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아디다스 King of the Road 마라톤 참가후기 (2005.5.8)

남녘하늘 2008. 3. 11. 09:27
 

(3시간 24분 47초)

집에서 서울역까지는 좌석버스 다시 서울역에서 6시 50분 통근열차를 타고 임진각역행.
열차에서 연제환님, 문종호님, 김영중님을 비롯한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열차가 완행격인 비둘기호인지라 무척 느리다. 꼬박 1시간 30분 가까이 걸려서야 임진각역에 도착한다. 다음에 또 문산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일이 있다면 절대로 기차를 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임진각역에 도착하니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바람도 제법 불어 달리기에는 햇볕이 내려뙤는 더운 날씨보다는 낳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임시열차보다 20분이나 먼저 도착했는데도 옷 갈아입고 짐 맡기다보니 준비운동할 시간도 별로 없다. 임시열차 탄 사람들 고생좀 했을 것 같다.

오늘도 연습을 별로 하지 못하고 달리는 대회인지라 기록은 의미가 없고, 날씨도 덥지 않으니 즐겁게
달리자고 마음먹고 출발점으로 이동. 풀코스 참가자 1천 100여명이 이동한다. 아디다스 대회는 풀코스 횟수를 한번 더 늘리고 기념품으로 주는 스포츠시계에 관심이 있어서 참가신청을 했었다.

 

 

 

 100회 마라톤의 배경준형과 박상학님, 이문희형과 함께 출발했다. 주위의 달리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모두가 잘 달린다. 더워지는 5월달에 개최되는 대회인데다 이 멀리까지 와서 달린다면 마라톤 메니아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생각에는 매 Km를 5분 정도의 속도로 3시간 30분 정도에 들어오면 그다지 힘들지 않고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5분주를 즐겁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5Km는 25분 55초. 거의 5분주를 한 셈이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으나 주위의 흐름에 따라 추월하지도 또 추월당하지도 않고 달렸다. 그런데 아디다스 대회 차량통제를 완벽하게 하질 않는다. 길 중앙으로 달리게 하게 양쪽으로 차를 다니게해서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어느 대회를 나가든지 좁은 땅에 발달되지 않은 도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대회에서의 교통통제는 늘 딜레마다. 달리면서도 늘 미안하고, 또 그러면서도 교통통제가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주최측이 원망스럽다.

다음 5Km는 23분이 걸렸다. 함께 뛰던 문희형이 속도를 조금 올렸는데 따라가볼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자는 생각으로 따라붙었다. 속도를 조금 올리니 몇 사람씩을 추월하게 된다. 마라톤은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달려야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역시 함께 달리면 더욱 즐거워지는 운동이다.

약간의 경쟁심도 생기고 심심하지도 않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시간도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 문희형과 거의 30Km 지점까지 애기를 나누면서 달렸다. 처음에 마음먹었던 속도보다는 조금씩 빠르긴 했지만 무리가 된다는 느낌이 없어서 계속 달리다 보니 거의 30Km까지는 유지된 것 같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속도를 늦쳤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 대회의 반환점은 2년전에 참가한 통일마라톤의 코스와는 조금 달랐다. 통일마라톤 대회는 반환점 인근에 있는 파주 종합운동장이 있는 곳을 회전하는 코스였는데 이번 대회는 갔다가 다시 오는 코스이다. 덕분에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을 모두 볼 수가 있었다. 나보다 잘 뛰는 남자주자들이야 무수히 많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보다 잘 뛰는 여성주자는 1명밖에 없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를 받았다. 각종 대회에 나가서 1등상을 거의 받는다는 여성 Sub-3 주자가 오는도 1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반환점에 있는 길고 가파른 언덕이 오늘 대회의 최대 난코스이다. 나만 힘든 것 아니고 모두가 힘들어 하는 곳이다. 그나마 난 근력운동을 남들보다는 많이 해 준 덕분인지 언덕이 힘은 들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빠른 것 같다. 항상 언덕에서 평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다. 오늘도 긴 언덕에서 많은 사람들을 추월했다.

