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클럽의 범띠 친구들과 함께 작년 송년 모임에서 올해 트랜스 제주 트레일런 대회에도 참석하고 제주 여행을 하자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제주를 찾았다. 올해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계획은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하는 것과 금수산에 산행을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제주를 찾아와 트랜스 제주 트레일런 대회에 함께 참석하는 것이였다. 당초 2박 3일의 일정으로 제주에 왔는데 모처럼 시간을 내서 내려 왔는데 하루 더 함께 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바쁜 몇 몇 친구는 일요일 먼저 올라 가고 남은 친구는 하루를 더 보내게 되었다.
나는 제주에 먼저 내려 와서 업무를 먼저 보고 오후에 출발하는 친구를 기다렸다. 미리 렌트카 회사에 승합차 2대를 예약해 놓아, 먼저 렌트카 회사로 가서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금요일 오후에 김포를 출발해서 제주에 내려 와도 식사를 하러 가니 이미 어두운 밤이다. 총무가 우리 일정 계획을 세우면서 맛집을 찾아 놓아서 제주시에서 한참을 이동해서 식당을 찾아 갔다. 소풍을 나온 학생시절처럼 친구들과 함께 제주까지 놀러 오니 기분이 좋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친구도 있었고, 나처럼 혼자서 온 친구도 있다. 나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터인데 집사람이 시간이 되지 않아서 혼자 오게 되었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표선의 칠돈가 직영점에서 저녁을 하게 되었다. 칠돈가라는 음식점은 제주 여러 곳에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맛집이라고 한다. 제주 시내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표선까지 이동했더니 식사 시간이 더 늦어져서 무엇을 먹어도 배가 고픈 상태가 되었다. 두툼하게 나오는 흙돼지 고기가 나름 맛있었다. 이번 여행은 트레일 런 참가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제주의 싱싱한 해산물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맛기행이다. 첫 식사부터 맛있게 먹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하는 오신학선배님이 샤인빌 리조트를 예약해 주어서 제주도에 있는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몇 년전에 제주평화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 스쳐 지나듯이 지나쳤던 샤인빌을 이번에는 제대로 쉬어갈 수 있었다. 전날 밤 너무 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숙소 주변을 둘러 보지 못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해안 도로를 달려보기로 해서 일찍 숙소를 나왔다. 날씨도 조금 흐리고 빗방울로 한두방을 떨어져서 나가야 할지를 고민했지만 일단 방문을 나서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나섰다.
너무 늦게 잠들어 새벽에 피곤해 하는 친구들은 숙소에 놔 두고 아침 운동을 함께 할 몇 몇 친구와 범띠 선배님이 함께 숙소를 나왔다. 바닷바람이 불어서 서늘한 느낌이 있지만 상쾌한 서늘함이다. 약간의 빗방울과 구름이 가득해서 달리면서 바닷가에서 해뜨는 풍경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숙소 주변으로 야자수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역시 따뜻한 지역에 왔음을 알 수 있고, 이국적인 풍경이 보기 좋다. 해변으로 나가니 리조트와 올래 4코스가 겹치는 모양이다. 리조트의 산책로를 올래코스에 양보해 주어서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4코의 올래길을 따라 아침 달리기를 시작한다.
아침에 약간의 부지런함으로 인해 제주 표선해변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었고, 아침운동을 할 수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뛰어가다 보니 그동안 제주도에 관관객이 많이 찾아 와서인지 팬션같은 숙박장소와 카페가 엄청나게 많아 보였는데 계절적으로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것인지 과열경쟁으로 폐업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집들이 많이 보였다. 뭐든지 조금만 잘된다 하는 소리만 들리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 뛰어가는 도중에 한 팬션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서 한참을 놀아 주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 다녀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멀리까지 뛰어 가지는 못하고 30분 정도 뛰어왔다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1시간 정도는 뛰어주는 셈이다. 혼자서 왔다가 아침 달리기를 생략했을 터인데 역시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바람이 조금 불어서 선선하지만 공기가 맑고 선선함의 느낌이 너무나 좋은 아침 달리기다.
