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가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신문에서는 2002년부터 마라톤 대회를 주관해 왔는데, 올해 대회는 유권자의 날을 기념하는 대회였다. 지난 주 국회의원 선거까지 있었던 터라 더 의미가 있는 대회가 아닐까 싶다. 이번 대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 수원마라톤 클럽의 이재광 회장님이 투표 잘해 주어서 고맙다는 의미로 회원을 무료로 대회에 초대해 주었다. 덕분에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이어진 더운 날씨때문에 아침에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한낮 온도가 30도가 넘을 것이라고 해서 대회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해 놓아서 어쩔 수 없이 상암동으로 이동했다. 월드컵 공원 평화의 광장에 도착하니 대회 기념품으로 나눠준 셔스를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는데 너무 색상이 노랗다. 한눈에 보아도 품질이 좋아 보이지 않아 앞으로 입을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나를 주더라도 입을만한 것을 주었으면 좋겠다.
클럽의 회원 대부분은 오늘도 관광버스를 빌려서 함께 올라 왔는데 몇 몇 사람만 개별 출발해서 상암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 도착했다. 나도 개별로 출발해서 평화광장에 도착해서 이곳에서 배번을 전달 받았다. 오늘은 하프, 10㎞, 5㎞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참가했다. 대회가 시작되는 9시경에 기온이 벌써 23도를 넘어가고 있고, 한낮에는 30도가 넘는 날씨라고 예보되어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5월이 8월의 한여름같은 날씨다.
클럽 회원들과 달리기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는데도 땀이 흐른다. 드디어 출발 라인으로 이동하는데 그늘 한점 없는 주로에 서니 오늘 대회가 어떨지 감이 잡힌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모두 무리하지 않고 달려야 할 것 같다. 사회자인 배동성씨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오늘은 특히 달리면서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쓰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대회 주최측에서도 예상치 않았던 더운 날씨에 사고가 일어날까봐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9시에 출발했는데 조금 달려서 도착한 한강 주로는 그늘도 없고, 강렬한 햇살에 생각보다 이르게 갈증과 피로감이 밀려왔다. 부담없이 km당 5분의 속도로 달릴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 걷지 않고 완주만 하자는 것으로 변경했다. 속도를 조금 줄여서 달리니 조금 편해지기는 했어도 힘든 달리기였다. 비교적 앞쪽에서 달려서 몰랐는데 뒷쪽에서는 어려 사람이 탈진으로 쓰려졌던 모양이다. 그래도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것이 스스로 대견스럽다. 기록은 무의미한 대회다.
중간에 왜 이런 날 뛰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뛰는 것이 힘들어 마지막에는 걷고 싶기도 했지만 끝까지 걷지 않고 뛰어서 들어왔다.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어서 완주만 하는 것으로도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 위안 삼고 완주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달리면서 보니 자원봉사를 나온 학생들이 땡볕에서 아래에서 고생하고 있어서 안스러웠다. 파라솔이라도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뛰었어도 결승점을 통고하니 웃음이 나온다.
물품보관소에 가서 맡겨둔 짐을 찾을 때까지도 흐르는 땀이 멈추질 않는다. 오늘 이봉주 선수가 와서 5km 달리기도 하고 갔다고 하는데 행사만 마치고 그냥 간 모양이다.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날이 많이 더워도 그늘은 뙤약볕과는 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그늘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정말 열대지방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회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우리 클럽의 부스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너무 더워서 주로에서 물만 마시고 뛰었는데, 결승점을 통과하니 허기가 몰려왔었다. 우리 클럽 회원들은 다시 수원에 내려가서 식당을 잡아 뒷풀이을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나는 집에 갈 때에도 따로 갈 계획이어서 이곳에서 간단하게 먹거리를 먹었다. 날은 덥지만 텐트 그늘에만 있어도 한결 낳다. 오늘은 기록 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오늘 대회장에서 친구인 최병주부부를 만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는 것이 아닌데 복장을 하고 있어 물어보니 자신이 속한 클럽에 한분이 선관위에 근무하고 있어서 선관위 복장을 했다고 한다. 나처럼 무료로 참가했다고 한다. 요즘 직장때문에 포항에 내려가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대회에 참가하니 친구까지 만나게 된다. 날씨가 더워서 다음에 따로 보자며 헤어졌다. 부부가 함께 달리고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 수원마라톤클럽의 친구인 구영덕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 함께 왔다. 오늘 달리기가 나만큼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건강해 지려고 달리는데 달리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신의 건강만 믿고 무리하는 것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대회 신청을 했더라도 과감히 포기하는 현명함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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