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산막이 옛길 사전답사 (2016.4.13)

남녘하늘 2017. 12. 2. 00:09


 다음달 산막이 옛길의 산행을 앞두고 산행 예정지인 괴산 산막이 옛길을 사전 답사차 다녀 왔다. 다음달 대략 250여며의 회원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산행과 트레킹 장소도 미리 확인하고, 뒷풀이 식당도 체크해야 할 상황이었다. 평일을 이용해서 동문 몇 명이 다녀 왔는데 하필 사전답사를 하기로 약속한 날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려 일기가 좋지 않다.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은 아닌지라 다른 날짜로 바꾸기도 어중간해서 그냥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맑은 날씨였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아쉽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 마을을 오고 갔던 10리길을 말한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이 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괴산호를 끼고 걷는 이 코스는 나무 데크로 길이 만들어져 있어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갔다 올 수 있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가는 방법은 등산로로 시작해 옛길로 돌아올 수도 있고, 옛길을 왕복하거나 배편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오늘 산으로 산행코스도 점검해보고 올 때는 옛길을 걸어서 올 계획이다.  





 조금 들어가니 소나무 출렁다리가 보인다. 그리 높게 매달린 것이 아니어서 무섭지는 않을 듯한데 비 내리는 가운데 미끄럽게 건너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나친다. 재미로 건너는 것인데 그것도 무섭다고 중간에 지체되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를 잘했다고 생각된다. 평일이고 비까지 내리는 날이어서 관광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벌써 괴산 산막이 옛길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난 모양이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소나무는 천년에 한번 나올 수 있 음양수로써 나무를 보며 남녀가 기원을 하면 옥동자를 잉태한다는 설명문이 있었는데 조금은 억지스럽다. 흔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지만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소나무였다. 정사목을 비롯해서 산막이 옛길에 있는 안내판은 너무 과장된 표현을 많이 해 놓아서 전체가 진실인지 의심스러운 것이 너무 많다. 웃자고 하는 거짓말도 적당히 해 주어야 속아 넘어가는데... 





 표시판이 있는 왼편에 노루샘이 있는데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노루가 먹는 샘물이면 사람도 먹어도 되지 않을까? 노루샘 앞에서 산행을 하기 위해서 산으로 올라간다. 입구에 자그마하게 절의 일주문 같은 기둥에 세워져 있는데, 여러 산악회에서 다녀갔다는표시로 산악회 이름이 있는 여러색의 리본이 매달아 두었다. 마치 성황당 수호신한테 소원을 빌며 걸어 놓은 벳조각 같은 느낌이 든다. 우산을 쓰고 산행을 시작한다.  




 먼저 산행 구간을 답사해 보기로 했다. 산악회 모임이기 때문에 트레킹 코스보다는 산행을 더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걸리는지 체크해 보아야 했다. 산 행구간은 초반 등잔봉으로 오르는 30여분간 오르막이 있다. 그 뒤로는 그리 가파르지 않는 오르내리막의 능선이어서 초반 오르막만 오르면 그다지 힘든 산행은 아닐 듯하다. 구름만 없었다면 바로 괴산호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었을테인데 오늘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상태가 이렇더라고 실제 동문산악회가 있는 날에는 맑아야 할 터인데.   





 등잔봉으로 오르는 길에 벚꽃이 피어 있었다. 이미 서울에는 벚꽃이 다 졌음에도 괴산에 와서 벚꽃 구경을 다하게 된다. 이곳 산막이 옛길은 트레킹과 산행을 한 곳에서 본인 취향에 따라 할 수 있는 곳이라 찾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 주차장을 보니 비오는 평일임데도 여러대의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가득했다. 4월 중순의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이다. 역시 성별로 보면 절대다수가 여성이다. 평일 여유있게 놀러 다닐 수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는 월등히 믾은 모양이다. 





 중간쯤 올라가니 힘들고 위험한 길, 편안하고 완만한 길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나왔다. 이왕이면 조금 세련되게 힘들지만 가까운 길, 편안하지만 둘러가는 길이라고 바꾸어 놓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힘들고 위험한 길로 가고 싶지만 나중에 이곳을 올 여러 동문들 생각을 해서 편안하고 완만한 길을 따라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등잔봉 전망대에 올랐는데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직 구름이 걷히지 않아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서 많이 보였던 사람들은 모두 트레킹 코스를 따라서 가 버렸는지 산행 코스에서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힘들게 올라와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니 굳이 올라 와 보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전망대 표지판에는 맑은 날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았는데 이 멋진 풍광 대신에 구름만 가득하니 많이 아쉽다. 하지만 내리던 비가 그쳐서 이제는 구림이 걷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산행 코스는 등잔봉에서 능선을 따라 약간의 오르내리막을 따라서 이동한다. 능선길에도 소나무 그늘로 이어져 있어 산행 코스로도 멋진 곳이다. 능선의 북사면에는 진달래 꽃이 많이 피어 있다. 올해는 유난히 산에 와서 꽃 구경을 많이 하고 있다. 오늘 산행은 비도 조금 내리고 구름이 많아서 조망은 별로였지만 대신 선선해서 산행하기에는 좋았다. 비 온 뒤의 안개가 자욱하게 있는 모습이 더 운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 주었다.   






 조금씩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구름이 물러났다. 산 위로 올라와서는 등산로 길 밖에는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는데 멀리 산도 보이고 산아래 마을도 보이고 강 건너의 멋진 풍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와서 산에서 이 풍광을 보지 못했다면 조금 억울했을 것 같다.  강 반대편 우측으로는 산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새로 나무를 심어서 작은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항상 불조심해야 한다.   