샤인빌 리조트의 외곽길은 제주 올레길 4코스와 겹쳐 있다. 아마도 리조트에서 올레길을 위해서 조금 양보를 해 준 느낌이다. 덕분에 해안길이 끊어지지 않고 지나칠 수 있게 된 듯하다. 바로 숙소로 들어오지 않고 조금 더 지나서 반대쪽으로 가 보았다. 반환점으로 갈 때보다 조금 더 빨리 되돌아 온 덕분에 아침식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레길의 일부 구간은 숲속이어서 후레쉬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었더니 아직 컴컴한 분위기다. 실제로는 그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올레길을 따라서 조금 더 성산쪽으로 가다 바닷가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잠시 바닷가 바위에 올라 보았다. 해안을 따라 백사장 대신에 뾰적한 바위가 널려 있었지만 크게 위험한 정도는 아니어서 바닷물 근처까지 가 보았다. 화산 지형에서 볼 수 있는 현무암이 이곳에도 많이 널려 있었다. 사진 한장을 찍고 다시 숙소로 되돌아 왔다.
한시간 넘게 해안가를 달린 후 숙소로 돌아오니 함께 달리기를 나가지 않았던 친구들도 일어나서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이국적인 정취의 야외수영장도 보이고, 넓은 잔디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의 야자수 정원이 있는 산책로다. 우리도 바로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일행들과 함께 주변을 돌아 다녔다. 특히 야외 수영장은 이용할 수 없는 시기이지만 물을 가득 채워 놓았고,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샤인빌에는 실내 수영장도 있다고 하는데 휴양여행을 온 것이 아니어서 시설을 하나도 이용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다음에는 여름철에 맞춰서 이곳에 한번 더 와야겠다.
이번 여행은 맛있는 제주 음식을 많이 먹을 생각으로 온 여행이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맛집을 찾아 나섰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표선해수욕장 근처의 맛집을 총무님이 미리 확인해 놓았다. 표선사거리를 지나 표선해수욕장과 해비치리조트 방향으로 조금 가면 식당이 있었다. 해비치 옆으로는 제주 민속촌이 있는데 성읍민속촌은 가 보았어도 표선에 있는 민속촌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식당에 차를 세워 놓고 식사는 같은 것으로 주문해 달라고 해 놓고 잠시 표선해수욕장 바닷가에 내려가 보았다. 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의 표선해수욕장을 잠시 돌아보았다. 해수욕을 할 시기가 아니어서 바다가 조금 썰렁한 느낌이기는 해도 보기는 좋다.
바다향기 식당은 표선해수욕장과 해비치리조트 근처이기 때문에 주변 숙소에 머물다가 아침을 먹기에 좋을 것 같다. 길가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식당 근처에 가면 한눈에 찾을 수 있었는데, 워낙 위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을 듯한 곳이다. 식당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어 차를 가지도 오더라도 주차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우리 일행이 들어가니 아침부터 식당이 가득찬 느낌이다.
근처에 촬영차 오는 연예인들이 많은지 벽에는 연예인 사인으로 빼곡하다.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다 있는데 이 집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오분작뚝배기 성게미역국을 골고루 주문해서 먹었다. 제주도 분이 음식을 하는 줄 알았더니 요즘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 오면서 이런 식당들도 외지인들이 많이 운영한다고 한다. 음식맛은 개인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한데 내 입맛에는 평범한 수준 정도였다. 오븐작 뚝배기를 시켜 먹었는데 그리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제주 여행을 하게 된다.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쇠소깍이다. 올래길이 만들어지고 나서 해안을 따라 걷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제는 쇠소깍도 많이 알려졌다. 쇠소깍은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이라고 하는데,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총 14.4km로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기 어려운 제주도의 하천과는 달리 쇠소깍이 있는 효돈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쇠소깍은 '효돈'의 옛 표현인 '쇠돈'의 '쇠'와 연못이라는 뜻의 '소', 끝을 의미하는 접미사 '깍'이 결합된 말이라고 한다.
쇠소깍은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는 지역에 큰 연못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울창한 숲과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비경은 제주의 외돌개,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이곳이 유명해지기도 전에 가족여행을 와 보고 모처럼 들렀는데, 이제는 올래길과 함께 유명한 곳이 되어서 아침부터 방문객들로 붐빈다. 시간이 되면 아래로 내려가서 테우라고 불리는 뗏목배라도 한번 타 볼텐데, 기상도 시간도 허락치 않는다.
쇠소깍은 비를 내리게 하는 용이 산다 하여 용소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쇠소깍은 화산암 암벽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여러 가지 형상의 바위가 있어 장군바위, 사자바위, 독수리바위 등의 이름이 붙은 바위가 많다고 하는데 바다와 접하는 곳까지 도로를 따라 이동하느라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모래톱을 넘어 들어와 쇠소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게 된다. 그럴 때면 커다란 숭어가 많이 몰려든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는 올레길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화순 금모래해변까지 걷기로 되어 있어서 쇠소깍은 대충 한번 둘러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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