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인천대교개통기념 국제마라톤 (2009.10.11)

남녘하늘 2010. 1. 14. 00:27

 

 결론적으로 많이 후회하면서 달린 대회였다.

 

우선 평소의 훈련이 부족했음에도 잘 뛸 수 있기를 기대한 점이 잘못되었고.... 두번째는 바닷가에서 바람이 불면 쌀쌀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서 긴팔 상의를 입고 뛰었는데, 바람 한점 불지 않아 복장 선택에 오류가 있었고 뛰는 내내 너무 더워 힘이 들었다.(이것은 내잘못).

 

그리고 달리는 전 구간의 80%이상이 콘크리트 포장 도로여서 발목과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이 엄청나게 컸으며, 평생 한번밖에 달릴 수 없는 대회라는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달리는 구간 내내 그늘 한점 없는 도로를 달리는 오류를 범했다. 게다가 인천대교 주탑까지 3Km정도를 끊임없이 올라가야 했고 다음에는 3Km를 끊임없이 내려와야 했고 이곳을 오고가며 반복하는 코스였기에 평지의 달리기가 아니였다. 또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지루한 직선도로를 달리는 것도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이것은 주최측이 미리 설명하지 않아 내 판단을 흐리게 한 잘못임).

 

인천대교 개통을 앞두고 일생에 한번밖에 달릴 수 없는 대회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대교가 개통되고 나면 언제 이 다리를 달려볼 수 있을까 생각하고 불쑥 신청했다. 처음에는 대회 개최가 9월달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10월달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앞으로 걷거나 뛸 수 없는 곳을 달릴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대회날을 기다려 왔다. 아마 참가했던 대부분의 달림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대회날 아침까지도 주로의 현실을 알지 못했기에 기대에 차서 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대회를 마치고 보니 이번 대회가 굉장히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된 대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뛰는 내내 다리의 바깥차선을 통제해서 단순히 바깥차선으로 달리면 위험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위험성이 컸던 것이다. 인천 앞바다에 돌풍이 불경우 사람이 바다에 빠질 수도 있어 대회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우겨서 대회가 진행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위험하면 하지 말아야 했는데 아마 지자체 단체장이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고 강행했던 것 같다. 자신의 정치적인 선전효과 때문에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다행이 대회 당일 바람이 불지 않아 사고가 없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대회에 참가하는 분당검푸 마라톤클럽 회원들이 관광버스 한대를 임차해서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혼자서 찾아왔다면 어렵게 왔을 대회를 함께 이동하니 편하고 좋다. 오늘 대회에는 풀코스 뿐만 아니라 하프코스와 10Km. 5Km대회도 있어 참가자가 3만명에 가까왔다.  

 

 대회장에서 만난 최병주와 함께. 요즘 무릎부위가 좋지 않아서 달리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 같다. 많이 뛰지 못하더니 얼굴이 둥글둥글해졌고 배도 더 빵빵해 보인다. 나도 이제 몇 달만 더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면 이 친구를 따라 갈 것 같다.  

 

 

 

 주차장에서 나와 대회장으로 이동중 대우자동차에서 나온 행사 도우미. 어린아이처럼 도우미와 함께 사진 한장을 찍었다. 이 때만해도 오늘 대회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때였다.  

 

 

 

 

 런너스 클럽의 박종우, 정광춘, 김학용님과 함께. 세 사람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어깨걸이 상의나 반팔 상의를 입었는데 풀코스를 뛰면서 긴팔상의를 입었다. 최근 달리기 대회에 자주 참가하지 못한 때문에 대회 감각이 떨어진 탓이다. 바람이 불면 추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초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뛰었던 것이 불과 몇 년전이었는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운동 부족에 복장 선택까지 실패해서 힘든 달리기가 되었다.    

 

 

 

아래 사진 몇 장은 카메라를 들고 뛰지 않았던 관계로 몇몇 아시는 분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국내대회에서 풀코스를 뛸 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뛴 적이 없어 카메라를 들고 뛰지 않았는데 어짜피 기록이 좋지 않았다면 카메라나 들고 뛰면서 흔적이나 남길 것을 지나고 보니 많이 아쉽다. 대회 주최측에서 몇 장의 달리는 사진을 찍어주기는 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오늘 대회 참가 목적이 앞으로 인천대교에서 걷거나 달릴 수 없는 길을 뛰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생각이 짧았던 덕분에 인천대교에서의 멋진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인천대교를 지나 반환점까지는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백승희 선배와 함께 달렸다. 남을 많이 배려해 주는 선배로 주력이 나보다 훨씬 못했지만 최근 나의 훈련부족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역할을 해 주었다. 반환점까지는 함께 뛰었는데 이후 따라갈 힘이 없어 먼저 보내드렸다. 말로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창피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회참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능력이 되지 않으면 풀코스 대신 하프코스를 뛰었어야 했다.     

 

 

 

 

인천대교의 상징인 높이 200m가 넘는 주탑사이를 뛰고 있는 주자들. 인천대교 전 구간중 이 구간에서만 도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콘크리트 포장과 아스팔트 포장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실하게 비교되었다. 차가  다니고 도로를 유지 보수에는 콘크리트 포장이 좋을 지 모르나 달리는 주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너무 컸다. 이런 점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것은 대회 주최측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참가해서 흥행에 성공하는 잿밥에 더 큰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인천대교에 들어올 수가 없는지라 달리는 내내 출발점과 결승점을 제외하고는 주로에 응원도 없었다. 상판을 오르 내리는 언덕길과 주변 환경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지루한 직선도로와 바다모습, 딱딱한 콘크리트, 어느것 하나 힘을 주는 조건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달리지는 못했어도 쉬지 않고 달려 4시간 24분 31초만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오늘로서 풀코스 참가 98번째. 이제 두번만 더 뛰면 100번째이다. 오는 11월 29일날 손기정 마라톤 대회에서 100번째 완주를 하겠다고 했기에 오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 미리 약속만 되어 있지 않았다면 내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과감히 포기했었을 것이다. 평소에 연습량이 많았던 사람은 주최측의 선전처럼 평생 한번만 뛸 수 있응 인천대교에서 좋은 추억을 쌓았겠지만....   

 

 

 

 

 

반환점을 돌아 오는 길에는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김수녕님을 만나서 함께 결승점까지 뛰었다. 서로 힘들어서 중간에 걷고 싶어도 격려를 해 가면서 끝까지 함께 달렸다. 김수녕님께 이야기를 안했지만 결승점을 앞두고는 내가 오히려 많이 힘이 들었었다. 오늘 대회는 참가자가 많았던지라 4시간 30분 가까이 되어 들어와도 가족이나 동료등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달리는 내내 급수가 충분히 지원되었는데 막상 결승점에 들어오니 물한방울 없다. 이런 황당한 일이... 물을 마시지 못한 주자들과 힘(?)이 없는 자원봉사자들간에 언성이 많이 높아졌지만 이미 물이 바닥났는데 소리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최측의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앞서 들어온 주자들이 물을 많이 가져갈 때 정량만을 주었어야 했는데 아마 초반에 후한 인심을 쓴것으로 생각된다.

 

 

 

대회를 마치고 장소를 옮겨 분당검푸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결승점에서 물을 마시지 못했더니 입맛이 떨어져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에 맞는 회원들과의 시간은 항상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