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박물관에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박물관에서 송산리 고분군 주차장으로 가는 산 둘레길 산책로를 따라서 걸어 가 보았다. 멀리 고풍스러워 보이는 기와집이 많이 있는 공주한옥마을과 충청감영 복원지인 선화당과 활을 쏘는 국궁장의 넓은 뜰이 보인다. 상당히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선화당(충남유형문화재 제92호)은 조선시대 충청도 도청이 충주에서 공주로 옮겨지면서 관찰사가 행정업무를 처리하던 곳인데 오늘 여행 일정에는 빠져 있어서 가보지 못하고 이렇게 지나치면서 잠시 구경하게 된다.
대도시와는 달리 공주는 걸어볼만한 길들이 참으로 많은 듯하다. 박물관에서 무열왕릉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도 걷기나 뛰어 보기에 좋은 길이었다. 주차장 근처에 카페와 공예품을 판매하는 전시장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이 곳까지 오는 길이 인상 깊었다.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쳤으면 보지 못했을 길을 차를 가지고 오지 않고 걸은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는 기분이다. 공원처럼 만들어 놓아 중간에 정자도 있고 볼거리도 많았다.
산책길에서 보았던 공주 한옥마을을 잠시 들러 보았다. 원래 한옥마을은 굳이 들어갈 계획이 없었는데 아침에 산길을 따라 걸으면서 덥기도 하고 음료수라도 사 먹으면서 구경해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잠시 방문한 것이다. 한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조선시대 세워진 충청 감영의 정문인 포정사문루(布政司門樓)이 보인다. 조선 후기의 감영 건물은 49동 481칸에 이르렀지만 1932년 대전으로 도청이 이전된 후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철거되고 지금은 선화당과 포정사 문루, 동헌 등의 건물만 이전하여 복원된 상태다. 감영은 가보지 않고 바로 한옥마을로 구경하러 간다.
한옥마을에는 식당 및 편의점 등 편의 시설 뿐만 아니라 어른아이 모두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장도 있었다. 또한 그냥 볼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낮에는 공주 관광지를 여행하고 저녁에는 전통 가옥 한옥 또는 초가에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고려 현종 임금 일천년 공주기념비와 조선 인조임금 공주 파천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모두 공주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한옥마을의 한옥 이름은 공주시의 행정 구역 1읍, 9면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숙박을 할 것이 아니어서 마을 산책을 하지 않고 도화관이라고 불리는 식당가에 들러서 아침을 먹은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식사 대신에 간단하게 음료수를 한잔했다. 공주에 와서 여행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잠시 들렀는지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 만났다. 식당 앞쪽으로 조그마한 정자를 만들어 놓아서 정자에서 잠시 여유를 부려 보았다.
한옥마을에서 나와 석장리 선사유적지를 찾아가던 중 공주 박물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커다란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내려서 구경을 했다. 웅비탑이라고 불리는 이 탑은 백제의 치미와 당간지주의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높이 15.6m의 탑이다. 충남 개도 100주년을 맞아 충남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해 세운 탑이라고 한다. 탑 양쪽에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배치해 놓았다. 주변에 곰나루 국민관광단지가 있는 모양이다.
아들이 꼭 한번 가 보았으면 해서 포함시킨 장소가 석장리 선사유적지였다. 석장리유적은 금강과 접한 산의 완만한 경사면이 만나는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석장리 구석기유적의 발굴은 우리나라에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여러 문화층이 단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한 최초로 알게해준 유적지이다. 그런 의미있는 장소인지라 아들이 한번 가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선사유적지에 있는 석장리 박물관 입구에는 석장리 출토 유물 중 대포적인 주먹도끼를 형상화 모습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먼저 선사공원이 나온다. 야외 전시장 한복판에 선사인들의 대표 주거형태인 움막집을 중심으로 선사인들의 석기 만드는 사람, 사냥하는 사람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석장리 지역에서 자생했던 식물과 동물, 선사시대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석장리 선사유적지는 연세대학교 박물관과 한국선사문화연구소에서 12차례 발굴했던 유적지로 1990년 10월에 사적 334호로 지정되었다. 선사공원에 있는 가로등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을 써 놓았다. 석장리 출토 대표 석기 5점의 모형과 구석기인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장리박물관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면 구석기 문화 전반을 알 수 있게 다양한 주제의 전시물이 있다. 구석기에서 청동기에 이르는 선사문화를 자연, 인류, 생활, 문화, 발굴이라는 5가지 테마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석장리 유적은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구석기 고고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유적으로, 공주지역이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오랜 터전임을 증명한 유적지이다. 다만 내용물이 어른 보다는 어린 아이의 수준에 맞춰 놓은 듯 교육적인 느낌이 강해, 전곡 선사박물관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들이 한번 와보고 싶어하기는 했어도 내용물에서 약간 실망을 하는 모습이다.
야외에도 전시물이 일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선사유적지를 한번 방문해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할 뿐 기대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면 좋을 듯 싶다. 선사시대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삶의 흔적만 남아 있어 그 흔적으로 그 당시의 문화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석장리 선사유적지가 금강변을 끼고 있어서 여유만 있다면 금강변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산책길에 따라서 한번 둘러 보아도 좋을 듯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더 좋은 산책길을 다녀 보아서 이곳에서의 산책은 생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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