반환점을 돌아 언덕을 내려오니 서서히 차량통제를 푸는 것 같다. 전면해제는 아니지만 반대편에 아직도 반환점에 가지 못한 주자들이 많은데 버스나 차량을 통과시키기 시작해 달림이 입장에서 보면 영 불안하다. 차량통제와 해제에 관한한 무엇이 합리적인 해결방법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차량통제가 잘 되지 않는 대회는 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듯 싶다.

군인이외에는 주민들이 많이 살지 않는 동네라서 그런지 응원을 하거나 박수를 쳐주는 사람을 거의 보질 못했다.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반응을 보이며 달리는 것도 달리는 즐거움 중의 하나인데... 파주 문산쪽에서 대회가 열리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없고 교통통제만 되니 주민들이 반가와 할 것이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보았다. 대회장 근처에 목욕탕하나 없고 음식점도 거의 없으니 대회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산이나 서울쪽으로 돌아가버리면 문산쪽에서는 소비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이...

급수대의 자원봉사자가 유일한 응원객이었다.

28Km에 이르자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함께 뛰던 형께는 배고프단 소릴 하지 않고 먼저 가라고만 하고 급수대에서 초코파이라도 먹을 생각을 하고 조금 속도를 늦추었다.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면 끝까지 달릴수가 없는데... 최근들어 달리면서 배가 고픈적이 없어 오늘따라 파워젤을 가지고 뛰지 않았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다행히 30Km 근처에 가서 문종호님을 만났는데 종호형이 파워젤 먹을 것이냐고 물어보더니 파워젤을 하나 건네주신다. 이렇게 반가울데가... 너무 감사히 먹고 인사를 하려는데 벌써 저만치 가버려서 인사도 못건넸다. 급수대에 도착하니 초코파이는 없고 음료와 바나나만 있어 문종호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고생좀 했을 것 같다.

구름은 계속 끼어있고 바람이 조금씩 불어 달리기에는 덥지 않아 너무 좋은데 자원봉사를 나와있는 학생들은 무척 추워보였다. 뛰면서 춥냐고 물어보니 많이춥다고. 바람이 부는 대로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추울만도 하다. 달리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손을 흘들며 인사말을 건네니 무척 좋아한다. 다들 달리느라 힘들어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힘든가보다.

허기가 면하고 나서는 속도를 Km당 5분 속도로 늦추어서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다. 후반에는 5분주로 달려도 지쳐서 걷는 사람과 속도가 쳐진 몇몇 사람은 추월이 가능하다. 30Km를 지나서 만난 남호명님과 끝까지 달렸다. 남호명님도 나와 마찬가지로 기록 몇분에 목숨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내가 조금 힘들어하면 속도를 늦추어주면서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 2Km는 오히려 힘이 남아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대회도 참가전에 연습은 없었지만 각종 대회 참가를 연습으로 삼아 달렸던 것을 바탕으로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달린 덕분에 즐겁게 달린 것 같다. 역시 나에게는 매 Km당 5분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장 편하고 즐겁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중간에 조금 빨리 달릴때 허기도 몰려왔고 무리가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다시 속도를 늦추니 너무나 편한 달리기가 되었으므로..

마라톤 참가횟수가 늘어나다보니 똑같은 기록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기록은 지난 2월달에 개최되었던 고구려 마라톤대회때와 똑같은 3시간 24분 47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앞으로 똑같은 기록이 얼마나 자주 나올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대회를 마치고 식사후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모처럼 임진강가에 갔으니 장어와 황복을 먹어야겠다는 일행덕분에 점심식사도 엄청 기다려서 잘 먹기는 했는데, 일요일에다가 어버이날이 겹쳤고 게다가 마라톤대회까지 중복되어 통일로는 통제가 되고 열려 있는 길은 자유로뿐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의 행렬에 자유로에서만 두어시간 이상을 보내고 말았다.

05km -- 25'55" (25'55")
10km -- 49'13" (23'18")

15km -- 1:13:03 (23'50")
20km -- 1:36:08 (23'05")

25km -- 2:00:01 (23'53")
30km -- 2:21:48 (21'47")

35km -- 2:48:23 (26'35")
40km -- 3:14:12 (25'49")

full -- 3:24:47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