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광교산 산행 - 12차 동문산행 (2016.4.9)

남녘하늘 2017. 11. 30. 00:32


 3주전 미리 답사를 해 놓았던 광교산을 오늘 동문들과 함께 오른다. 신분당선이 광교역까지 연장 개통되지 않았다면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광교산 접근이 쉽지 않는데, 신분당선의 연장 개통으로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되었다. 과거에는 경기대 정문쪽에 있는 반디불이 화장실에서 주로 출발했는데, 대중교통은 버스만 있어서 수원 시민들이 가기 쉬운 산이었다. 광교산의 남쪽은 수원시 장안구, 북서쪽에는 의왕시, 동쪽에는 용인시와 접하고 있지만 주 등산로는 수원 경기대학교 정문쪽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대부분의 동문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서 신분당선 광교역에서 모이는 것으로 약속을 잡았다. 아직은 이 코스로 광교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일찍 가서 기다리니 베낭을 메고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제법 보인다. 앞으로 이 코스도 많이 알려질 듯하다. 오늘은 20여명의 동문이 모여서 산에 오른다.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를 고기리에 살고 있는 선배의 전원주택에서 바베큐 가든 파티로 진행할 계획이다. 뒷풀이 장소로 직접 오는 동문을 포함해서 30명이 넘는 인원을 초대해 주는 바람에 원래 2016년 산행계획에 없었던 광교산 산행이 이루어졌다. 







 광교역에서 1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작은 하천을 건너기 전에, 우측으로 등산로 입구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광교역을 통해서 광교산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름도 특이한 아래쇠죽골천이라는 개천가에는 3주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개나리가 만발했다. 참누리 아파트를 끼고 조금 올라가니 신분당선 광교차량기지가 끝나는 곳에서부터 광교산을 오르는 등산로 샛길이 나온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아 보이지만 샛길에 보강을 해 놓아서 산에 오르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산에 오르니 아래쪽과는 달리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다닌 길이 연결된다. 묘지가 몇 개 보이더니 울창한 소나무 숲 길로 이어진다. 숲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 산행은 산행 내내 진달래 꽃과 함께 하는 산행이 될 듯하다. 왼편으로 경기대학교 부속 건물들이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경기대(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 길은 보통 수원시민들이 광교산을 다닐 때 지나는 길이다. 이 길을 통해서는 수없이 광교산을 다녔었다. 이 길까지 동문들을 잘 안내하려고 3주전에 미리 답사를 왔던 것이다.   






 반딧불이 화장실 방면에서 오는 길을 만나고 나서는 사람이 엄청 많아졌다. 하늘의 날씨도 맑은 편이 아닌데 산행객들이 지나치면서 흙먼지가 제법 많이 날린다. 마스크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산행중에 진달래는 많이 보이지만 아직 나무에는 새순이 나오지 않아 황량한 느낌이다. 한달은 더 기다려야 신록의 푸른 숲을 볼 수 있을 듯하다. 






 광교산 정상은 시루봉으로 해발 582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풍요롭게 넓은 편이다. 형제봉은 시루봉보다는 높이가 조금 낮은 해발 448m인데 이곳까지는 정말 등산객이 많다. 경기대 입구 반딧불이 화장실쪽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멀리 있는 시루봉까지 가기는 못하고 이 이곳 형제봉에서 되돌아 가는 모양이다. 형제봉을 지나고 나면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형제봉 아래 바위가 일부 무너져 내려 안전진단을 실시한다고 로프를 타고 오르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형제봉을 지나면 그전에 비해서 계단길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 형제봉과 시루봉 중간에 위치한 형제봉 시루봉 갈림길 표지판이 있다. 광교산에는 이정표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이정표를 잘 보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하지만 시루봉이 광교산의 정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동문이 있어 딴 길로 갈까봐 미리 갈림길에 와서 안내를 다시 한번 해 주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시루봉이 광교산의 정상이라는 것을 이정표에 써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에 도착했다. 그동안 나는 분당에서 살던 10년 동안 접근이 편한 고기리쪽에서 시루봉에 자주 오르곤 했었는데 오늘 반딧불이 화장실 근처에서 오르는 산행을 해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든다. 연세가 있는 선배님들은 생각보다 힘들었을 것 같다. 산을 내려가면 바베큐 파티가 예정되어 있지만 체력 방전이 심해서인지 간식 타임에 간식이 아닌 주식처럼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모 선배님이 정상에서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한개씩 돌렸다.    






