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황매산 산행 (2016.5.7)

남녘하늘 2017. 12. 7. 01:01


 수원마라톤 클럽의 회원중에 범띠 친구들과 함께 황매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작년에 2016년 계획중 하나가 5월중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자는 것이였는데 5월 지리산 대피소 예약에 실패하면서 장소를 황매산으로 변경해서 떠나게 되었다. 황매산 철쭉제가 5월 1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기에 오늘 방문하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리가 생각했었다. 차를 한대 렌트해서 내려갈까 생각하다가 관광버스를 알아보니 무박 2일로 운행하는 버스가 여럿 있었다. 요즘 관광버스는 미리 좌석지정까지 하게 되어 있어 좋았다. 대부분의 회원이 수원에 거주하고 있어서 수원신갈 버스정류장에서 승차하기로 했다. 밤새 버스를 타고 합천이 아닌 산청군 장박마을 앞에서 내렸다. 우리를 이곳에서 내려주고 관광버스는 반대쪽 영암사가 있는 모산재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한다. 황매산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횡단해서 넘어 가야 한다. 


 새벽 너무 이른시간에 도착해서 차에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간편하게 먹으려고 자체 발열기능을 갖춘 도시락을 챙겨서 갔다.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는데 발열이 되면서 수증기가 너무 나와서 차 속에 둘 수가 없어 차 밖에 두었다가 먹을 때 차안으로 가지고 와서 아침을 대신했다. 처음 사용해 본 발열도시락인데 상당히 간편하고 맛도 있었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으면 좋을 듯하다. 아침을 먹고 여명이 밝아올 무렵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에는 10명의 친구가 함께 했다. 우리 나이가 다들 바쁠 때여서 몇 명의 친구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함께 하지 못했다. 10명이라도 참석한 것이 열심히 노력한 총무의 덕분이다. 들머리인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 장박교가 있는 장박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커다란 바위에 나의 살던 고향이라고 음각되어 있다. 마을 진입로의 포장길을 걷다 가옥이 끝나는 곳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들머리에서 한참 동안 가파른 길이 이어져 초반부터 숨이 거칠어진다. 






 1시간10분을 땀을 흘리며 올라서니 떡갈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960봉인 너백이 쉼터가 나오고 황매산 주능선이 눈앞에 드러난다. 이곳에는 퇴색된 등산 안내도와 함께 장박마을 2.4km, 황매산 정상 1.6km, 떡갈재 1.2km의 이정표가 있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 등산로 주변으로 철쭉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어 그동안 힘들이며 올라온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제 이 지역에 비도 많이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꽃이 모두 떨어졌으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을 했는데 상태가 좋아 보였다.     







 산행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여유롭게 정상 조망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랫쪽에는 철쭉이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오히려 윗쪽으로 올라 갈수록 철죽이 철 지난 느낌이다. 아랫쪽은 북쪽이라서 햇살을 덜 받아 이제 꽃이 피고 있는 것이고 윗쪽으로는 올해 기상의 고온현상으로 이른 시기에 철쭉이 만개해 벌써 꽃잎이 거의 다 지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 본격적인 철쭉제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시기를 잘못 잡은 듯하다. 아직 황매산 철쭉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곳에는 도착하지 않았으니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철쭉 능선으로 넘어간다.   





 산을 오르다 잠시 멈추어 주변 풍광을 보면서 간식 타임을 가졌다. 오르는 길에 샘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다. 산 윗쪽으로 오르니 이제 비로서 나무에 새순이 나고 있어 신록의 상큼한 느낌이 좋다. 북사면을 따라서 철쭉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고 아름다운 꽃 세상이 펼쳐지니 얼굴엔 미소가 피어나고 발걸음은 저절로 가벼워진다. 앞으로 올라야 할 황매봉 정상이 멀리 보이고, 굽이굽이 흐르는 합천호의 푸른 물줄기가 내려다 보인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북릉의 철쭉도 너무 보기가 좋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산 능선을 타고 피어있는 모숩이 장관이다. 철쭉도 개나리처럼 양지보다는 약간의 그늘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황매산 정상이 바로 100m 앞에 빤히 바라 보이는 능선에 올라서니 중봉과 하봉 그리고 삼봉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두 개의 이정표가 있고 원형 모양의 나무 의자들이 놓여 있다. 정상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상 바위가 너무나 비좁아 보인다. 바윗길 암릉을 지나 오밀조밀하게 바위들이 놓여 있는 황매산 정상으로 이동한다.    






