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6.6)

말레이시아여행 20-5 (말라카로 이동), (2016.6)

남녘하늘 2017. 12. 26. 00:09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늘은 말라카로 넘어가기로 한 날이어서 다시 짐을 싸서 나왔다. 말라카에 가서 2박을 하고 올 예정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전철인 MRL과 SPL를 환승하여 시내 외곽에 있는 버스터미널 (BTS: Bandar Tasik Selatan)로 이동했다. KL센트럴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생각보다는 차량운행 간격이 길어서인지 사람도 많고 기다리느라 짜증이 났다. 어지간하면 택시로 버스터미널에 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열차 간격이 뜸한지 모른채 열차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잡아 놓아서 처음부터 고생이다. 하지만 센트럴 역에서 고생은 고생도 아니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길고 긴 한 달간의 라마단(2016년 6월 6일~7월 6일)이 시작되는데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에 고향 방문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터미널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몰랐다. 말라카 방문 시기를 잘못 잡은 듯하다.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지는 현지 사정을 너무나 몰랐다. 표를 사기 위해서 줄 서는 시간만 한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그것도 요령없이 그냥 서 있으면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나름 눈치껏 자리를 옮겨 가면서 새치기도 하면서 겨우 말라카 가는 표를 구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라마단이 끝나면 7월 두 번째 주에는 말레이인들의 설날인 하리 라야(Hari Raya) 연휴가 시작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도 고향 방문이 많은지 처음 알았다.  





 복잡한 매표소와 달리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는 장소는 쾌적하고 여유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말라카행 왕복 버스를 예매가 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예매를 하지 않았는데 다음에는 꼭 버스표도 예매를 해 놓아야 할 듯하다. 말라카로 운행하는 버스는 회사별로 굉장히 많이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해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고속버스 요금이 3천원 정도 했다. 





 3시간 정도 괘적한 고속버스를 타고 말라카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는 도시와 도시간에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버스 이동이 좋다. 식민지 시절 고무와 석유를 실어 나르려 영국이 도로를 잘 만들어 두었다고 한다. 버스 이동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표를 사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서 말라카에 도착하니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2시간이나 훌쩍 지나 있었다. 오후에 계획해 놓은 일정이 있어 마음이 바빠져서 터미널에서 사진도 별로 찍지 못했다. 터미널에서 다시 뒷쪽편에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이 버스를 타는 데에도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도착한 순서대로 줄을 서는 것도 아니고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혼잡의 극치였다. 눈치껏 요령있게 타고 말라카로 이동한다.  





 말라카 버스 터미널에서 세계문화 유산이 있는 말라카까지는  5km정도 떨어져 있었다. 터미널에서 말라카 스타드더스(Stadthuys)까지 거리를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짐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냥 걸어서 가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스타드더스까지 가지 전에 있던 숙소 근처를 알아보고 중간에 버스를 세워 달라고하니 정류장이 아님에도 차가 거의 서 있다시피해서 차문을 열어주었다. 이번에 말라카에서 묵을 숙소는 말라카 디스커버리 카페 게스트하우스였다. 1층은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의 프런트로 사용되고 있었다.   






 디스커버리 카페는 게스트 하우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단 위치가 굉장히 좋은 곳에 있어서 선택했었다. 걸어서 여행을 즐겨야 하는 말라카 중심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쉼터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내부 시설도 특급 호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이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처음 정해진 방에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 방을 바꿔 주었는데 4명이 함께 써도 되는 방을 주었다. 덕분이 넓찍하게 이틀을 보냈다. 옥상에는 간단한 휴게실이 있고 그곳에서 말라카 강이 내려다 보였다.  








 말라카는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네덜란드 광장 앞으로 흐르는 말라가 강(Sungai Melaka)을 경계로, 광장 쪽은 네덜란드식 건물과 거리가 있고, 건너편 차이나 타운에는 중국식 거리와 삼가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 광장에서 동쪽으로 떨어진 지역에는 포르투갈이 남긴 요새와 유적이 있다. 이 작은 도시 안에 동서양의 모든 역사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네덜란드 광장 주변과 차이나 타운에 집중되어 있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도 좋은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걷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볼 것이 많다.


 숙소에서 나오니 바로 앞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말라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 건물 옆으로 말라카 강이 흐르고 강변을 따라서 산책을 한다. 아담하고 숙소 앞에 있는 강이어서 이 길을 이틀동안 열 번도 더 다닌 듯하다. 이 강변이 보기 좋아서 숙소도 일부러 이쪽으로 정했다.  







