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16.2)

교토마라톤 14-3 (오사카 아침산책, 주택전시관 등) (2016.2)

남녘하늘 2017. 10. 31. 00:23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하기 전에 나카노시마(中ノ島) 공원 산책을 나왔다. 어제 아침도 전날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아 숙소에 일찍 도착했다면 산책을 했을텐데 아쉽게 산책을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마음먹고 나왔다. 나카노시마는 길이 약 3.5km, 면적 약 50ha의 섬으로 오사카를 가로지르는 도우지마강(堂島川)과 도사보리강(土佐堀川) 사이에 있다. 오사카마라톤과 고베마라톤 대회 참가 때에도 이곳에 와서 아침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달리지는 하지 못해도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오사카 중심지에 있는 서울의 여의도 같은 도심 속의 섬으로 아침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에는 참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오사카시청과 은행, 신문사를 비롯하여 공원,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 공회당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나카노시마에 있다. 현재 도심 속의 휴식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1600년대 에도시절에는 쌀시장으로 유명했었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이 섬은 각 지방의 다이묘(大名)가 지은 창고 딸린 저택인 구라야시키(倉屋敷)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반란을 방지하고 번주들을 확실하게 휘어잡기 위해, 전국의 쌀을 한 곳에 모았다가 다시 분배했는데, 식량을 통제하면 번주들도 통제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모인 쌀이 부려지는 곳이 바로 오사카였고, 오사카 중에서도 나카노시마였다고 한다. 계절이 겨울이라 조금 휑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분위기도 좋다.  

 





 산책 코스는 미리 생각해 두어서 그 코스를 따라 이동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고 이른 아침이어서 이전에 왔을 때처럼 산책을 하거나 달리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썩 괜찮은 공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산책로를 따라서 섬의 제일 상류까지 올라가 보았다. 늦가을까지 장미가 피어 있었던 장미정원은 겨울철이라 휑한 느낌이지만 팬지 등 겨울 꽃을 심어 놓아 그 허전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역시 여행은 꽃 피는 봄이나 초록이 우거지는 계절에 다녀야 한다.    



 





 좋은 계절에 찾아왔던 기억으로 다시 찾은 나카노시마(中ノ島) 공원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그 느낌이 많이 퇴색되어졌다. 더구나 강가에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려니 온몸에 한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공원을 찾아오면서 마음 먹었던 코스를 절반정도 산책하고 나니 더 도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다. 오사카 시청 앞까지 산책을 하고 나서 따뜻한 곳에 가서 차라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요도야바시(淀屋橋) 건너편에 전에 한번 방문했던 카페가 보여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예전에 아침 달리기를 마치고 한번 방문했던 요도야바시(淀屋橋)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이곳에서 브런치를 먹을 수 있지만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해야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지난번 방문 때에도 나카노시마 공원과 강물이 내려다 보이는 좋은 위치여서 들어 왔었다. 그때는 강변이 보이는 곳에서 차를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와보니 강변이 보이는 곳은 흡연석이라고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강변이 보이는 좌석에 있을 수가 없다. 주말이어서 아침부터 카페에 사람이 많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흡연석을 피해서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까페이름이 벨로체(Cafe Veloce)였는데 2층 인테리어도 상당히 세련되었다. 강물을 내려다 볼 수있는 곳은 창문을 따라서 한쪽으로 좌석을 만들어 놓았고, 안쪽으로는 지구본 모형도 있는데 지구본 모형이 있는 곳부터 흡연석이다. 차한잔을 하면서 따스한 온기를 되찾았다. 오늘도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덕분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바로 앞에 있던 오사카 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오사카성 남서쪽에 위치한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2001년까지 오사카 성안에 있는 건물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1층에는 안내소와 매표소가 있어 각종 간행물과 기념품을 팔고, 음식점과 휴게소로 꾸며 놓았다. 나니와(難波:なにわ)는 오사카 지방의 옛 지명으로 난바(難波)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박물관의 또 다른 애칭이 나니와 역사박물관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에서 오사카의 역사를 체험하고,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오사카의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고 소개해 놓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면 나니와궁(難波宮)의 국가 의례를 집전하던 전시실이 제일 먼저 나온다. 당시의 궁정의식 모습을 설명하는 영상물이 방영되고 있으며, 고대 일본의 궁전을 재현해둔 실물 크기의 인형들이 서 있다. 이곳 10층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인근의 나니와궁 유적은 물론 오사카성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니와 궁터를 아스카 나라시대의 궁전인데 전후에 본격적으로 발굴 되었다고 하는데, 그 터만으로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예전의 일본 수도인 나니와궁 유적지 한켠에 박물관이 세워져 있어 박물관으로는 최적지에 세워진 듯하다.