 황매산 정상인 해발 1,108m의 황매봉이다. 정상석에는 한문으로 黃梅峰이라 적혀 있다. 정상은 철쭉철을 맞아 엄청 붐빈다고 했는데, 우리가 워낙 이른 시간에 산행을 시작해서 정상에 도착한 덕분에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철쭉제가 열리는 주말이어서 조금만 늦게 도착했어도 정상석이 있는 비좁은 바위 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을 것이다. 바람이 제법 많이 불어서 단체 사진 한장 빨리 찍고 내려왔다. 이른 아침 산행을 시작하니 좋은 점이 많다.   






 정상 주변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쉰다. 장박리에서 출발하여 정상을 넘으면 드넓은 황매 평전을 계속 내려다보며 산행을 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넓은 평원을 만개한 철쭉을 조망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내려다 보이는 산 아래 철쭉의 분홍색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산을 올라 올 때 보았던 철쭉보다도 훨씬 못한 듯하다. 빨리 내려가서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린 힘들게 산을 넘어 왔지만 왼편의 오토캠핑 주차장이나 오른편에 보이는 영화주제공원에서 오른 사람들은 손쉽게 황매평전의 철쭉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 오는 데크 계단의 오른편 북사면에도 철쭉이 가득 피어 있어야 하는데 영 썰렁하다. 분홍색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황매산 산행 사진에서 보던 풍경은 아니었다. 올해 이상 고온으로 꽃이 빨리 피었는데, 어제 심하게 불었던 비바람의 영향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꽃 봉우리를 통째로 날려 버린 모양이다. 앞으로 몇 곳에 더 군락지가 남아 있기에 그 곳에서라도 철쪽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려다 보이는 멋진 풍광에 진분홍 철쭉 꽃밭이 보였다면 금상첨화였을 터인데... 





 내려다 보이는 계단과 능선을 중심으로 왼쪽은 합천군, 오른쪽은 산청군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보통 사람들이 황매산을 떠 올리면 합천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산에 오기전까지는 당연히 합천에 있는 산이라고 알고 있었다. 황매산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단적비연수' '은행나무 침대'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산 아래로 보이는 영화주제공원에는 '단적비연수'의 배경이 되었던 원시부족 마을을 복원하고 풍차와 은행나무 고목 등 소품이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철쭉이 거의 보이지 않는 황매 평전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하기로 했다. 새벽 버스에서 먹은 발열도시락 하나를 먹고 아침 내내 걸었더니 허가가 몰려왔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이 많아서 배낭의 무게도 조금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린 시절 소풍을 온 듯한 분위기와 느낌이었다. 총무가 각자 무엇을 준비해 오라고 말해 주었으면 적당량을 준비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더니 다들 준비를 너무 많이 해 온듯하다. 덕분에 포식을 했다. 모산재를 지나 내려가면 또 식사를 해야 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베틀봉 아래 고갯마루 방면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다시 철쭉이 엄청 보인다. 예전에 황매산 일대에는 목장이 조성되어 소들을 방목했었는데, 방목된 소들은 독성이 있는 철쭉만 먹지 않은 결과 이렇게 엄청난 철쭉 군락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1주일만 일찍 왔더라면 분홍빛으로 물든 황매평전의 장관을 볼 수 있었을 터인데 많이 아쉽다. 오늘 아쉬움이 많이 남으니 다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와 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베틀봉 아래 산자락에 있는 철쭉 군락지에는 철쭉이 조금 남아 있었다. 이곳은 지형적 특성상 어제 바람의 영향을 조금 덜 받았던 모양이다. 능선까지 이어진 붉은 철쭉의 바다였다. 바람의 영향을 조금 덜 받아 꽃잎이 떨어지지 않았지 때이른 더위에 만개 시기는 조금 지나 시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곳에 철쭉이 만개한 때에 찾아왔더라면 정말 대단했을 것 같다. 약간 시들어 가고 있는 철쭉을 보고도 환호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이니 왜 황매산의 철쭉이 대단한지 추측이 된다.   








