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산악회 산행대장을 맡고 있으면서 매달 어느 산에 가야 회원들이 산행의 재미와 참여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산악대장을 맡고 있는 동안에 내가 가 보았던 산중에서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었던 산 중에서 몇 곳을 다녀야겠다고 마음 먹은 곳을 찾게 되고 그 중에 한 곳이 영동의 천태산이다. 매번 서울 근교의 산만 찾다가 모처럼 관광버스를 한대 빌려서 도심을 떠나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산악회 회원 20여명이 참석해서 오붓하고 재미있는 산행이 되었다.
천태산(715m)은 바위가 많은 산이여서 충북의 설악이라고도 불리는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밧줄을 타고 오르는 암벽 등산코스도 있어 다양한 난이도의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또 천태산 입구엔 천년 사찰 영국사, 천년 이상된 것으로 알려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를 만날 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모여 산행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차장 입구에는 천태산 등산 안내도가 있는데 오늘 산행은 천태산 입구에서 A코스로 올라서 D코스로 내려오는 6km 정도의 산행이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초입 부분은 편안한 트레킹 길이다. 개울가를 따라서 길가에 시가 적힌 프랜카드에 시를 엄청나게 많이 있어 시야를 가리긴 하지만 읽으며 지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천태산 산행은 천년고찰 영국사를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주차장에서 영국사까지 1㎞정도 되는 계곡길을 지난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포장된 길을 걸어 들어가니 충북의 설악 천태산 계곡이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나온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회원들 사진을 한장 찍고 다시 계곡길을 오른다. 중간에 삼신할멈 바위도 나고 용추폭포라고 불리는 삼단 폭포도 있었다. 지난번 산행을 왔을 때에는 폭포가 물이 없어 별로였는데 오늘은 제법 폭포같은 느낌이 든다.
주차장에서 이곳 일주문까지 걸어 오는 길이 아주 호젓하고 좋았다. 일주문 앞에는 막걸리나 음료수를 파는 가게가 보이는데 오히려 풍경을 어지럽힌다는 느낌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매표소가 나오는데 입장료가 1천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기꺼이 지불한다. 일주문에서 천태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 영국사의 모습과 영국사 앞에 있는 은행나무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영국사 절 앞쪽에는 천연기념물 223호로 지정된 수령이 천년이 넘은 이곳의 터줏대감 은행나무가 있다. 처음 천태산에 왔을 때에도 이 은행나무를 보고 감탄했었는데 다시 보아도 참 보기 좋다. 어른 넷은 껴안아야 될 만큼 큰 덩치의 나무다 보니 드리우는 그늘의 넓이도 대단하고, 가까이에서는 나무의 전체 모습을 잡는 것이 힘들만큼 엄청난 크기이다. 봄은 맞아 새 잎이 나오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영국사(寧國寺) 구경은 하산할 때 하기로 하고 바로 천태산으로 오르기로 한다. 천태산(715m) 산행은 영국사 오른편에 있는 샛길에서 시작된다. 절 오른쪽 북쪽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작은 마을을 지나 작은 공터가 있는 고갯마루에 닿는다. 이곳 왼쪽에 A코스 입구로 정상까지 1,370m 남았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 길로 접어들면 산행이 시작된다. 우리 일행도 산행객들이 천태산을 산행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A코스를 통해 올라가고, D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천태산은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쉬워서 아무나 오르내릴 수 있는 산도 아니다. 천태산은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윗덩어리라는 느낌이 드는 산으로, 걷는 것보다 로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암벽을 하나 오르면 다시 조금 더 긴 암벽이 기다린다. 이쯤이야 하고 넘어가니 또 다시 암벽의 이어졌다. 점점 더 높이를 더하더니 30m쯤 되는 높이의 암벽이 또 막아선다. 힘들여 바위를 올라 뒤를 바라보니 영국사를 비롯해 산 아래 마을이 한 눈에 펼쳐졌다.
오늘 산행에는 여성 동문 2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암벽을 오르느라 조금 고생이 되었을 것이다. 천태산 산행의 백미인 75m 암벽은 수치상 각도는 70도라고 하는데 바위에 발을 딛으면 느낌상으로는 거의 직각에 가깝다. 즐거운 산행이 되어야 하기에 무리할 이유가 없어서 여성회원과 몇 몇 회원은 우회 등산로를 통해서 올랐다. 암릉 길이 모두 끝나면 119구조위치 천태산 3지점 팻말이 나오는데 이곳의 조망이 좋아 쉬었다 가기엔 그만이다. 발 아래로 영국사가 한 눈에 펼쳐지고 사방으로 첩첩 산중을 이루고 있는 멋진 풍광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암릉에 올라선 뒤 조금 더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정상은 주능선 갈림길에서 북서쪽으로 200m쯤 떨어져 있다. 힘들게 오른 정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30평쯤 됨직한 조그마한 면적에 천태산(해발 714.7m)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영국사에서 이곳까지 오르는데 대략 1시간 5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암벽을 오르면서 보았던 멋진 전망이 정상에서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 산 아래는 완전 초록이었는데 정상에는 이제 잎이 나오고 있어 산 아래와는 기온차이가 많아 보인다.
