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함으로서 연속 16번째 참가 기록을 가지게 된다. 30대에 첫 출전을 해서 50대 중반이 되었다. 2001년 동아마라톤은 마라톤 풀코스 첫 참가대회로 첫 풀코스 완주한 대회이고, 20016년 동아마라톤은 Sub-3를 달성한 대회였다. 올해로서 연속 16년 연속으로 참가하는 대회인지라 동아마라톤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럼에도 대회 주최측의 대회 운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참 아쉬운 것이 많은 대회이기도 하다.
아침 4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7시까지 전에 광화문에 도착해야 햇는데 버스가 오지 않아서 시간이 굉장히 빠듯해졌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국세청 지하에 가서 목동마라톤클럽의 이명규씨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수원마라톤클럽 갑장 친구인 구영덕을 만나서 함께 갔다. 오늘 날씨는 서늘하기는 하지만 예년보다는 3-4도 정도 기온이 높아서 준비한 옷 중에서 짧은 타이즈와 반팔 셔스에 나시티를 입기로 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해버려 정작 아침에 바쁘다.
출발 전까지 날씨가 조금 서늘했다. 달리기 복장 위에 준비해온 우의를 걸칠까 고민하다가 우의까지 걸치지 않아도 될 듯해서 달리기 복장으로나왔다. 그나마 오늘 날씨는 비교적 좋은 편인데, 공기 상태는 별로인 듯하다. 동아마라톤 대회는 도심 대로를 달려 특별하지만 도심의 매연을 견디며 뛰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미세먼지가 대회 기록과 건강에도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다. 대회출발은 8시지만 출발장소와 도착장소가 달라 짐을 빨리 맡겨야 해서 늘 동아대회는 아침이 바쁘다. 부지런히 짐을 맡기고 수원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수원마라톤클럽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달리는 동아마라톤 대회여서 오늘은 수원마라톤클럽의 복장을 입기로 했다. 수원마라톤클럽 회원들도 숫자가 많아서 오늘 동아마라톤 대회에 100명이 넘게 참가한다. 클럽에 소속하지 않고 독립군으로 달려도 상관은 없지만, 클럽 활동을 하면 소속감도 생기고 외롭지 않게 함께 훈련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수원으로 이사 와서 2년간은 혼자서 달렸는데 역시 혼자 달리니 연습을 할 때에도 스스로에게 쉽게 타협하게 되고 효과가 없어서 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가입하니 동기부여도 되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오늘도 함께 모여 출발하기에 앞서 사진도 찍고 서로에게 격려도 하고 있다.
어제는 다음주에 있을 산행을 대비한 광교산에 예비산행까지 했는데 오늘 달리기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편한 상태로 완주만 하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난달 교토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이후 장거리 훈련이 거의 안된 상황이라 목표를 과도하게 잡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훈련으로 인해 대회 후반에 힘들게 달릴지 몰라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오랜 대회 참가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회 출발 직전의 긴장감과 설렘은 여전하다. 명예의 전당 그룹이어서 대회 출발은 어디에서 해도 되는데 오늘은 B그룹에서 하기로 한다.
드디어 출발. 페이스 메이커 상징인 노란 풍선을 보면서 3시간 50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출발선을 지나 광화문 앞 도로가 엄청 넓음에도 불구하고 주자들이 너무나 많다. 조금 지나 남대문 앞으로 가니 주로가 꽉 막혀서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어짜피 주자들을 추월할 생각이 없으니 그냥 물 흐르듯이 앞선 주자를 따라서 가기로 한다. 청계천에 진입하니 주로가 더 좁아진다. 규모가 조금 작은 대회는 5km쯤 지나면 주자간의 거리가 생기는데 역시 동아마라톤 대회는 참가자가 많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10km를 지나면서 반팔 셔스를 벗어서 허리 뒷쪽 바지에 걸치고 어깨결이 셔스만 입고 달렸다. 일교차가 큰 날씨여서 아침에 출발할 때는 다소 쌀쌀함을 느꼈는데 달리기 시작하니 바로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서 반팔 셔스가 너무 덥게 느껴졌다. 달리기를 하면서 옷을 하나 벗고 달리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기록에 욕심이 있으면 조금 서늘한 것이 좋은데, 천천히 달리면 따뜻한 것이 낳다. 잠실대교를 지날 무렵에는 뚝섬에서 출발한 10km주자들까지 합세해서 도로가 많이 복잡해졌다. 10km 주자들이 주로를 막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주로에 사람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선두권의 주자가 지나간 뒤에 중간 정도 달리는 주자들이 골인하는 것에 맟추어서 출발을 시킨 것 같다.
운동장 가까이 도착할 무렵 몸 속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고 발바닥과 허벅지 안쪽 부분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운동부족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140번을 뛰어도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이제 1km 남짖 남아 있지만 막판 스퍼트는 하지 못해도 함께 달리는 사람들에게 쳐지지는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나는 막판 스퍼트를 하지 않는다. 막판 스퍼트를 잘못하고 부상을 당하기 쉽고, 막판 스퍼트를 할 힘이 남아 있으면 달리는 도중에 더 집중해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km도 남지 않았는데 정신력으로 나간다.
3시간 40분 35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마음에 들 정도로 썩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을 감한할 때 예상보다 잘 뛰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 들어서 1월달에 여수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 2월에 교토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서 달린 훈련의 결과가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달리고 나서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 사실 오늘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어제 산행도 하고 왔었다. 달리기를 하기 전날 산행을 하면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달리면서는 힘이 들어도 완주를 하고 나면 다음 대회는 어디를 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도 지난 겨울 훈련이 충분하지 않아서 기록을 더 줄이지는 못했고, 막판 운동장에 들어올 무렵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면 그 고통은 모두 사라지고 완주의 기쁨만 남는다. 대회 이후 따스한 봄날에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다른 해와는 달리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옷을 바로 갈아입지 않다고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완전히 풀렸다. 봄날 같은 날씨다.
수원마라톤클럽에서 잠심운동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서 주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자원봉사를 나온 회원들이 제법 많았다. 나도 앞으로 동아마라톤 대회에 4번만 더 참가해서 연속 20회를 달리고 나면 메이저 대회에서도 가끔씩은 자원봉사도 할 생각이다. 음식을 나르는 일은 하지 못하겠지만, 주로에서 회원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간식을 나누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주로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회원을 만나지 못해 주로에서의 사진은 몇 장 없다.
늦게 들어온 회원들까지 대략 식사를 마치고 나서 수원마라톤 클럽의 동아마라톤 대회에 대한 결산이 있었다. 오늘 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한 이재혁님과 곽선화님에 대한 축하와 오늘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Sub-3를 달성한 이은섭님과 진호승님의 축하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를 위해 자원봉사를 한 회원들과 또 물품을 찬조한 회원에 대한 감사의 시간도 가졌다. 클럽에 활성화 되려면 달리기가 우선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회원간의 융화가 중요한데, 수원마라톤클럽은 그런 면에서 모범이 되는 클럽이라고 생각된다. 회원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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