 등잔봉을 지나 천장봉 가는 능선은 모두 기분 좋은 소나무 숲이다. 이제 구름이 완전히 걷혀서 산 아래가 자세히 보인다. 이 멋진 풍경을 계속 보면서 왔어야 했는데, 그래도 우리가 산을 내려가기 전에 걷혀서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능선길을 따라서도 안내표지판이 무척 잘 되어 있다. 이제 800m를 더 가면 한반도 전망대가 나온다고 한다.  






 한반도 모형의 지형이라고 말하는데 생기다 만 한반도 지형이다. 한반도 전망대라고 해서 기대를 조금 했는데 그냥 웃음이 나온다. 이런 정도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유명사진 작가들이 사진을 찍으로 온다고 하는데 이곳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없다. 동해라고 말하는 곳에 인공으로 울릉도와 독도을 만들어 놓았는데 너무 기형적이다. 전망대 소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한반도 전망대에서 천장봉을 못미쳐 중간에 하산로가 있는데 진달래 능성을 통해 호숫가로 내려가는 2코스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천장봉(437m) 정상에 도착했다. 그냥 능선 길로 보이는 곳에 정상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정상인지 알지 못 했을 것이다. 정상에서 보는 고사목 군락이 마치 고산에 올라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천장봉에서 오른쪽으로 더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삼성봉인데 우리는 천장봉에서 산막이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천장봉과 삼성봉 사이의 능선길로 산막이마을로 향하는 하산로가 있다. 산막이 마을까지는 한 번도 쉬지 못하고 계속 내달려야만 하는 경사가 심한 비탈이다. 내려오는 중간에 바라다 보이는 풍광도 좋다. 신령 참나무와 고난과 시련의 소나무 등 재미 있는 이름을 붙여 놓은 나무들이 보인다. 산행을 하다 보면 이런 류의 나무를 수없이 보지만 이곳에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도 부여받고 귀한 대접을 받는 듯하다.   






 산막이 마을 입구에 오니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산에 올라 가는 초입에 이런 안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터인데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다. 1코스는 4.4km로 3시간이 걸리고 2코스는 2.9km로 2시간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다. 산행 시간이 아니라 초입부터 되돌아 오는 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해가 뜨지 않는 날씨 덕분에 산행을 하고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끝냈다. 한달 뒤에 오면 제법 날씨가 더울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 도착한 산막이 마을, 일반 민가는 별로 보이지 않고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다. 생각보다 널찍하며, 평화롭고 정감이 넘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점심도 먹고 쉬었다 가면 좋을 듯한데 우리는 주차장 근처에 식당까지 예약하고 돌아가야 하기에 이곳은 그냥 지나친다. 마을 입구에는 산막이마을 당산나무가 있었다. 수령 200년이 되었다는 밤나무로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외길이지만 곳곳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가는 곳곳에 산막이 옛길의 주요 명소를 알리는 팻말이 있어 길을 걷는 재미를 더해 준다. 산막이 마을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4㎞의 거리라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산막이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선착장이 있어 걷기 싫은 사람은 배를 타고 입구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편도에 5천원을 받는데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옛길을 걸어서 가 봐야 하기에 선착장 구경으로 끝냈다.    






 괴산댐은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달천을 가로막아 만든 댐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댐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산막이 옛길은 댐이 만들어지고 나서 괴산호 절벽을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데크길이 새로 단장한 곳인데 우거진 숲 길을 걷는 재미도 솔솔하다. 산막이 옛길을 정비하면서 길가에 있는 이런저런 나무나 바위 등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걷는 재미도 있다. 이런 이야깃거리 외에도 괴산호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 명소도 여러 곳 있다. 






 신기하게도 참나무를 통해 물이 나오는데 앉은뱅이 약수라고 부른다. 옛날 앉은뱅이가 이 물을 마시고 치료되었다고 한다.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인데, 나무를 통해서 나오는 물의 양이 예상보다는 꽤 많다. 관리가 잘되고 있어 보여서 한바가지 떠서 마셔 보았다. 시원하다는 것 이외에 특별함은 없다. 





 데크길을 가다 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호랑이굴이라고 소개하면서 호랑이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안내 책자를 봤더니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었던 굴이라고 하는데 19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사라졌다는데 어찌 1968년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적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모형이 상당히 조악하데 이왕 모형을 만들려면 사실감있게 만들어 놓았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잔잔한 호수 건너편의 절벽 위에 정자도 보이고, 괴산댐의 풍경도 보인다. 괴산호와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사진으로 그 풍경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호숫가 절벽을 따라 복원한 옛길은 이제 일상을 벗어나고픈 여행객들의 휴식처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막이 옛길을 찾아오는 것이다.  이제 한달 있으면 다시 이곳을 와야 하는데 지금과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되돌아 오는 길에 비도 그치고 이제는 건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정체도 되지 않는 소나무 출렁다리길을 건너가 보았다. 반대쪽에서 가려니 계속해서 오르막이라 출렁다리를 이용하려면 들어올 때 이용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괜히 좁은 길에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불편할 것 같다. 보기보다는 많이 흔들거려서 재미 있다.  





 다시 입구쪽으로 되돌아 오니 돌조각 휴게소가 있다. 주인이 휴게소와 함께 과수원 농사도 짓고 있는 듯한데 조각작품이 사과나무 밭 사이로 많이 있다. 산행과 트레킹을 마치고 주차장 앞쪽에 많이 모여 있는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여러 곳 가운데 한번에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집을 찾아서 음식 맛도 보고 장소도 확인하고 왔다. 주차장에 대형 버스가 많이 보였는데, 단체 손님을 많이 받아본 듯 200명도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한다. 음식맛은 보통 수준... 많은 동문들이 함께 할 산행이어서 미리 와본 산막이 옛길,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동문들도 한번 와보면 괜찮았다고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