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동문산행이라고 꼭 산에만 올라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 달 산행은 가벼운 배낭하나 매고 호젓한 산길 걷기 산행을 하기로 했다. 날씨가 더워지는 초여름에는 괜찮은 선택인 듯하다. 지난 2월에 북한산 둘레길 8-9구간을 걸어보고 나서 두번째 북한산 둘레길 산행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이루어진 북한산 국립공원을 한바퀴 도는 대형 트레일이다. 전체 코스가 21개 구간으로 되어 있고, 전체 길이는 71.5㎞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 1코스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쪽 우이령 입구에서 덕성여대 앞 솔밭 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3.1㎞ 구간이다. 이른 아침 우이동 입구에서 동문들과 반가운 모임이 시작된다.
북한산 국립공원 우이분소를 지나 둘레길 1구간인 소나무 숲길로 향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둘레길 이정표와 심볼 표식이 잘 되어있다. 북한산 둘레길은 코스마다 특별한 명칭이 붙어 있다. 1코스는 소나무 숲길로, 북한산에는 참나무가 많은데 이 지역에 많은 소나무가 모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 1코스는 동네에 있는 마실길처럼 길이 평탄하고 오르내리막도 거의 없어, 둘레길 중에서도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산자락과 마을을 수시로 오가며 길이 이어진다. 우이동 뒷산을 걷다 보면 어느새 주택가로 들어서고, 골목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산으로 들어 가길 반복하는 구간이다. 하여간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한 나라의 수도에 국립공원을 가진 나라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음만 먹으면 한시간 내로 훌쩍 갈 수 있는 북한산이 있고 또 이렇게 둘레길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런 점에서는 참 좋은 나라다.
경사도가 있는 산을 오를 때에는 숨이 차서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지만 평지에 가까운 둘레길을 걸으니 선후배 간의 대화가 많이 지는 듯하다. 웃고 떠드는 가운데 1코스 끝지점인 솔밭근린공원에 도착했다. 대략 3.1km구간에 1시간 30분정도 걸은 것 같다. 중간에 한번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왔기에 솔밭근린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솔발근린공원 근처는 사람들이 주거하고 있는 공간과 맞붙어 있어 주민들의 산책 코스처럼 보인다.
순례길 2코스는 솔밭공원을 지나서 우회전하면 나온다. 보광사 가는 길로 올라가다 보면 좌측에 안내가 나타난다. 주택가를 지나는 것은 둘레길의 재미다. 가다가 피곤하면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서 쉴 수도 있다. 둘레길에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안내 표지가 많이 있었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헤메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좋은데 너무 많으니 공해같은 느낌이 든다. 없으면 없다고 타박이고, 많으면 많다고 타박이니 설치한 사람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듯하다.
2코스 입구에서 5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4·19 국립묘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60년 이승만 정부에 반대하며 분연히 일어섰던 민주열사 237위가 여기에 잠들어 있다. 묘지에는 여러차례 와 보았지만 묘지 뒤로 이렇게 둘레길이 만들어진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2코스에는 4·19 국립묘지뿐만 아니라 12기의 순국선열 묘소도 있다고 한다. 어떤 묘소는 길에 붙어 있고, 어떤 묘소는 산 속에 들어가 있다.
북한산 둘레길 1구간 소나무길은 약간의 높낮이가 있었다면 북한산 둘레길 2구간 순례길은 정말 걷기 좋은 코스로 숨을 돌리며 사부작 걷기 좋은 곳이다. 아기자기한 숲 길이 깔끔하게 조성된 길과 어우러져 상쾌하고 편안한 걷기가 가능했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백련교도 나오고 좀 더 가면 순례길의 끝자락인 이준열사 묘소가 나온다. 2코스에서는 바로 수유동 에서 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둘레길 3코스는 난이도가 중이다. 난이도 중은 청계산 중간 약수터 오를 정도면 충분히 갈 정도 될 듯 하다. 조금 오르다가 바로 내리막이고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나온다. 그리 어렵지 않다. 3코스 중간부분에 팔각정 같은 정자 쉼터가 만들어져 있어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하기로 한다. 조금 있으면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는데 동문들의 배낭속에서 여러가지가 나온다.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기존 3코스가 사유지를 통과해서 있었던 모양이다. 기존에 있던 둘레길 구간을 폐쇄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고 써 놓았다. 기존 길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새로 만들어 놓은 길도 걷기에는 아주 좋았다. 요즘 붐처럼 번지고 있는 각종 둘레길이 사유지를 지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탐방객들이 농작물을 건드려 신경이 쓰이기도 하는 듯하다. 모두가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나 다른 사람을 배려해 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3코스에서 조금 벗어나면 화계사가 나온다. 급하게 산행을 마쳐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종교와 상관없이 화계사에 잠시 들렀다. 옛날 창동에 살 때는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한번씩 방문했던 절인데 분당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처음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화계사는 이웃한 한신대학교, 수유동 성당 등과 함께 종교의 벽을 넘어 서로 종교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축하해 주고 함께 바자회도 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국제 선원을 표방하고 있어서 이 절을 찾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한다.
절에 다니지 않는 동문들이 그늘에서 쉬는 동안을 이용해서 잠시 절안을 돌아다녔다. 절 안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화계사 동종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18세기의 뛰어난 승려이자 장인인 사인 비구가 전통적인 신라 종의 제조기법에 독창성을 합쳐 만든 종이라 하며, 영주 희방사에 있다가 화계사로 옮겨졌다고 한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를 올리고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절에 자주 와서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데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화계사에서 나와 가던 길을 계속한다. 화계사를 조금 지나 약간 높은 언덕에 데크를 만들어 놓고 북한산을 전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가라고 만들어 놓은 포토 포인트다. 숲이 우거져서 산이 모두 보이지는 않지만 숲속길을 걸어오다가 나온 전망포인트여서 모두 사진을 찍는다.
3구간에서의 최고 볼거리는 구름전망대라고 하는데 화계사에서 10~15분 정도 정릉 방향으로 올라가면 있다. 북한산 정상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만 오르면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아차산,용마산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와 내려다 볼 수 있다. 주변 전망대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서 주변에 나무 숲으로 가려지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멀리 조망할 수 있다. 더구나 오늘은 날씨가 맑은 편이서서 멀리까지 조망이 잘 되었다.
조금 난이도가 있다고 했지만 둘레길 3구간도 내게는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조금 더 둘레길 구간을 돌았으면 좋겠지만 오늘 아쉽게 3구간에서 트레킹을 마쳐야 한다. 생태숲에서 시작하는 정릉으로 넘어가는 4코스 솔샘길구간은 다음에 다시 한번 걸어봐야겠다. 숲속길을 걸어도 날이 더우니 땀을 조금 흘린 것 같다. 새로운 둘레길 구간을 알게 된 것에 만족한다. 남은 구간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레길 탐방을 마치고 미리 예약해 놓았던 식당을 찾아왔다. 산에서 여러가지를 먹어서 사실 식당에 들리지 않고 헤어져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의 이방에서는 산에 가서 먹지도 못하고 돌아 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에 뒷풀이 식당을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뒷풀이 장소에서 산행과 다른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선배님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후배들의 발랄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된다. 오늘도 선배님과 후배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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