  오늘도 시루봉 정상 데크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많은 산행객들이 모여 있어서 피해를 줄까봐  여러 사람이 부르지는 못하고 한광접교수님을 비롯해서 회장님 등 두어명이 불렀다. 다행히 주변이 있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었고 항의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찌피 뒷풀이 장소에 가면 우리들끼리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기에 간식타임을 마치고 이동한다. 




 정상에서 통신대쪽으로 이동해서 억새밭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오니 고기리로 내려 가는 방향에 조한근 선배님이 노란리본으로 길안내 표식을 달아 놓았다. 광교산 주변 주민들만이 알만한 호젓한 오솔길의 참나무, 소나무, 진달래에 매달려 있는 노란리본의 행렬 따라가며, 조한근 선배님의  배려에 감동이 몰려온다. 사전 답사까지 와서 길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는데,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여서 길을 잃을까봐 다시 한번 조치를 헤 놓으셨다. 집앞까지 빼꼼하게 매달아 놓은 리본때문에 쉽게 찾아 내려왔다.   





 선배님 댁으로 가는 길은 광교산 북사면에 있어서 내려가는 길에 진달래 군락지가 많이 있었다. 오늘은 산행을 하면서 초입에서는 흐트러지게 핀 개나리를 보았고, 산행 중에는 진달래는 많이 보게 되었다. 봄날 산행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모두 누리게 되는 듯하다. 진달래 꽃이 지고 나면 이 숲도 푸르름이 더해 질 것이다. 이제 산에도 봄이 찾아 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이 등산로를 따라서 오르내리는 산행객을 한사람도 마주치지 않고 고즈넉하게 내려왔다.  







 선배님의 노란 리본 길안내에도 불구하고 후미에서 따라오던 몇 몇 동문은 길을 잘못들어 고생을 했지만 대부분의 동문은 선배님의 집에 잘 도착했다. 광교산 산행코스가 횡단을 하기에는 짧은 거리가 아니어서 선배님의 집까지 오는데 고생이 조금 되었다. 하지만 이 길을 걷지 않고는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상광교까지 버스를 타고 오기에는 너무 짧다. 힘은 들었지만 광교산 산행은 제대로 한 셈이다. 선배 댁에 도착할 무렵 산에서 내려다 보니 선두에 있었던 사람과 선배댁으로 직접 온 사람들이 파티 준비를 하느라 부산해 보인다.  






 넓찍한 뒷마당에서 가든 파티가 열렸다. 선배님이 외교관으로 외국에서 근무할 때 이런 파티를 자주 해 보았는지 준비한 것을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보통의 집이라면 식탁도 많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 터이고 의자도 부족할 텐데 그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30명이 넘는 사람을 초대하고도 사모님과 가족들이 움직이는 것이 일사불란이다. 덕분에 멋진 장소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계곡에 그늘이 지면 추울 것이라고 장작불까지 준비해 놓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 놓았다.     







 가든 파티를 하면서도 음악이 빠지지 않았다. 동문산악회는 어느 산에 가더라도 산중 작은 음악회를 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노래가 빠질 리 없었다. 가든 파티의 끝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있기에 평소 산행 때와는 달리 수 많은 동문들의 노래 잔치가 이어졌다. 동문들의 노래 실력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는데, 노래를 하지 못하면 산악회에 가입이 되지 않는 듯하다. 노래 감상에 푹 빠져서 먹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늘 동문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사모님께 회장님이 감사의 선물도 전달했다. 안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이런 행사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오늘 중간에 노래를 부를 때 사모님도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 잘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예의상 하는 이야기였고 한오백년을 부르는데 수준급 실력을 보여 주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참가한 전체 동문들의 사진을 찍고 가든파티를 끝냈다.     






 선배님이 살고 있는 한우리마을에도 3주 전과 달리 봄이 찾아왔다. 서양의 마을처럼 마을 입구에 차단기를 만들어 놓고 마을 전체 공간을 모든 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마을이다. 집에 담장도 없이 생활하고 전체 동네가 마치 공원처럼 보인다. 그 공원같은 마을에 벚꽃도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도 지천에 보인다. 멋진 풍광에 바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마을을 조금 둘러보고 나왔다. 실제 거주하면 어떤 불편이 있으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한번 생활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배님도 이 생활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