 



 



 통유리 넘어로 어제 방문했던 오사카 성의 전체적인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오사카 성 주변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따로 없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오사카 성의 모습이 가장 급접된 풍경이 아닐까 싶다. 

 

 



 박물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10층에는 고대 역사를, 9층에는 중세와 근세 역사를, 7층에서는 근대와 현대 역사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있다.

혼간지(本願寺)시대, 에도(江戶)시대의 물의 도시인 나나와(難波)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고, 근대 및 현대 층에는 발전한 오사카의 모습을 살필 수 있게 되어 있다. 거리의 모습과 사람이나 소품, 건물 등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사실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시간이 아깝지 않게 살펴 볼수 있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라고 생각된다. 

 





 오사카 역사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이동한 곳은 1830년에서 1950년대까지의 에도시대 후기를 배경으로 당시의 거주 역사와 문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사카 쿠라시노 콘쟈쿠칸(大阪くらしの今昔館 :주택전시관)이다. 정식 명칭은 오사카 일상의 역사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보통 오사카 주택전시관으로 많이 부른다. 일상생활을 다룬 박물관으로는 일본 최초라고 한다. 이 전시관은 실내에 만들어 놓았기때문에 잘 관리가 되어있을뿐만아니라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관람을 할 수 있는데, 실내에 있어서 좁다는 단점도 있다. 입구에 인형을 많이 전시해 놓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한층을 올라가니 마을을 통째로 옮겨놓은 것처럼 마을의 지붕이 보인다. 대략적인 마을 모습을 위에서 구경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정말 에도시대때의 거리가 등장한다.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보이는데, 너무 잘 꾸며 놓았다. 오사카 주택전시관은 작은 모형들만 모아둔게 아니라 예전 주거환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는 전시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좋은 장소가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곳 방문의 목적중에 하나는 기모노 체험인 듯하다. 그런 정보를 알지 못하고 왔는데 젊은 처자들이 기모노를 착용하고 거리를 거닐고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다. 한켠에서 기모노를 대여해 주고 있었는데, 옷을 빌려 입으려고 한참을 기다고 있었다. 기모노를 입고 관람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것 같다. 일본사람이 기모노 체험을 하러 이곳에 올 이유가 없을터이니... 서울에서도 한복 체험을 하는 곳이 많이 생겨났는데 그런 체험복을 입은 것을 보면 너무 엉성해서 우스워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 일본 사람이 쳐다보면 비슷한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다. 체험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옛 가옥을 지나치면서 눈으로만 보는게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일본 특유의 다다미 방에 미닫이 문, 얇은 벽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전통 가옥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는 느낌. 병풍에는 황금색의 베경으로 청초한 여인의 모습과 매화나무를 그려놓은 병풍이 꽤 인상적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모습의 부엌도 살펴 볼 수 있다. 구경하다가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쉬기도 하고, 집안에 들어가서 살림살이도 직접 만져볼 수 있어 다른 박물관이나 전시장과는 차이가 많다.  

 






  에도시대 후기의 오사카 상점과 그 거리를 표현해 놓았고 오래된 골동품도 전시해 놓고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마치 소규모 민속촌에 온 것 갘은 느낌인데, 가판대에 널려있는 그림은 일본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겨져 있다. 우키요에(浮世繪)라고 부르는 풍속화도 판매하고 있었고, 여성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머리빗, 화장 붓, 머리 끈 등의 분장 도구 등도 전시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아서 관심을 갖지 않고 대충 둘러보면 금방 관람이 끝나버린다.  

 

 





 한층을 내려와서 있는 8층 전시실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를 아우르는 오사카 생활공간의 역사가 묻어나 있다. 특히 개항과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일본에는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산업혁명과 맞물려 오사카 거리와 거주 문화에도 서양의 것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 모습들이 각 6개 지역과 시대로 구분되어져 미니어쳐로 잘 꾸며져 있었다. 오사카에 여러번 왔어도 주택전시관 방문은 나도 처음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소소한 볼거리가 있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서비스 정신도 칭찬할 만하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