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람바난 사원을 나와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플라오산 사원(Candi Plaosan)으로 이동했다. 많은 관광객은 프람바난 사원 군만 보고 되돌아 가지만 주변에는 플라오산 사원 등 가봐야 할 곳이 많다. 세우사원을 둘러보지 않은 대신에 플라오산 사원을 보려고 왔다. 여행사를 통한 투어를 하게 되면 통상 정해진 곳만 가기 때문에 주변의 볼거리를 놏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서양사람들은 꼼꼼하게 여행 준비를 하고 오토바이 등을 빌려서 주변의 사원군을 둘러 보는 것은 여행을 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라오산 사원은 8세기경에 건축된 불교 사원으로 프람바난 사원과 비슷한 시기의 사원이다.
플라오산 사원은 북측사원(Candi Plaosan Lor)과 남측사원(Candi Plaosan Kidul) 등 2개의 사원 군과 그 외의 보조사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힌두 유적인 쁘람바난 사원(Candi Prambanan)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고, 이곳을 오기 위해 뛰어 넘어버린 불교 유적인 세우 사원(Candi Sewu)에서 1km 떨어져 있다. 842년에 만들어진 사원은 그간 화산 폭팔과 지진의 영향때문에 모두 무너져 버렸는데 이곳 역시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메인 사원을 비롯해서 몇 개만 복원되고 아직 무너진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사원의 규모도 상당히 큰 편으로 남북으로 있는 2개의 주사원은 서쪽을 향하고 있다. 사원의 내부 중간에 있는 방에는 3개의 불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2개의 불상만 남아 있고 중간에 있던 주불은 이미 약탈당한 상태라고 한다. 가운데 있는 방에서 연결되는 내부 좌우 측에 있는 방도 구조는 중간방과 비슷하며 이곳의 불상도 일부가 분실되었다. 건물 외벽에도 여러가지 벽화가 부조되어 있는데 오늘 아침부터 워낙 세계적인 문화재의 작품을 많이 보아서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이 사원을 처음 왔다면 굉장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사원 둘레에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각각 사각형 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쌓아 올려 담처럼 경계를 구분했다. 돌담 바깥쪽에는 쁘르와라(Perwara)라고 부르는 보호사원 174개가 3열로 두 사원을 에워싸고 있다. 보호사원 상부에는 스투파(Stupa)라고 부르는 종모양의 탑이나 사각모양의 탑이 올려져 있는데 계속해서 복원을 해 오고 있는 중이다. 무너져 내린 것과 복원을 해 놓은 것을 보니 확연하게 다른 느낌인데, 언제 모두 복원이 될지 걱정이다.
북쪽의 사원은 1962년에 복원이 완료되었다고 하고 남쪽에 위치한 사원은 1990년대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주변에 보이는 것처럼 무너진 돌더미로 있었을 것이다. 주 사원이 있는 북측에는 또 다른 비슷한 규모의 사원 터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사원의 주탑은 형체를 알 수가 없다. 마치 전쟁을 치른 뒤의 폐허와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주 사원을 중심으로 복원은 모두 끝나지 않았지만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차분하고 품위있는 느낌이 드는 사원이다. 남은 보호사원들도 빨리 복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플라오산 사원을 출발해서 오늘 끝으로 들러야할 이조사원(Candi Ijo)으로 이동했다. 이조 사원은 족자카르타 동쪽 높은 언덕에 자리한 사원으로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원이다. Ijo는 자와어로 녹색이란 뜻으로 사원 그 자체는 사원과의 차이점이 없지만 이 사원의 매력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장점은 다른 사원들이 입장료를 받는데 이곳은 입장료가 없기도 하다. 입장료 대신에 인원 파악을 하는 목적 때문인지 개인 신상정보를 적게 한다. 이름과 함께 국적과 방문한 날자 정도만 적으면 된다. 다른 사람들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외국인은 많지가 않다.
