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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한려수도 문화탐방 6-2 (남해 다랭이마을 ) (201610.29)

남녘하늘 2018. 4. 25. 00:28


 호구산자락에 위치한 용문사를 다녀온 뒤 다랭이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신문과 방송에 많이 나왔던 곳으로 한번 가 봐야지 했지만 아직 가보지 못했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푸른 바다를 접한 산비탈을 일군 좁고 긴 계단 형태의 다랑이논이 있는 마을로 섬 특유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곳이라고 했다. 도착해서 보니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고 계단식 논과 밭이 보인다. 추수가 끝나서 논이 아니라 밭으로 보이고,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추수가 끝나서 비어 있는 땅이 많았는데, 봄이나 여름이 되어야 푸른색으로 가득한 멋진 풍경을 보여줄 것 같다. 지금은 시금치 같은 작물이 심어져 있는 곳만 푸른 색이다.  






 마을 윗쪽 크게 조성되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다랭이 논과 마을을 살펴보기 위해서 이동한다. 다랭이 마을로 알고 있던 동네 이름이 가천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원래 가천마을은 행정상의 명칭이고, 다랭이마을은 다랭이 논 때문에 새로 생긴 별칭인 듯하다. 논밭은 만들기에 너무나 협소한 비탈진 경사면을 잘 활용하기 위한 조상들의 노력이 이 풍경을 만들었을 것이다. 가천마을이라고 표지석이 세워진 곳에서 잠시 마을을 내려다 보니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표지석이 있는 위치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니 마을 전체가 바다를 끼고 있어 마을 전체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다랭이 마을은 남해 남단에 위치한 마을로 바다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되어 있어 접안시설이 없어 어업을 하는 어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형 특성상 비탈진 언덕 땅을 개간하여 농사로 생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경사면을 개간하여 다랭이 논이 많이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 특유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2001년 명승 제15호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로 내려가니 골목 골목에는 이정표가 빼곡한데, 마을의 많은 집들이 민박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 이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는데 남해에 관광 온 사람들이 이곳을 엄청나게 찾아 오는 모양이다. 농지정리 등으로 산간 마을에서조차 거의 사라진 좁고 옹색한 계단식 논들이 아직 잘 보존되어 있어 옛 향수를 자극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된 듯하다. 마을 한 가운데 민박 표지판 옆에서 방송인 박원숙 커피숍도 보였다.   






 경사진 마을길을 계속해서 내려가 보았다. 다랭이 논의 축대 뿐만 아니라 마을 집의 축대도 대부분 돌담으로 되어 었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자연석을 활용한 듯하다. 경사면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집을 지은 것들이 다시 계단을 이루니 마을도 다랭이 마을이다. 마을 아래로 계속해서 내려가면 잔잔한 은빛 물결이 비치는 멋진 남해 바다가 펼쳐진다. 바로 해변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높은 지대에서부터 다랭이논과 마을을 감상하며 내려와 만날 수 있는 푸른 바다다. 






 마을에서 바닷가까지는 난간목과 테크 다리를 놓아 여행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민박을 하는 마을은 크게 둘러 볼 것이 없어 허브를 키우는 농장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 본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내려 가면 해변까지 쉽게 간다. 내려가는 도중에 바래길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남해에는 바래길이 있는 모양이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시간을 내서 한번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바래실 대신 해변으로 내려 갔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온통 갯바위로 되어 있어서 접안시설을 할 장소가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의 수심도 앞쪽에는 그다지 깊지 않은 모양이어서 포구도 만들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인공적인 시설물이 없는 자연적인 바다여서 훨씬 더 보기가 좋다. 험준한 바위가 많아서 조심해야 하는 장소도 많았다. 옆으로 주홍색 구름다리가 보이는데 그곳까지 가 볼까 하다가 동문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다 보니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가보지 못했다. 갯바위에서 톳을 양식하는지 채취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공동으로 가꾸고 수확하는 듯하다. 멋진 바닷가 풍경을 즐기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바닷가에서 산책을 마치고 다시 마을을 통과하지 않고 마을 옆으로 나 있는 길을 통해서 올라왔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서 길 옆으로 형성된 다랭이 논밭이 잘 보았다. 오르는 길에 남해 바래길 안내도가 있었다. '바래'는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 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동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그때 다니던 길이 바래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마을 뒤를 응봉산(471.5m)과  설흘산(481.7m)이 감싸고 있어 마을 좌우로 시냇물이 흘러 간천(間川) 마을이었던 것이 가천(加川) 마을이 되었다 한다. 뒤로 보이는 산이 설흘산이다. 이 오르막 길이 바다를 돌아보는 것보다 더 멋진 풍광이었다고 생각한다.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섬마을에서 한 뼘의 논이이라도 더 일구려 했던 이 마을 사람들의 강인하고 근면했던 삶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동남아 쪽으로 가보면 수량이 풍부한 지역에 있는 테라스 라이스라고 불리는 계단식 논과는 또 다른 풍경이고, 우리 선조들의 땀의 흔적을 볼 수 있어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