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모임에 가입한 이후 산악회 시산제 행사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다. 산악회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산악대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겨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냥 일반 회원으로서 산에만 따라 다니면 좋을 듯한데 회원을 위해서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시산제 행사와 산행을 하는 곳은 청계산으로,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신분당선이 개통되어서 청계산으로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행사에 많은 회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도 많이 했고, 행사에 참석하는 회원을 위해서 선물도 많이 준비했다. 산악회에서는 공식적으로 등산용 의자를 준비했고, 개별적으로 회장과 이병덕 선배님, 이영우회장님이 선물을 챙겨 주었다. 참가만 해도 많은 선물을 챙겨갈 수 있다.
회원들은 개별적으로 시산제 장소로 찾아오거나 신분당선 청계산역에 모여 있으면 식당에서 픽업을 하러 나가 주기로 했다. 나는 시산제 준비때문에 오늘은 청계산역으로 가지 못하고 행사장으로 바로 이동했다.
산행에 앞서 시산제부터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ITC 산악회의 산악대장을 맡고 있어 총무와 함께 시산제가 시작되기 전에 시산제가 열릴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간단하게 준비를 했다. 오늘 열리는 시산제 장소는 옛골로 들어가서 주거지가 끝나는 판교 어린이 천문대 끝자락에 있는 공터였다. 같은 장소에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서울본부도 시산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했었라고 한다. 올해도우리와 반씩 나누어서 같은 장소를 사용하기로 했다. 작년에 올해까지 두 산악회가 같은날 시산제를 했다는 것이 대단한 인연처럼 느껴진다.
오늘 산행과 시산제에는 39명의 회원이 참석해서 진행되었다. 대략 50여명이 참석해 주었으면 했는데 39명도 최근 들어서 많이 참석한 산행이라고 한다. 올 한해도 ITC회원들이 아무런 일없이 산행을 다니고 하는 일이 모두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시산제를 진행했다. 차린 것은 조촐해도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 행사였다. 산악회장을 비롯해서 임원진들이 잔을 올리고, 나머지 회원들은 차례로 한번에 절을 하면서 시산제를 이어갔다.
산악대장인 나도 우리 ITC 산악회의 모든 회원들이 금년 산행중에 어떠한 사고도 일어니자 않고 무탈하게 한해를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계산 산신령에게 빌었다. 오늘 시산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선배님 몇몇분은 따로 찬조금까지 협찬한 모양이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 ITC산악회는 점점 더 발전하리라고 본다.
시산제 행사를 마치고 프랜카드를 중심으로 회원이 모두 모여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었다. 준비한 음식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옆에서 시산제를 하고 있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우리가 조금 일찍 끝냈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준비한 음식을 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 시산제를 마치고 나서는 이곳에서 이수봉까지만 갔다 오기로 되어 있어서 산행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나들이 가듯이 잠시 올랐다 오면 될 듯하다.
음식을 간단하게 먹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음식을 먹는 시간이 길어지면 산행하기가 싫어질 듯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모두 적당히 제사 음식을 먹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당하게 먹고는 자리를 정리했다. 역시 자제력이 뛰어나다. 몇몇 집행부 회원이 시산제 행사장 뒷정리를 위해서 남고, 나머지 일행은 청계산 이수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산행이 시작되고 이수봉으로 이동중에 잠시 산중 음악회가 열렸다.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시산제를 진행했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서울본부 회장과 산악회장 등 일행과 만나게 되었는데 이영우회장님이 노래를 한곡 부르자 바로 앵콜이 나왔다. 우리는 매번 듣는 회장님의 애창곡이지만 다른 외부인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음악이었던 모양이다. 여경회 회원들이 환호하니 덩달아 우리도 기분이 좋다. 여경회에서 답가도 불렀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명함까지 교환하고 우리는 산으로 오른다. 여성경제인협회 분들은 산에는 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이수봉으로 가는 깔딱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 산악회의 최고령자이신 우덕룡교수님. 우리나이 82세의 연세에도 아직 현역으로활동하시면서 매일 테니스도 두 게임씩 하신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도 산에 잘 다니지 못하는데 아직도 산을 가볍게 오르신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오래 산행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수봉으로 오르는 길에 이 언덕만 지나면 그다지 힘든 코스는 없다. 이 코스에도 조금 긴 계단이 있기는 하지만 청계산은 오르기에 힘든 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위보다는 흙 길이 많이 있고 언덕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오르다보니 후미에서 가는 일행들과 함께 이수봉에 도착했다. 선두에서 올랐던 회원들은 이미 정상을 찍고 출발했는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오늘은 날이 쌀쌀하지 않아서 산에 오르니 제법 덥다. 오늘은 중간에 되돌아 간 회원은 별로 없는 듯하다. 산행을 마치고 3시경부터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어서인 듯하다. 청계산을 오더라도 매봉쪽으로 많이 갔는데, 오늘은 옛골쪽에서 시산제를 지내느라 이수봉에 오르게 되었다.
이수봉 정상에서 간단하게 차 한잔을 마시고 내려간다. 시산제를 지내고 음복하느라 여러가지를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는다. 산행을 하면서 움직인 양에 비해서 너무 많이 먹은 듯하다. 이제 산을 내려가면 또 뒷풀이 행사가 이어질 예정인데, 산에 와서 운동이 되어 살이 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살이 쪄서 되돌아 가는 듯하다. 산행 시간이 최소 4시간 이상 되어야 할텐데 오늘 산행도 천천히 오고 가도 3시간 남짖하면 끝나는 거리다.
내려 오는 길에도 우덕룡교수님을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짧은 산행 거리에 바쁠 것이 없는 산행인지라 오고 가면서 교수님의 인생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엄청 유익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이야기만 들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일행중 누가 82세의 나이에도 이렇게 산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싶다. 유익한 산행이 이어졌다.
시산제 장소를 빌려준 옛골에 있는 옛골명가 식당에서 뒷풀이가 진행되었다. 2층의 한곳을 우리에게 배정해 주어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오붓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오늘도 산행보다 더 긴 느낌의 뒷풀이가 이어졌다. 너무 길어지는 뒷풀이 문화를 조금 바꾸어 보아야 하는데 아직은 신입딱지를 벗지도 못한 상태에서 할 수도 없고... 뒷풀이에 외대 ITC산악회 시산제라고 인쇄된 국순당 막걸리가 제공되었는데
식당에서 센스있게 준비한 것인지, 산악회 총무가 따로 준비한 것인지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식당 주인이 준비를 했다면 대단한 영업력이고 총무가 준비했다면 대단한 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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