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입문한지 6년 6개월만에 드디어 2시간 58분 16초. Sub-3를 달성했습니다.
2003년도 가을 춘천마라톤에서 한차례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나서 Fun-run을 하겠다고 선언한지 3년만에 다시 한번 기록에 대한 욕심을 부린 결과입니다. 사실 2003년 춘천마라톤 이후 매우 즐겁고 편하게 달리곤 했습니다. 4시간이 넘는 기록도 여러번 있었고, 색다른 경험을 위해 해외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부상없이 즐거운 달리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는 몇분과 함께 기록을 단축해보자는 의기투합때문에 스스로 생각했던 기록 단축의 달성시기를 1년 반정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조금 건방진 이야기지만 늘 마음만 먹으면 Sub-3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Sub-3 달성시기를 2007년 가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에는 하는 일에 몰두하고 완주횟수나 늘리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가을 중앙일보 대회가 끝나고나서 이번 동아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삼아 다른 때보다는 조금은 더 체계적이고 강도높은 훈련을 해 왔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인터벌훈련도 해 보았고 말로만 듣던 템포런도 해보고 우레탄이 깔린 종합운동장의 트렉도 뛰어 보았습니다.
몸이 가벼워지고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심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몸은 가벼워지고 주력은 향상되는 것을 느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생이었을 뿐 즐거운 달리기는 아니었음을 고백합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이거나, 뛰고 난뒤 느끼는 상쾌함때문이거나, 기록 갱신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달리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하고, 달리면서 주변도 돌아보며 함께 뛰는 사람들과의 교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로지 시간에만 얽매여 즐겁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긴 하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달리기의 목표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렵니다.
그리고 지난간 겨울내내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Sub-3를 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많이 느겼습니다. 남이 알지 못하는 노력과 반복되는 훈련, 그리고 마음자세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겨울훈련을 통해 느꼈습니다. 앞으로 Sub-3 달성한 사람들 조금은 존경해도 될 듯합니다.
앞으로는 목표를 달성한 여유로움으로 다시 즐거운 달리기를 하려 합니다. Sub-3를 달성할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요란스러운 것 또한 아직 빈수레인 저의 어린치기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언제가 한번 얘기했던, 즐겁고 편안한 달리기. 앞으로 저의 달리기 모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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