 꽃잎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지만 철쭉 군락지 속으로 들어가서 황매산 철쭉 사진을 남긴다. 연분홍 철쭉과 초록이 어우려져 멋진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1주일만 더 일찍 왔었으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철쭉군락지와 동시에 평탄한 길이 끝나고 모산재를 오르내리는 비탈진 등산로가 다시 시작되었다. 모산제 이정표를 따라 모산재까지 다시 숲속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다. 정상에서 내려선 후로 평탄한 들판길을 걸으며 철쭉을 감상하고, 이제는 내리막만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모산재로 오르는 오르막길이 무척 힘들게 느껴진다. 모산재로 향하는 중간에 음악선생님인 안주원이 숲속에서 플롯 연주회를 가졌다. 수준높은 연주에 지나가는 산행객들도 좋아한다.  





 모산재는 해발 767m로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이라고 한다. 신령스런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바위산의 절경으로, 주능선 부분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넓은 평지를 이루고 흙이 두텁게 깔려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다. 모산재에서는 황포돗대바위를 떠 받든 거대한 암릉이 내려다 보인다. 이전의 모산재 정상석은 돌탑 옆에 기대어 있고 새로 세운 커다란 정상석 앞에서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순결바위쪽에서 바라본 황포돛대 바위와 칼바위. 철계단은 아찔하게 보인다. 첫 산행이어서 철계단 쪽으로 가볼 생각이었는데 모산재에서 길을 잘못 들어 순결바위쪽으로 내려 왔다. 하지만 암릉구간이 이어지는 이쪽도 볼거리가 많아 되돌아가지 않았다. 철계단을 반대쪽 능선에서 조망하는 것도 생각보다는 좋았다. 다음에 다시 모산재를 올 기회가 있으면 그 때는 철계단을 따라서 가 보아야겠다. 암릉구간을 따라서 모산재주차장 이정표를 따라 내려 간다. 철계단쪽에서 내려가는 길은 영암사를 지나서 만날 것 같다.    






 순결바위 능선은 거의 전 구간이 벼랑길이다. 다만 한쪽으로는 급경사 길이 아니어서 조금만 조심해서 내려가면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바위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순결바위도 지나 국사당으로 내려 가는 능선길을 걷는다. 우리는 황매봉을 거쳐 철쭉 구경까지 마치고 내려가고 있는데 이 시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우리가 워낙 빨리 움직인 것인지, 지금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느긋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산 아래로 영암사와 대기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오늘 산행은 황매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았고, 정상을 중심으로 오를 때와 내려와서 철쭉을 보는 것도 좋았다. 또 모산재를 지나서 암릉구간을 걸으면 내려다 보이는 풍광도 그에 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를 한번 산행에 모두 체험할 수 있어 뜻깊은 산행이 될 듯하다. 암릉길을 내려가면 좌측으로 가면 덕만주차장, 우측으로 가면 모산재 주차장이 나오는 덕만주차장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영암사지 이정표를 따라  모산재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 간다.  




 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길에 있던 영암사에 잠시 들렀다. 넓은 절마당에 아직 공사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여서 약간은 어수선해 보인다. 마당도 넓지만 법당(극락보전) 의 규모도 엄청 크다고 느껴진다. 절 마당에 석재가 많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앞으로 계속해서 불사가 이루어질 듯하다. 뒷산을 배경으로 법당이 자리하는데 웅장하고 보기 좋았다. 법당 옆에 물이 있어서 식수 보충도 하고 내려 왔다.  







 영암사지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 온다. 입구에는 황매산 기적길 종합안내라고 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돗대바위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가 있었다. 우리가 내려 온 코스가 기적길이었는데 산을 올라도 지치지 않고 기운이 차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모산재에서 영암사로 내려 올 때 피곤하지 않았던 것일까?  날씨도 더운데 아무런 사고 없이 산행을 잘 마쳤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국화차와 산목련 봉우리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있다. 무료로 차한잔 마셔보라고 해서 차만 마시고 내려왔다.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 근처에 있는 모산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장박마을에서 출발하기 전에 버스에서 아침을 먹었고, 황매평전에서 점심을 먹었다면 이른 저녁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오늘은 친구들이 너무 준비를 많이 해서 오는 바람에 식당에서 먹는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파전이 맛있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모처럼 차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니어서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면서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었다.   





 식사를 하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모산재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오후 4시 30분에 버스가 와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철쭉제가 열리는 주말이어서 도로에 차가 많이 보이는데 주차장에도 만석이었다. 다행히 주차장에는 등나무 아래 산행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뜨거운 햇살 아래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도 많이 막혔는지 버스도 제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너무 이름난 관광지에는 축제기간을 피해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우리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낸 덕분에 주차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