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일찍하고 오늘은 용눈이 오름 구경을 하기로 했다.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용눈이오름으로 가는 길에도 수없이 많은 오름들이 스친다. 오른편으로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 용눈이오름이 시야에 들어서고, 멀리 북쪽으로 우뚝 솟은 다랑쉬오름도 보인다. 용눈이오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오름을 찾아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오름인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일이고 우리 일행이 일찍 도착했는지 넓은 주차장에 차가 거의 없다. 한적하게 오름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입구에서부터 완만하게 오르는 비탈길이 이어진다. 곡선을 이룬 언덕은 나무가 보이지 않는 초원이다. 길은 토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코코넛 섬유로 만든 밧줄로 엮은 바닥재를 깔아 놓았다. 분화구의 서쪽 능선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북쪽 정상으로 오른다. 경사도 낮고 부드러운 길을 산책하듯이 오르면 된다. 그러나 그런데 오르는 길에 전혀 예상을 못한 말똥이 여기저기에 있어 조심해야 했다. 오름을 오르는 동안 말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 말을 방목하는 모양이다. 주차장에서 오름을 들어 오는 입구에도 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미로처럼 길을 만들어 놓았었다. 냄새는 나지 않지만 조심해서 피해가야 한다.
용눈이오름 분화구 능선은 높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보이는 경관을 조망하는 즐거움도 좋다. 다양한 오름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바다도 보이고 우도도 보이고 일출봉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10분 가량 오르니 화구에 당도했는데, 화구 중앙을 보호하기 위해 가로질러 갈 수는 없도록 안내가 되어 있다. 안내가 되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바람이 많은 지역이어서 멀리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전망이 전반적으로 너무 좋다.
용눈이오름은 용처럼 누워 멀리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고 있다. 구부러진 오름의 형세가 마치 용이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화구가 크게 패어 있는 모습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도 하고,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인다고도 하여 용눈이오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용눈이오름을 용유악(龍遊岳) 또는 용안악(龍眼岳) 용와악(龍臥岳)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왼쪽 아래로 풀빛이 푸르게 나타난 부분이 화구의 가장 낮은 바닥이다. 화구의 가장 높은 언덕인 북동 사면으로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나무그늘이 하나도 없는 용눈이오름은 오늘처럼 날이 흐린날은 괜찮지만 햇볕이 쨍쨍 쬐는 여름에는 바람이 불어도 엄청 더울 듯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바람이 있었지만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제법 많이 분다. 칼바람이 매서우면서도 시원하다. 제주의 삼다(三多) 중 하나인 바람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날이다. 어디에서 비가 내리는지 모르지만 바람에 습기도 엄청 많다. 날이 너무 서늘해서 바람막이를 가져온 사람은 바람막이 옷을 입어야 할 정도였다.
총무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찍는 점프하는 모습을 연출시키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친구들이 거의 이런 포즈의 사진을 찍어 보질 않아서인지 점프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고 어색해서 몇 번을 반복시켰는데 생각보다 힘들고도 재미있다.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재미 있었던 그 순간이 기억된다. 점프하는 사진을 찍는 요령은 그냥 땅에서 뛰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발을 적당히 구부려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점프 사진을 잘 찍힐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에서 보는 풍공이 너무 좋아서 바람이 엄청 불어도 내려가지 않고 한참을 머물렀다. 오름은 우리처럼 개별 여행을 오는 사람만 찾아 온다고 한다. 여행사를 통해 제주도를 오는 경우에는 오름에서 여행사에게 어떤 커미션도 줄 수 없기 때문에 찾아 가질 않는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고, 그래서 여행사를 통해서 오면 이런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없다. 한라산 자락에는 기생화산인 오름이 368개나 있다고 한다. 용눈이오름은 제주 오름 중 유일하게 세 개의 분화구를 가진 특별한 오름이라고 한다.
용눈이오름의 높이는 247m, 둘레는 2,685m, 폭은 773m이이라고 한다. 둥글 둥글한 능선이 주는 푸근함이 용눈이 오름의 특징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오름이 동사면 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룬다. 오름에 나무는 거의 없지만 억새가 엄청 많아서 나름 보기가 좋다.
정상에서 한참을 보내는 사이에 다른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다. 평일이어도 용눈이 오름에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꽤 유명한 오름인 모양이다.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내려 가는 지름길은 그동안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녀서 탐방로가 심하게 훼손된 모양이다. 빠르게 봉우리로 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이쪽으로 정상에 오르는 길에 땅이 완전히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궁여지책으로 통행하지 말라고 푯말을 써 붙여 놓았는데,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이 지켜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내려 오는 동안에 그 길로 내려 오는 젊은 친구 두명이 있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다니면 안된다는 것을 젊잖게 타 일러 주었다.
멀리 동쪽 끝으로 성산일출봉이 모습이 보인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우도는 희미하게 보인다. 용눈이 오름 주변으로 조망을 가리는 오름이 없어서 해가 뜨거나 해가 질 때 오면 또 다른 풍광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이런 멋진 오름이훼손되지 않ㄷ록 잘 관리해서 우리 후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워낙 전망이 좋은 오름이어서 용눈이 오름에서 볼 수 있는 주변의 오름과 지형을 소개해 주는 안내판이 여러 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동검은이오름, 백약이 오름, 높은오름, 남거산, 유건이 오름, 모구리 오름, 후곡악, 궁대악. 좀 더 옆에서는 멀리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한라산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눈꽃송이가 내려 앉은 것처럼 멋진 억새풀 사이에서 결혼식 야외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이 정도의 풍광이면 신홍부부의 야외찰영지로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람만 조금 덜 불었으면 멋진 사진이 나왔을 터인데 바람이 워낙 거써서 사진 찍느라 커플과 사진 찍는 사람들 모두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기 좋아서 야외찰영 사진 찍는 모습을 담아 보았다.
일요일 따라비 오름에 이어서 올라본 용눈이 오름 덕분에 오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여러 곳에 있지만 오름을 둘러보는 특화된 여행을 한번 계획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학 후배 중 한명이 과거 제주지사에 근무하면서 1년동안 오름을 오르면서 정리해 놓았다는 자료도 한번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에 제주에 오면 시간이 되면 다른 오름들도 둘러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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