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여주 세종대왕마라톤 (2006.10.15)

남녘하늘 2008. 5. 30. 19:24
(3:13:31)  

 

일교차가 상당한 큰 날씨다. 아침 일찍 여주에 도착하니 달리기 복장으로는 차밖에 나가기가 싫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한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좋은 기록이 나오련만 한낮에는 25도까지 올라 간다고 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11도 정도라고 하는데 강가여서 실제 체감온도는 한참 더 낮은듯하고 한낮의 최고온도와는 14도 이상 차이가 있는 셈이다. 차안에서 대회참가 준비를 끝내고 출발 30분 전에서야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물품보관소에 짐 맡기고 간단히 스트레칭하니 바로 출발준비를 하라고 한다. 초반에 천천히 뛸 계획이어서 그룹의 후미쪽에서 출발준비를 했다. 오늘 대회에서는 미리 생각했던 것처럼 풀코스 LRFF (Long Run Fast Finish) 훈련의 일환으로 대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풀코스 거리를 4등분하여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고 갈수록 빨라져 맨 나중에는 목표대회 페이스로 달리는 훈련으로 초반 10Km는 매 Km를 4분 45초, 20Km까지는 4분 35초, 30Km까지는 4분 25초, 마지막은 4분 15초로 달려 대략 3시간 10분 정도를 목표로 정했다.


오늘 대회는 춘천대회를 2주 앞두고 열리는 것으로 춘천에서 Sub-3를 염두에 두고 그간 훈련결과를 검증하고 싶은 생각에서 참가신청을 한 대회이다. 목표한대로 LRFF 훈련목표가 달성되어진다면 남은 2주동안 근력을 보강하고, 또 한번의 식이요법을 통해 Sub-3가 가능하지 않으까하는 다소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9시 정각에 출발, 날씨가 차츰 더워지고 있다. 출발장소는 도로폭이 넓었는데 400여m를 지나 여주대교부터는 폭이 대폭 줄어든다. 10Km까지는 매 Km를 4분 45초의 속도로 가야 하는데 도로폭도 좁고, 오늘 대회에서 부부가 풀코스 100번째를 동반완주하는 신두식님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2Km를 넘게 달리다보니 초반에 계획보다 2분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오늘이 목표가 달성하지 못하면 큰일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3Km를 지나면서부터 계획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7Km를 지날무렵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빨리 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빠른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1분정도 빠르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한참 빠른 것 같은데... 달리면서 여유가 있어 주변을 살펴보니 남한강의 강변모습도 여유로와 보이고, 누렇게 익은 벼들이 황금벌판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주 멋있어 보인다. 군데군데 추수를 한곳이 있기도 한데 추수한 곳에서는 벼를 벤 이후의 풀냄새도 구수하게 느껴진다.

 

 


나즈막한 언덕이 몇 개 있으나 높이가 높지않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는데 가로수가 많지 않아 그늘이 많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달리기에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는 하지만 추석전 대회때같은 무더위는 아니어서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온도였다. 초반 속도를 높이지 않고 달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하프주자들이 추월해가기 시작하는데 하프 주자를 제외하고는 나를 추월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0Km를 조금 지나고 나서 하프주자들의 반환점을 돌아가고 나니, 이후로는 한명도 날 추월하지 못했다.

 

10 Km 통과시간은 49분 10초. 첫 2Km에서 까먹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획했던대로 달려온 셈이다. 평소의 달리는 속도보다 많이 느리게 달렸더니 힘도 들지않고 모든 점에서 여유가 있다. 10Km를 통과하면서 Km 당 10초를 당겼는데 10초를 빨리해도 그다지 힘들다는 느낌이 없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 랩타임이 빨라지면 다시 속도를 늦추어 평균속도는 계속 유지시켰다. 한적한 시골풍경을 즐기면서 달리기는 계속된다. 오늘도 18-9Km 지점에서 선두주자가 반환해 온다.

 

선두를 만난이후 몇 사람이나 내 앞에서 가고 있는가를 세어보면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그만 놓쳐버리고 숫자 세기를 포기해 버린다.  오늘은 그냥 다른 잡생각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훈련이나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신경써서 정속으로 달리는 것도 힘이 드는데... 20Km 통과시간은 1시간 35분 2초. 평소 대회 속도로 달린 날이면 하프 기록도 이시간 보다 빠를텐데 초반에 천천히 달리니 20Km의 기록도 이렇게 나온다. 하지만 지난봄에 한번 해 보았던 후반가속 훈련인지라 시간에 개의치 않고 달린다.

 

20Km 통과이후 다시 Km당 10초를 빠르게 해서 4분 25초의 속도를 유지한다. 초반에 비해 후반이 속도가 더 빨라지니 많은 사람을 추월할 수 있었다. Km당 4분 25초의 속도까지도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2주후 춘천에서 날씨만 조금 더 서늘하다면 체력소모가 적어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더워진 날씨탓에 오늘도 모든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온수와 물을 많이 마신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주자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져 한명 한명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스피드가 살아 있는덕에 끊임없이 한두명씩 주자들을 추월해 나간다.

 

30Km 통과시간은 2시간 19분 34초. 아직까지는 목표했던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Km당 10초를 당겨 마라톤 대회 페이스인 4분 15초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확실히 마라톤 대회 페이스는 힘이 든다. 속도를 올린후 첫 몇 Km까지는 빠른 속도로 유지했는데 중간 중간 힘이 들면서 기록이 들쑥날쑥해지기 시작한다. 더운 날씨와 함께 반환점으로 갈 때 느끼지 못한 언덕도 돌아올 때는 제법 힘이 들면서 기록을 늦춘다. 함께 뛰는 사람이 없는 것도 경쟁심을 유발시키지 못해 달리기를 힘들게 만든다.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사람이 있어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편한 달리기가 될 수 있을텐데 너무 오랫동안 혼자서 달린다. 간혹 나타나는 주자들은 너무 지쳐서인지 나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3Km를 남겨 놓고 다시 여주시내로 들어올 무렵 몇 사람의 주자를 만나 함께 동반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혼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힘과 스피드는 남아 있었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혼자서 달리는 것이 너무 지루해져서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달렸다. 역시 함께 달리면 편해진다. 40Km 의 통과시간은 3시간 2분 55초. 남은 2Km를 같은 속도로 달리면 목표했던 3시간 10분 근처에 들어갈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무리해서 끝까지 달리고 싶지 않아 계속 동반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동반주를 핑계삼아 편한 달리기를 하려고 한 것이다.

 

결승점에 들어올 때는 동반한 주자에게 독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양보까지 한뒤 결승점 통과시간은 3시간 13분 31초. 막판 조금 천천히 달렸더니 예상기록보다는 몇 분 늦어졌다. 하지만 스스로는 예상했던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전반에 비해 후반 하프의 기록이 월등하게 빠르고, 들어와서도 다른 때와는 달리 달리기의 후유증이 없고 힘도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빠르게 달리면 생기는 발바닥의 물집도 잡히지 않아 다행스럽다. 

 

완주한 사람이 대회후 확인해보니 총 400여명에서 몇 명 모자라는데 참가자중 36등을 했다. 생각보다는 풀코스 완주자가 적었던 것 같다. 주변환경이 수려한 남한강변, 여주에서의 대회가 나의 60번째 참가 풀코스 대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