정상 표지석에서 D코스 하산로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니 회원들이 쉬기에 적당한 공간이 있었다. 넓찍한 공간에서 휴식을 하면서 산을 오르느라 소비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내려가는 코스만 남아 있고, 산에 오를 때보다는 편한 능선길이라는 말에 모두 편한한 얼굴이 되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울 근교의 가까운 산만 다니다가 멀리 충북 영동까지 오고, 또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는 등 신경을 쓰면서 산에 올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천태산 산행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간식시간을 마치고 다시 하산길에 오른다. 천태산 등산코스 C코스 갈림길이 있는 565봉에서 잠시 사진을 한장 찍는다. 산 아래로 영국사의 모습도 보이고, 천태산 암벽 뒤로 마니산의 모습도 보인다. B코스 등산로는 폐쇄 되었다고 되어 있고, C코스는 짧지만 암벽구간이 있어 위험하니 전망이 좋은 D코스로의 이용을 유도하는 표시판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처음부터 D코스를 이용해서 하산 할 계획이었다.
D코스에 있는 천태산의 명물인 암릉구간이다.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탁트인 시야를 걷는 암릉산행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수 있는 코스였다. 암릉 뒤로 월영산, 비봉산 등이 보인다. 산에 오를 때와는 또 다른 재미을 느끼게 해 주었던 짧지만 재미있는 암릉 구간이다. 산을 오를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 암릉 구간을 지나고 나면 숲이 우거지고 길이 평탄한 하산길이 나온다.
남고개에서 산자락을 도아가는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멋진 소나무 숲이 나온다. 완만한 숲길이 이어져서 바위산을 오르고 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든다. 본격적인 산행을 마치고 쿨다운 하라는 길인 듯 싶다.
영국사 입구에 있던 백구. 나도 개를 좋아하지만 이 녀석도 사람을 엄청 따르고 좋아하는 모양이다. 절에서 키우는 개니 사람을 잘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까이 다가가니 좋아서 어쩔줄 몰라 한다. 아파트 생활을 마치고 마당에 있는 집에서 이런 크기의 개를 키우는 것이 로망인데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르겠다.
산행을 마치고 영국사로 내려 왔다. 영국사는 통일신라 후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에 원각국사에 의해 중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략을 피해 이곳에서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였으므로 이름을 영국사(寧國寺)라 고쳤다고 한다. 대웅전 앞에는 영국사 삼층 석탑이 있는데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에 제작된 걸로 추정되며 보물 제 533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 앞에는 3층 석탑 이외에도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535호인 망탑과 대웅전에 1379호로 지정된 본존후불탱화 등 사적이 많다.
다시 일주문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 오는 길에 아침에 지나쳤던 삼단 폭포에 들러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씻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지지 않는 곳에 있었다면 신발도 벗고 발까지 씼고 싶었진지만 참았다. 가까이에서 폭포를 바라보니 멀리서 볼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2011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천태산 산행을 마치고 나서 뒷풀이로 갔던 식당이 천태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기억을 되살려 미리 예약을 해 놓았던 곳이 어죽으로 유명한 가선식당이었다. 5년전과 같은 장소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테 맛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식당 앞쪽은 도로 공사로 인해 번잡한 느낌이었는데 별관까지 만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한 다른 회원들도 음식 맛이 괜찮다고 하니 추천했던 나로서는 기분이 좋다.
회원들이 안주도 좋고 또 서울에서 멀리까지 차량을 이용해서 왔다는 생각에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마시는 듯하다. 적당히 먹고 나서 술을 더 마시지 않을 생각에 식당 근처를 돌아 다녀 보았다. 식당 앞으로 금강이 흐르고 있고, 도로를 새로 뚫고 있었다. 교량도 공사를 마쳤고 교량과 이어지는 터널 공사도 한창 진행중이다. 앞으로 천태산으로 오는 교통편이 더 편해질 듯하다. 식당에서 몇 백m를 가니 충북과 충남의 경계 표시판이 보였다. 다리를 경계로 우리가 있는 곳은 충북 영동이고 조금 더 가면 충남 금산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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