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지리산 산행 (2008.6.22)

남녘하늘 2009. 7. 7. 20:44

 
100회 마라톤클럽의 2008년 하계전지훈련을 지리산으로 다녀왔다. 풀코스를 거의 매주 뛰다시피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마라톤클럽인지라 성삼제에서 출발해 노고단-천왕봉의 지리산 종주를 하고도 다시 백무동까지 내려오는 코스를  14시간에 주파하는 계획을 세우고 또 실행했다. 종주 구간에 몇 군데 좁은 교차구간이 있어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병목현상이 생겨 계획대로 종단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장마시기였고, 산에 오르기 전날까지 입산통제가 되어 있어 많은 산악인들이 지리산을 찾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대신 날씨가 궃고 안개가 많이 끼어 있어 산행하는 도중 등산로와 등산로 주변의 근경만 감상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다. 또한 노고단에서 천왕봉쪽으로는 이동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반대방향에서 노고단쪽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산행 내내 3사람만 만났을만큼 이날 지리산을 찾은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였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지리산행. 11시간만에 종주를 마치고 힘은 들었지만 하계훈련으로서의 효과는 충분히 거둔 셈이다.


일행의 후미에 서서 뒤로 뒤쳐지는 회원들과 함께 하느라 결국 장터목까지만 가고 천왕봉까지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조금 천천히 달리는(?) 회원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보내 그 또한 즐거움이었다.

 

서울에서 전날밤 11시에 압구정동에서 버스 한대로 출발해 성삼재에 도착한 것이 새벽 3시 40분. 어둠과 엄청난 습기를 머금은 안개 속에서 간단한 정비를 마치고 새벽 4시에 노고단을 향해서 출발한다.

 
지리산 산행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인 주능선 종주는 지리산 전체를 조망하며 산행할 수 있어 인기있다. 옛날에는 성삼재까지 도로가 없어 성삼재나 노고단까지 걸어서 올라왔지만 이제는 차량을 이용해 성삼재까지 오른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체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오늘 우리가 하루만에 주능선 종주를 시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까지도 양호한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노고단 정상부는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현재 생태계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다. 노고단 동쪽으로 노고단과 이어진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본격적인 지리산 능선종주가 시작된다. 노고단 정상부근에 우리 일행이 도착할 무렵 날이 밝아오기 시작해 그동안 사용했던 랜턴은 배낭속으로 들어갔다. 오늘 행사를 기획한 정현준총무가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험한 길이 나올 시간까지 계산해서 출발한 것을 보면... 종주코스를 들어서니 노고단을 올라 올때와는 달리 힘든 코스로 되어 있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이 날이 밝아와 도로와 주변 사물이 보여 신경쓰이는 정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날은 밝아오는데 안개가 가득해 주변모습은 감상할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은 발 아래 있는 길과 주변의 나무, 나무를 감싸고 있는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되는 않는 수분을 포함한 작은 입자들...

 

주변을 돌아보면서 즐길 수 있는 등산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고 왔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은 너무했다. 형제봉까지 도착하는 동안 안개와 간간이 내리는 이슬비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형제봉에 도착해서 오늘 행사를 준비한 정현준총무와 함께 사진 한장을 찍었다.

 

 

 

출발할 때 찍은 단체사진은 어두운데다 안개입자로 인해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이후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선두는 앞장서서 가버렸고 뒤로 조금 쳐지는 일행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계속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옆에 산장에서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종주등반이 통제중입니다. 음정마을로 하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놓았다. 아마 어제 써 놓았던 안내문인 듯하다. 다행이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우리들의 등반을 통제하지 않았다. 간간이 내리는 이슬비와 땀으로 인해 이미 몸은 완전히 젖어버렸고 옷도 엉망인 상태이다.

 

 

 

 

이동중에 따로 식사시간이 배정되어 있지 않아서 중간에 자신의 사정에 따라 클럽에서 준비한 떡과 자신이 준비한 먹거리를 먹어야 했다.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떡과 말린 과일과 견과류, 쵸코릿으로 한끼를 해결했다. 정말로 아주 유격훈련 같은 산행이 아닐 수 없다. 전순영 회장님과 남궁만영님과 함께...

 

 

 

 전남과 전북, 경남이 만나는 지점이라 하여 정상에 화합의 탑을 세운 삼도봉에서. 안개가 조금 걷힌듯 해도 다시 몰려 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후미 주자들이다.

 

 

 

 

 

 안개길을 헤치고...

 

 

 

 

 장터목대피소는 백무동, 중산리, 세석 등에서 올라온 등산인들로 항상 붐빈다. 대피소 바로 아래의 산희샘은 수량이 적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곤 한다는데 장마기간이고 사람이 별로 없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선두가 벌써 천왕봉까지 갔다고 내려 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미주가가 천왕봉을 올라가겠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이라면 1박 2일간의 여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지만 평소 단련된 체력으로 당일 종주를 생각했고 오늘 바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장터목을 지나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고사목으로 유명한 제석봉도 나오고 제석봉에서 조금만 더가면 천왕봉 정상인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아쉽게 포기했다. 덕분에 장터목 대피소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면서 정비할 수 있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거의 안개가 배경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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