스해지고 바닷가 바람조차 불지 않으니 나중에는 윗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추위에 너무 대비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언덕이 많아서도 힘들었지만 체온이 너무 올라가는 바람에 더 힘든 레이스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겨울에는 달리기 복장을 선택하는 것이 늘 어렵다.
너무나 긴 언덕이 많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긴 언덕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천천히 달리더라도 걷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뛰지만 거의 걷는 수준이다. 여수마라톤 대회가 주니는 많이 했는데 달리는 도중 거리표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고생했다. 대회 막판에는 어느정도 달려 왔는지 보면서 심리적 안정감도 찾고 레이스 운영을 위해 체력안배도 해야 하는데 짜증이 났다. 지친 몸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는지 나중에는 배도 고프고, 어려움이 많았다.
4시간 2분 14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언덕이 많은 코스여서 기록이 좋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4시간은 넘기지 않으려고 생각했는데 막판 힘이 딸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중간에 거리표시만 되어 있었어도 체력안배를 해서 3분은 빨리 들어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결승점 근처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힘들지 않은척 포즈를 잡으면서 들어왔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회원들과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떡국부터 한그릇 먹었다. 나중에 맛있는 것을 먹어여 하는데 당장 배고프니 어쩔 수 없다.
대충 정비를 취하고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풀코스를 달리지 않았으면 뛰고 들어와서 여유가 있어 오동도에도 한번 가보고 주변 구경도 했을 터인데 오늘오 풀코스에 욕심을 내는 바람에 그 멀리 여수까지 와서 달리가만 하고 돌아오게 된다. 풀코스를 달리고 들어오면 대회장도 늘 파장 분위기여서 조금은 썰렁하기도 한다. 미리 섭외해 놓았던 식당은 클럽 회원이 잘 아는 식당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어 주었다. 결승점에 들어와서 배가 너무 고파서 떡국 먹은 것이 후회된다.
오늘 여수마라톤 대회에 우리 클럽의 회원중 한명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5년 연속 우승인데 클럽에서 우승 할 것으로 생각하고 프랜카드까지 준비해서 갔다. 내가 클럽에 가입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회원과 이야기도 나눠 보지 못하고 친하지도 않지만, 같은 클럽의 회원이 잘 달리고 대회 우승까지 하니 기분이 좋다. 오늘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받은 상금을 뒷풀이 비용에 많이 보탰다. 덕분에 더 뒷풀이 행사가 풍성해 진 듯하다. 우리 클럽에서도 대회에 참가한 인원이 많아서 단체 참가 포상금도 받았는데 따로 쓰지 않고 클럽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클럽이다.
식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처럼 출발해서 내려 왔는데 달리기만 하고 밥먹고 바로 출발하니 아쉽다. 내가 개별로 내려 왔다면 당연히 주변에 있는 몇 곳이라도 둘러보고 올라 올텐데, 다들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그냥 가려하니 말은 하지 않아도 조금 답답하다. 오고 가는데 10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한두시간 늦어진다고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인 모양이다. 혼자 떨어져서 구경하고 올 수도 없어 그냥 함께 올라왔다.
관광도 하지 않고 올라온 것만 빼면 오늘 여수마라톤 대회는 잘 왔다고 생각한다. 힘들기로 유명한 대회에 참석해 보았으니 다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지난 겨울 훈련이 부족했는데 훈련삼아 달리기를 했으니 적당한 훈련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클럽회원들과 여행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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