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국립박물관에서 백제 금동대향로를 보고 나서 당초 구경하러 가려던 궁남지 대신에 능산리 고분군으로 향했다. 부여에 내려 오면서 가 보려고 마음 먹었던 모든 곳을 하루에 모두 돌아 볼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고, 시간이 흘러서 이제 한 곳밖에 더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물관에서 보고 감탄했던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에 능산리 고분군의 한 진흙 수로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백제금동대향로를 부여 부여박물관에서 보고 나서, 궁남지 대신에 능산리 고분군으로 이동한 것이다. 백제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군은 능산리산 중턱에 앞 뒤 2줄로 3기씩 있고, 뒤쪽에 고분이 1기가 더 있어 모두 7기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백제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할 뿐 무덤의 대부분이 도굴당하여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남쪽 경사면에 자리 잡은 무덤들은 왕, 왕족, 상류층의 분묘로 추정된다는데 경주에서 보았던 신라의 거대한 능과 비교해 규모가 무척 적었다. 능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일반 백성의 부역이 힘들었을 것인데, 그런 점에선 능산리 고분군은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출입구에서 볼때 고분군을 먼저 구경하는 것이 순서일 듯한데, 혹시 시간이 늦어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서쪽에 있는 고분군 전시관을 먼저 둘러 보기로 했다.
고분군 전시관으로 이동중에 능산리사지와 나성 유적지가 보인다. 나성은 현재 발굴 작업중인지 가까이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었고 능산리사지 쪽에서 검은 장막으로 길게 덮혀진 나성의 형태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성 앞쪽으로 있는 넓은 터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발굴된 능산리사지(陵山里寺址)다. 능산리사는 백제 위덕왕 14년(567년)에 성왕의 명복을 빌기위해 창건되었다가 660년 백제가 멸망하면서 폐허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백제 금동대향로와 창왕 명석조사리감이 출토되어 절의 축조 연대 및 발원자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능산리사지 옆에는 고분처럼 만들어진 능산리 고분군 전시관이 있다. 마치 왕릉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이 드는 왕릉모양의 입구가 이색적인 능산리 고분군 전시관에는 능산리고분군과 능산리사지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전시되어 있었다. 백제의 분묘 구조를 한 눈에 이해 할 수 있는 시기별 무덤 모형과 백제인의 건축 기술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능산리사지 복원 모형을 볼 수 있었고, 백제 금동대향로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통해 백제인의 문화와 기술 수준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구분군 전시관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빈터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능산리사지 모형도와 부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에 대한 설명 자료들이다.설명 자료를 이곳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니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고분군 전시관에서 나와 고분군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이동한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우리 일행 이외에는 관람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평일이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다가 문을 닫을 때가 다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고분군으로 이동중에 1호분의 보존을 위해 실물 크기의 모형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 가 보았다. 생각보다 크고 바닥은 네모 반듯한 돌을 깔아 놓았고, 천정엔 연꽃과 구름 문양이 그려져 있고 벽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다. 사신도는 주로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백제 고분 중에는 공주 송산리 6호 분과 능산리 동하총에 있다고 한다.
부여 능산리고분군은 능산리산 남쪽 경사면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사비시대(538~660) 무덤들로 동,서와 중앙에 각각 무리를 이루어 모두 3군 16기로 분포되어 있다.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군은 중앙의 전 왕릉군 7기로 앞뒤 2줄로 3기씩 있고 뒤쪽 제일 높은 곳에 1기가 있다. 신라 고분은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발굴되어 많은 유물이 있고 묘의 주인까지 추측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능산리 고분군에 있는 고분은 무덤의 크기로 보아 왕릉으로 추정하지만 도굴로 인해 부장품은 거의 남아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참 한심하고 무식한 일이다.
능산리 고분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부여의 몇 몇 곳을 돌아다녔지만 봐야 할 곳의 절반도 보지 못한 상황이다. 하루만에 부여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차체가 잘못된 것이였으을 늦게 깨달았다. 나머지 가보지 못한 곳은 다시 시간을 내어서 한두번 더 방문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하루를 부여에서 잠자고 내일 아침에 공주로 넘어갈까 생각하다가 오늘 수고스럽더라도 이동하면 내일 시간활용을 더 잘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능산리 고분 관람을 마치고 바로 공주로 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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