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에 ITC산악회에서 다녀 왔던 원도봉산 산행을 동문들과 함께 다시 다녀 왔다. 도봉산 산행코스중 원도봉산 코스는 산행 인원이 적어 한적하고, 조망이 좋아 산행하기 좋은 코스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산행도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만나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할 식당에서 보내준 차편을 이용해서 원도봉탐방센터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산행코스 역시 이번에도 도봉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원효사를 거쳐 포대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헬기장에서 간식을 하고, 망월사를 들렀다가 하산하는 약식 원도봉산 산행이다. 산행의 의미보다는 좋은 동문들과 함께 트레킹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중점을 준 산행이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 앞에 모여서 준비운동도 하고. 동문간에 인사를 나누고 산행을 시작한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가는 방향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가면 망월사로 향하고, 우측으로 가면 원효사 방향으로 간다. 우리는 원효사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원효사 일주문이 있는 곳까지는 비교적 힘든 코스는 없는 편이다. 원효사 일주문 앞쪽 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땀을 닦는다. 넓찍한 바위에 몇 사람 쉬기에는 불편하지가 않았다.
원효사 일주문이 나오면 오늘 산행의 오르막 중 절반 정도는 올라 온 셈이다. 포대능선을 따라 선인봉과 만장봉까지 갔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헬기장까지 오르는 것으로 오르는 것을 마치기 때문이다. 원효사는 도봉산의 대표적인 사찰 중에 하나로 비구니들의 수도처라고 한다. 신라 선덕왕 때 원효대사가 한동안 이곳을 수도장으로 삼아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 원효대사의 동상을 모시고 절의 이름도 원효사라고 했다고 한다. 오늘도 원효사에 들리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오른다.
원효사를 지나 조금 더 올라 용바위샘터에 도착했다. 원효사를 지나 용바위 샘터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언덕과 평지 구간이 절적하게 섞여 있어서 좋다. 지난번 산행때와 마찬가지로 샘터에서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샘터 주변에 조금 너른 공간이 있어 사람들이 휴식하기에 괜찮은 공간이다. 용바위 샘터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계곡길이 끝나고 능선길이 나오면서 조망이 좋아질 것이다. 이동 중에 사진을 찍기 힘드니 매번 사진 찍는 위치가 비슷하다.
용바위 샘터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안말에서 올라와 포대능선으로 이어지는 회룡능선의 합류점인 원효사 삼거리 상단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계곡이 아니어서 조망이 좋아지면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삼거리에서 조망이 좋은 아랫쪽 바위로 조금 내려가서 의정부쪽과 수락산 방향을 내려다 본다. 날씨는 맑은데 미세먼지가 많은지 가까운 곳은 잘 보이는데 먼곳 은 뿌옇게 보인다. 봄철이 지났는데도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이어지는 듯하다.
다시 포대능선쪽을 향해서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어서 조망을 할 수 있어 계곡길을 올라 올 때에 비해서는 훨씬 재미 있는 길이다. 바위가 많은 산이어서 중간 중간 여러 이름이 붙은 바위도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무더운 날씨에 산을 오르느라 힘들어 하는 후배가 있어서 후미에서 격려를 하면서 오른다. 오늘은 처음하는 산행이어서 힘이 많이 들겠지만, 앞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알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도 포대능선 통신대 아래쪽에 있는 헬기장 옆 나무 그늘에서 간식의 시간을 갖는다. 오늘도 다른 일행들이 없어서 나무 그늘 아래를 전세내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장소는 누가 보아도 쉬면서 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장소여서 한번 자리 잡고 앉으면 그 동안은 다른 팀이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각자 준비한 것을 꺼내 놓았는데 오늘도 간단한 간식이 아니라 푸짐한 식사 시간이 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헬기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망월사역에서 모였을 때 단체 사진을 한장 찍었어야 했는데 원도봉 탐방지원센터로 직접 오는 동문이 있어서 함께 찍지 못했었다. 오늘 산행은 헬기장이 실질적인 반환점이다. 망월사로 가기 위해서 조금 더 오르기는 하지만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는다. 망월사로 가는 중간에 해골바위도 보인다. 산행거리는 대략 6km 정도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만나면 기분 좋은 동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것에 의미가 있다.
망월사 갈림길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갈림길에서 한번 가보고 싶은 자운봉까지는 1.4km 남았다고 되어 있다. 지난번 산행 때에도 이곳 갈림길에서 하산을 했다. 삼거리에서 다시 원도봉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난 망월사의 기와지붕은 처음 보는 것이 아님에도 감탄사를 나오게 만든다. 숲과 기암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망월사의 지붕이다. 여름 뿐만 아니라 언제 오더라도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곳으로 개인적으로는 도봉산에서 가장 멋진 장소라고 생각한다. 뒤로 선인봉과 만장봉이 보인고, 또 자운봉과 포대정상이 조망되는 곳이다.
망월사는 선덕여왕때 해호선사가 창건했고 경순왕이 한때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월성(신라의 수도)을 바다본다고 절 이름을 지었으니 신라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던 호국도량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 낙가산인데, 낙가보전은 관음전을 의미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멋있어 보이는 망원사의 전각들은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되어, 1986년부터 불사를 시작해서 완공되었다고 한다. 중건한 것이지만 잘 지었다.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동문들의 사진을 찍어 주다 보니 망월사에서 머문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됫풀이 장소로 직접 오는 회원이 있어 이제는 다시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다. 단풍이 들었을 때와 눈이 내렸을 때 망월사의 풍광이 훨씬 더 멋있다고 하니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가을과 겨울에 한번 봐야겠다. 매번 봄과 여름에만 왔던 것 같다.
하산길에 산악인 엄홍길의 생가터를 지났다. 원도봉산은 ‘원래 도봉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행정적으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에 해당된다. 엄홍길은 나의 외갓집이 있는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는데, 네 살에 원도봉 산자락으로 이사, 이곳에서 자라며 산악인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엄홍길이 살던 생가는 국립공원관리공단 관련법에 의해 철거되고 지금은 그 터에 안내판만 세워져 있다. 엄홍길은 우리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 윗쪽 계곡에는 아직 몇 곳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원도봉산 산행을 하면서 아직 계곡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비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래서 빠른 시일안에 국립공원 계곡에서의 영업행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뒷풀이를 수암장이라는 식당에서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식당을 정했다면 절대로 이곳을 정하지 않았을 터인데 그 결정권이 없어서 그냥 따라왔다.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는 장점 때문에 정한 듯했다. 와서 보니 계곡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절대로 문을 닫지 않을 듯하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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