 말라카 여행에서 차이나타운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 존커스트리트다. 15세기에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만든 거리로, 좁은 거리에는 중국인들의 고가(古家)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거리 전체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어 건물의 신축 및 보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곳 존커스트리트는 주말에는 야시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어서 저녁때 다시 한번 이곳을 와볼 계획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올 때도 사람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오늘은 말라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다.  




 존커 스트리트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길가에서 통 수박주스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수박보다는 훨씬 자그마한 냉동 수박에 옆구리쪽에 구멍을 내고 믹서기를 넣어서 갈아주면 완성되는 것이다. 식감이 살아있도록 완전 다 간게 아니라 적당히 씹힐 만큼 갈아서 주는데 그냥 수박을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듯해서 그냥 가려고 했더니 집사람이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사먹었다. 보기에는 먹음직해 보여도 역시 맛있는 우리나라 수박 먹는 것만 못했다. 다 먹지도 못하고 그냥 버렸다.  




 존커 스트리트에는 옷가게며 팬시, 갤러리등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상점의 입구는 좁아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결같이 커다란 점포들이다. 중심 상업지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제품의 질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고,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말에 현지인들까지 더해져서 차이나 타운을 걷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 듯해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말라카 강변으로 나와서 산책을 이어갔다. 강변이 훨씬 더 좋다.      






 카사 델 리오 말라카 (Casa del Rio Melaka) 호텔을 지나서 강 반대편 마을쪽으로 산책이 이어갔다. 마을 집들이 특이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복잡하고 시끄러운 시장보다 볼거리가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란 락사마나5 (Jalan Laksamana 5) 거리에 도착했는데 이곳에 매주 토요일 현지인들을 위해서 임시로 우리의 장터처럼 열리는 Kota Laksamana Pasar Malam 시장이 있었다. 말레이시아 음식, 의류와 야채 등을 팔고 있었는데 현지인을 위한 임시시장이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현지 상품을 볼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현지인을 위한 시장을 보고 너무 좋았다.  






 길을 따라서 포장마차와 가판대를 마련해 두고 여러가지 먹거리도 많이 팔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로 짜주는 사탕수수도 사 먹었다. 커다란 컵 한통에 우리돈 500원을 받았는데 이후 어디에서도 이 가격에 사탕수수 원액을 사 먹을 수가 없었다. 말레이시아 간식인 당근케이크 팔고 있엇고, 단판빵 같은 종류도 팔고 있어 여러가지를 맛보면서 지나간다. 그다지 크지 않은 임시 시장이지만 볼거리가 많았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차이나 타운에 간 것보다 몇 배나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보고 싶은 현지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어서 좋다. 








 임시 시장 옆으로는 원래 자리 잡고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도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니 이곳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지라 일반 식당들도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식사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말라카에서 식사를 할 횟수가 많지 않은데 가봐야 할 식당이 많아서 이곳은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 다시 말라카에 온다면 임시시장을 다시 방문하고 이곳에서도 식사를 한번 해 봐야겠다. 임시 시장은 밤 늦게까지 하는줄 알았더니 날이 저물기 전에 파장을 하는 모양이다. 주변을 구경하고 되돌아 오니 벌써 장이 많이 썰렁해졌다. 남은 상인들도 짐 챙기느라 바쁘다.    





 현지인의 임시 시장에서 나와 다시 존커 스트리트 쪽으로 가 보았다. 강변쪽에서 반대편 입구쪽으로 가 보았다. 이곳은 사람이 조금 적을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이쪽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입구에 존커 워크라고 표시해 놓고 한자로는 <難場街文化坊>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곳을 지나서 강변쪽으로 이동할 생각에 시장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보았다. 멀리서 마이크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이면, 거리의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모양이다. 오늘은 이곳 시장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자랑 대회를 하는 듯하다.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옷을 세트라 잘 차려 입고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그리 잘 부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구경을 하고 있어서 잠시 뒷편에서 구경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잠시 외국에 나와서 보는 이런 풍경도 재미있고 즐거운 구경거리가 된다.  






 존커 스트리트 야시장에는 중국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시장을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야시장에는 두리안 팬케잌이나 육포 등 차이나타운에서 볼 수 있는 음식 좌판들이 가득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을 충분히 즐기고 왔기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복잡한 야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싫어서 일반 도로로 돌아서 다시 말라카 강쪽으로 이동했다. 강변에도 이제 하나둘 가로등이 켜지고 저녁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숙소가 강가에 바로 붙어 있어서 중간에 잠시 들어가서 쉬거나 옷을 갈아 입거나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휴식하기 좋았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