차을 타고 20여분 올라 온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당연히 전망이 좋아서 저녁에 일몰을 구경하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사원이라고 한다. 오늘도 현지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찾아와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멋있다고 해서 일부러 오늘 일정의 제일 끝으로 잡았는데, 하늘에 구름이 너무 많아서 멋진 일몰을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곳에서도 머라피 산(Gunung Merapi)이 보인다고 하는데 시야가 밝지 못해서 이곳에서도 머라피산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오늘 하루종일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프라오산 사원에서 시간을 보니 많이 지체되어진 것 같아 이조사원까지 들렀다 갈지를 상당히 고민했었다. 사원에서 생각했었던 멋진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이조사원을 방문하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그냥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족자카르타를 비롯한 넓게 펼쳐진 아랫쪽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치 산행을 와서 정상에서 산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아래를 내려다 보는 풍광은 구름이 많기는 했어도 그런대로 멋있었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있었다면 더 멋진 풍광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탑같은 4개의 건축물만 남아 있고, 아랫쪽으로는 아직 복원하지 못한채 여기 저기 뒹굴고 있는 바위만 널부려져 있고 오래된 세월의 흔적만 보인다. 오래전 이곳에 사원을 만들던 사람들도 멋진 풍광을 바라보는 곳에 사원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곳까지 돌을 옮기는 사람들은 수고가 많았을 것이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 사원인지라 복원에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 듯하고, 복원되어 있는 사원들도 제대로 맞춰서 복원하지 못한 것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이곳에서도 야외 결혼 사진을 찍는 현지인을 볼 수 있었다. 메인이 되는 사찰을 선점하고 아주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참고 기다려 주었다. 우리도 급할 것이 없어서 아무말 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더니 사진을 찍는 스텝들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주변에 이런 장소가 많이 있겠지만 이곳에 결혼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인 모양이다. 나중에 축하한다고 인사를 했더니 사진 한장 같이 찍자고 한다.
도착한 시간이 일몰시간이 되어 가고 있어서 조금 더 머물면 해가 지는 것까지 보고 갈 수 있었겠지만 서쪽 하늘에 구름이 너무 많아서 제데로 된 노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족자카르타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를 렌트하면서 12시간 함께 있기로 했는데 조금 늦어지면 돈으로 해결하면 되지만 약속했던 시간을 지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투어계약은 회사와 했기에 오늘 함께 다닌 가이드겸 기사한테 이조사원을 출발하기 전에 팁을 챙겨주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올라올 때는 이 정도 높이를 올라온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려가면서 보니 경사가 꽤나 급했던 것 같다. 현지인들은 차 없이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어두운 길을 내려오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이 근처에 비슷한 조망을 볼 수 있는 사원인 라뚜 보코(Ratu Boko)사원도 있지만 입장료가 제법 비싸다고 한다. 간단한 식사도 준다고 하지만 굳이 식사까지 할 이유가 없어서 선택했던 이조사원이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공항 앞쪽 길이 아니라 눈두렁 길같은 좁은 길이었는데 덕분에 막히지 않고 시내에 들어오게 된다. 이런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길이 막혀도 공항 앞쪽길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말리오보로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히 정비를 취하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첫날 밤에 와서 차를 한잔 했던 쁘라위로따만(Prawirotaman) 지역의 TJ cafe를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시간상으로 봐서 영업을 마칠 시간이 아닌데, 무엇인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일부러 찾아 왔는데 아쉽다. 멀리 쁘라위로따만까지 왔으니 이 지역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주변을 돌아 다녔다.
오늘 보아도 쁘라위로따만 지역에는 서양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족자카르타에 대한 그들만의 정보 공유가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여행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고, 그나마 족자카르타에는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을 구경하러 오는 패키지 여행만이 있다 보니 이런 좋은 숙소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않았던 탓이다. 다음에 배낭여행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굳이 말리오보로 거리에 숙소를 정하지 말고 쁘라위로따만 지역에 숙소를 정하면 좋을 듯하다. 숙소도 저렴하고 굳이 미리 얘약해서 올 필요가 없다. 현지에서 상태를 보고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외국인이 많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사람이 많은 곳이 분위기도 좋고 다른 집에 비해서 무엇인가 낳을 것이란 생각에 선택했다. 들어가니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 도저히 식사를 하기에는 불편한 자리를 배정해 주었는데 조금 있다가 편한 곳으로 변경해 주었다. 역시 사람이 많았던만큼 식사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다.
저녁식사와 차를 한잔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베짝을 이용했다. 오늘 길에 크라톤이 있는 하얀 담장 길을 거쳐서 오게 된다. 내일은 지금 지나치고 있는 크라톤을 방문해서 돌아다닐 생각이다. 오늘은 하루동안 너무 많은 것을 구경해서 뿌듯한 느낌이다. 족자카르타에서 세번째 밤을 맞는다.
(1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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