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철에는 혹서기 마라톤대회를 제외한곤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생각을 굳히고 있었는데 연습도 열심히 하지 못하고, 대회도 참가하지 않으면 정말로 달리기를 멀리하게 될 것 같아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참가한 대회가 새벽강변 마라톤 대회이다. 출발시간이 다른 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아침 7시여서 다른 대회보다 2시간이나 빨리 뛰게되니 덜 덥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다른 대회보다 2시간 빨리 출발하는 대회여도 최근 날씨가 더워서 달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으로 분당검푸 회원들과 함께 이동했다. 오늘 복장은 클럽의 복장을 취하지 않고 상의 뒷편에 이름도 적혀있지 않은 복장을 갖추었다. 최근 들어서 계속 되고 있는 행동으로 예전에 비해 엄청 늦게 달릴 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더운 날씨에는 경기 도중에 걷게되면 누군가가 내가 속한 클럽과 내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 싫고 클럽에 대해서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출발시간이 될 때까지 비교적 옅은 구름이 끼어 있어 달리기 초반에는 그나마 뜨거운 햇살을 받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마라톤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돈주고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새벽 마라톤대회가 오늘로서 6번째 열리지만 나도 오를 처음 참가한다.
분당에서 차 한대로 참가한 검푸의 식구들과 함께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주차장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배경으로 유영대씨와 함께. 출발시간이 되어 가니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최근 한낮의 날씨가 연일 30도를 웃돌고 있어 오늘도 한낮이 되면 엄청 더울 것이 예상된다. 최근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 제대로 달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달린 주력이 있으니 그것만 믿고 출전하는 셈이다.
100회 마라톤 클럽의 김정의 선배가 오늘 대회에서 풀코스 100번째를 완주하게 된다. 마라톤 시작은 나보다 늦었지만 100번째 완주는 훨씬 빨리 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이 95번째 완주가 되고 100번째 완주는 아직도 5달이상 있어야 가능 할 것 같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축하연이 있는데 함께 간 일행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오늘 달리기는 여러모로 기억이 많이 남는 대회가 될 것이다. 출발한 이후 한동안 구름으로 인해 조금 편한 달리기가 되었지만 조금 지나니 구름이 걷히고 뙤약볕 아래서 달리게 되었다. 그나마 한강 북쪽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코스였는데 중간 중간에 강변북로의 고가도로가 그늘을 만들어 주어 강남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는 한결 낳았다. 하지만 복사열과 햇살이 비추는 구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급수대는 2.5Km 간격으로 운영되고 있어 비교적 물걱정은 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달려 놓자는 생각으로 초반에 빨리 달린 것이 후반을 엄청 힘들게 만들었다. 한강에서 중랑천을 접어들어 사근동 부근에서 반환하게 되었는데 반환점까지는 Km당 5분의 속도로 달려 주었다. 그런데 반환점을 돌고 나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버렸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할때 Km당 5분의 속도는 연습페이스 였는데 요즘처럼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더운날의 Km당 5분 페이스는 무리였던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은 페이스라고 말할 수도 없을만큼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돌아왔다. 반환점까지 도착시간은 1시간 46분, 그런데 결승점 도착시간은 4시간 21분 22초였으니 돌아오는 길에 2시간 35분 22초나 걸린 것이다. 갈 때보다 거의 1시간이 더 걸렸다.
반환점을 돌아 뙤약볕 아래를 뛰다 성수교 아래 그늘에 오니 그늘이 너무 시원해서 다리 아래 벤치에서 잠시 쉰다는 것이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달리기를 하면서 대회장에서 잠이 든 것이 처음이다. 불편한 상태로 잠이 들었더니 팔이 아파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대략 10분 정도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지나간 며칠동안 업무가 많고 만나야할 사람들이 많아 잠자는 시간을 줄였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무슨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도 아니고 달리면서 잠을 자다니 내가 생각해도 한심스럽네... 이후 무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힘이 들면 뛰지않고 걸으면서 중도에 포기만 하지 말고 달리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한강대교 아래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100회마라톤 클럽의 홍석배 아우가 있어 이곳에서 꿀물을 얻어먹고 다시 벤치에서 달콤한 낮잠을 10분동안 자고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지켜봐주고 깨워줄 사람이 있어 아주 편함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후 정말로 그늘한점 없는 주로를 힘들게 힘들게 뛰어서 결승점에 도착했다. 마지막 1Km를 남겨두고는 100회마라톤 클럽의 김영준 아우가 함께 달려주면서 마무리를 해 주었다. 아우가 없었다면 막판 엄청나게 힘들었을텐데 옆에서 힘이 되어 주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결승점을 얼마남겨 두지 않고 힘들지 않은 것처럼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물품 보관소 텐트 그늘에서... 뛰고 들어와서 더 힘이 든 표정이다. 앞으로는 충분하게 연습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회에 참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확실히 얻었다. 이 나이에 그런 것을 경험해보고 안다는 것도 한심하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한여름 대회는 혹서기대회도 정말로 심사숙고 한 뒤에 참가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더운 여름철의 달리기,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오늘로서 풀코스 마라톤 95번째 완주가 끝났다. 기록은 4시간 21분 22초. 더운 날씨와 중간의 두번의 토막잠으로 인해 엄청 늦어졌다. 이제 100번째 완주까지는 5번의 대회가 남아 있는데 갈수록 풀코스의 참가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연습량의 부족이 틀림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게으러지는 마음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하고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들어서 부쩍 많아졌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심우인 회원의 봉고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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