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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한려수도 문화탐방 6-1 (남해 호구산 용문사) (201610.29)

남녘하늘 2018. 4. 23. 00:37


 ITC 모임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문화탐방 행사에 참석했다. ITC모임의 최고 행사라는 소리를 가입하기 전부터 친구 완성이가 여러번 아야기했는데 실제 참석해 보니 대단한 행사였다. 이번 문화탐방 장소는 남해와 통영 지역이어서 나는 고향 근처인지라 대부분의 장소를 여러 번 가 보았지만 함께 떠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함께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고 훨씬 더 중요하다. 여러 번 가 보았던 장소도 새로운 사람과 같이 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엄청난 준비를 해 준 스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회원들 사진을 많이 찍어 주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했다. 


 새벽같은 아침에 잠실운동장에서 모였다. 총 55명의 동문들이 관광버스 2대와 승함차 한대로 이동하게 된다. 승합차는 수지쪽에 살고 있는 동문을 태우고 먼저 출발했다. 역대 회장을 비롯해서 대선배님들이 함깨 하는 여행이라 나이 편차가 크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분위기를 이끌어 주신다. 더구나 회원당 6만원의 회비만 받았는데 전체 소요비용이 1,400만원이었으니 1인당 25만이 들어간 여행이다. 나머지 비용은 많은 선배들의 협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럭셔리 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차안에서 백설기와 김밥을 나눠 주었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 아침을 먹지 않고 와도 괜찮을 것을 잘 몰랐다. 남해로 이동하는 천안휴게소에서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이동중에 산청휴게소를 들러서 조금 쉬었다. 아침에 각자 버스를 타고 헤어진지 얼마 되었다고 휴게소에서 만나니 엄청 반가와 한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어서 고속도로에도 차량이 많았고, 휴게소에도 행락객을 태운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5시간의 긴 버스여행을 마치고 이미 선발대가 방문해서 예약까지 해 놓았던 남해 향촌식당을 찾아 나섰다.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식당은 멸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였다. 입구 간판에는 손두부 전문점이라고 쓰여 있고, 주변에 남해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이 있어서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반찬은 푸짐한데 내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상다리가 부숴지는 남해의 맛이 내게는 적용되지 않은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맛 있다고 하니 내 입맛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음식이 짜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에 앞서 담소의 시간을 갖는다. 누구가의 말처럼 환갑이 넘은 70년대 학번도 60년대 학번 선배 앞에서는 커피 심부름을 해야 한는 그런 모임이다. 세대를 넘나들며 후배들과 유쾌한 농담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선배님 덕분에 여행의 초반부터 즐거움이 가득했다. 단순한 여행으로서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젊고 유연한 사고와 지식까지도 얻어가야할 여행이 되는 느낌이다.     






 식당이 있던 상동면에서 30여분 버스로 이동해서 남해 이동연에 있는 용문사(龍門寺)로 이동했다. 미국마을 입구에서 호구산 방향으로 1km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남해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호구산(627m) 자락에 있는 용문사는 남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절이다. 호랑이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호구산은 산 자체는 크지 않지만 계곡 사이로 울창한 숲이 들어서 흡사 원시림을 생각나게 하는 산 다운 산으로 느껴진다. 좁은 주차장에 큰 차를 세우기는 불편해 보여 산 아랫쪽에서 내려서 걸어서 올라와도 좋을 듯한데 친철한 기사님이 일주문 앞까지 차를 태워준다. 좁은 공간에서 차를 돌리는데 운전하는 것이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   






 모든 절이 그렇듯 용문사 일주문도 일직선 기둥 위에 지붕을 얹었다.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지장대도량이라고 쓰여진 비석이 나온다. 비석을 지나면 나즈막한 언덕이 나오고 언덕길을 올라야 용문사가 나온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잠시 걸으면 일주문 입구 우측 약간 높은 곳에 부도가 보인다. 부도는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묘탑으로 부도는 선사를 섬기는 극진한 마음에서 선사가 입적한 뒤 정성을 다하여 세운 것이다. 부도는 남부지방에서는 찾기 힘들다는데, 용문사에는 부도가 많아 선사를 많이 배출한 오래된 전통 사찰인 듯하다. 






 봉서루를  지나 좁은 절마당에 들어서면 앞쪽에 마주하고 있는 용문사 대웅전이 보인다. 용문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보광산(금산)에 건립한 보광사를 그 전신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광사의 사운이 기울자 조선 현종때 백월대사가 호구산으로 옮기고 절 이름을 용문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용문사 대웅전앞에서 잔잔한 파쇄석이 깔려 있다. 경내에는 절간처럼 고요한데, 파쇄석 밟히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대웅전 좌측으로는 경사면을 3단계로 평탄하게 골라서 건축물을 지었다. 맨 뒤쪽에는 자그마한 칠성각도 보인다.









 대웅전에서 용문사 스님으로부터 용문사 소개와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덕을 쌓으라고 하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도 절에 오면 대웅전에 앉아서 가끔씩 참선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불교 신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ITC회원 중에는 불교신자가 생각보다는 많은 모양이다. 법당에도 동문들이 많이 들어왔고, 들어오지 못한 동문은 밖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지 않은 동문들은 주변에서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모양이다. 








 스님의 용문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절 뒷쪽 백련암으로 가는 산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자생 식물단지라고 쓰여진 팻말도 세워져 있고, 산사의 텃밭에는 김장을 담기 위한 배추를 비롯해서 초록의 기운이 가득하다. 어지간한 부식은 이곳 텃밭에서 모두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다양한 채소가 심어져 있다. 텃밭 옆으로는 가파른 언덕에는 녹차나무가 꽤 많이 심어져 있었다. 지금은 차잎을 수확할 때가 아니지만 차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






 산신각 뒤편 야산에는 야생녹차밭 사이로 ‘남해의 삼자’라 불리는 비자나무, 치자나무, 유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용문사의 백미는  산신각 뒤편의 산자락에서 지긋이 내려다 보는 풍광이다. 역삼각형 모양 안에 갇힌 용문사의 지붕 앞으로 호수처럼 잔잔한 남해 바다와 금산의 풍경을 보는 것도 굉장한 느낌이다. 내려다 보면 용문사는 터가 그리 넓지 않아 좁은 공간에 여러 전각들을 두어 엄청 복잡하고 빽빽한 느낌을 준다. 가까이 가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봉서루 누각 아래에는 많은 신도들에게 공양을 할 때 사용했던 구유가 있었다. 구유는 아름드리 통나무속을 파내고 소의 먹이를 담아주는 큰 그릇인데, 많은 신도들이 운집하는 법회 때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찰에는 1∼2점씩 전래되는데, 용문사 목조의 제작시기는 조선 후기로 추정되고 1,000명분의 밥을 퍼 담았을 정도로 크다. 임진왜란때 승병의 밥을 퍼 담아쓰던 밥통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엄청나게 크고 보존 상태로 좋다. 




 지난 여름 물난리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찰의 몇몇 장소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리본으로 막아 놓았다. 보수 작업을 할 모양인 듯하다. 구유가 있던 봉서루 뒷쪽으로 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계단에 이끼가 가득한 것이 절의 역사를 느끼게 해 준다. 세심교를 건너면 사방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각도 가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절에 와서 사천왕상을 구경하지 못하는 것도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용문사 천왕각은 경남 문화재라고 한다. 남해에 와서 가 보지 못했던 남해의 천년고찰 용문사 구경을 아쉽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