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라톤 대회중 2개의 메이져대회중 하나인 동아마라톤 대회. 많은 사람들이 겨울내내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기록향상의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기량을 펼치기 위해서 오늘 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기록목표 달성이 아니라 즐겁게 서울 시내를 달리기 위해서 광화문을 찾았다. 광화문 광장은 작년과는 달리 광장 조성공사를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서 대회를 치르기에 잘 정비되어 있었다.
도로 중앙에 차가 다니지 않는 일종의 광장을 만들어 놓았기에 달리기 행사를 치르기에는 더욱 좋아진 느낌이다. 올해는 3월 하순에 대회가 개최되는데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국세청 지하 헬스장에서 복장을 갖춰 입고 나오는데 한기가 든다. 달리기에는 좋은 날씨일지는 몰라도 출발하기 전까지의 쌀쌀함은 어쩔 수 없다.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올해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모이기로 해서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이동. 올해는 다른 회원들의 페이스 메이커를 하지 않고 혼자서 뛰어볼 생각이었는데, 훈련단에서 3시간 40분 페이스 메이커를 해 달라고 요청해서 할 수 없이 또 페이스 메이커를 하기로 했다. 페이스 메이커를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뛰면서, 내 몸 상태가 어떤지를 느끼고 그 상태에 따라 전략을 바꿔 가면서 뛰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 기회를 주지 않는다.
김종호 부부와 함께. 동아마라톤 대회는 내가 참가신청을 하면 언제나 내 배번은 0770번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0770 배번을 부여 받았다. 지난 2006년 대회에서 Sub-3를 달성해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이 되어 있고 명예의 전당 등록번호가 770번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 기념품으로 받은 검정색 셔스에도 일반 참가자와는 다르게 명예의 전당 회원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배번이 있는 셔스 아래 받쳐 입은 셔스가 이번에 기념품으로 받은 셔스이다.
오늘도 정광춘 아우를 국세청 건물 지하 헬스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인이 맞지 않아 그곳에서 보지 못하고 분당 검푸 회원들이 모여 있는 세종문화 회관 앞쪽에서 만났다. 자주 만나고 싶어도 내가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대회에서 한번씩 보고 있어 아쉬운 부문이 많다. 오늘도 출발 전에 잠깐 만나고, 대회 끝나고 나서 식사를 함께 하고, 차한잔 마시고 헤어졌다.
출발전 분당검푸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나도 모처럼 검푸클럽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온라인 마라톤클럽인 런너스클럽과 살고 있는 지역마라톤클럽인 분당마라톤클럽, 또 마라톤 100번을 완주할 목표로 가입했던 100회 마라톤클럽등 3곳의 클럽에서 활동하다보니 항상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 고민될 때가 많다.
오늘 대회에서 내가 페이스 메이커를 해 주어야 하는 클럽의 이양희선배님. 목표를 3시간 40분으로 잡지 않았으면 내 맘대로 뛰고 싶었는데, 목표를 정하고 지난 겨울 열심히 노력하셨기에 내 욕심을 버렸다. 술만 조금 줄이면 훈련량으로 볼때 오늘보다 훨씬 더 좋은 기록이 가능할 분이다. 술을 좋아하고 인간성이 좋은 선배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분당검푸 회원들과 함께 단체 사진. 대회 규모가 크고 모이는 장소에 다른 달리기 모임도 많으며, 회원들간에 모이는 시간이 상이하다보니 대회에 신청한 전체 회원이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미리 공지를 해 놓았기에 많은 회원이 모일 수 있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기 때문에 도착점에서 회원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회원은 이곳에 없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있는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추운 날씨에 몸이 굳지 않게 열심히 몸을 풀고 있는 중이다. 세종대왕 동상이 뒷편으로 보인다. 참가인원이 2만명이 넘으니 광장에 참가자와 그 가족들로 가득하다.
출발시간이 가까와 질수록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해져서 준비한 버프를 눈 아래까지 두르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동아마라톤 참가때에는 달리기 복장위에 입을 옷을 하나 더 가져와서 입고 있다가 출발 직전에 옷을 모으는 곳에 놓아두면 수거해서 그 옷을 좋은 곳에 활용하도록 했었는데 올해는 옷을 가져오지 않았다. 옷을 가져 왔으면 나도 출발전까지 추위에 떨지 않고 기부도 하고 1석2조였을텐데 올해는 춥지 않으리란 생각에 그 준비를 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잊지말고 실수하지 않아야겠다.
기록 갱신에 자신이 없고 빨리 뛸 자신도 없게 되니 벌써 몇 년째 메이져 대회에서도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게만 된다. 사실 올해에는 동료들의 페이스 메이커를 맡지 않고 그냥 내가 달리고 싶은대로 달려볼 생각이었는데 클럽의 훈련부회장님이 페이스 메이커를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자의에 의하지 않았더라도 한번 책임을 맡게 되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법. 두명의 전담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는데 운동량이 부족했던 이양희 선배님은 28Km 지점에서 포기하고 엄익성 후배와 함께 결승점까지 함께 했다.
달리는 동안 대회 관계자들이 찍어준 사진들...엄익성 후배와 함께 3시간 43분 33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103번째 풀코스 완주...
페이스 메이커를 맡았던 두 회원을 모두 데리고 목표 달성을 해 보려고 중반까지 목표를 조금 늦추면서 달렸는데도 선배님이 따라오지 못해 결국 28Km 지점부터 속도를 높여서 들어온 기록이다. 처음부터 한사람을 포기하고 가능한 사람만 리드했다면 처음 마음먹은 기록은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먹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엄익성 후배의 개인기록 갱신은 확실하게 했다.
4시간 가까이 서울 시내를 함께 달린 엄익성후배와 함께. 내가 없었다면 중간에 기록갱신을 포기하고 걸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 목표달성은 하지 못했더라도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 셈이다. 물품 보관소에서 물품을 되찾아 옷을 갈아 입고 찍은 사진이다.
함께 뛰다가 28Km에서 뒤쳐진 이양희선배님과 함께. 우리보다 20여분 늦은 기록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50이 넘은 나이에 무거운 몸으로 이 정도만 달려도 대단한 기록이다. 요즘의 달리기에 대한 내 생각은 기록 단축보다는 즐겁게 부상당하지 않고 달리는 것에 있다. 앞으로도 기록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달렸으면 한다.
검푸클럽 모임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만난 100회 마라톤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동아마라톤 대회때에는 각 클럽이 모두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고 나면 모두 모여서 식사등 뒷풀이를 하게 되는데 속해 있는 모든 모임에 다 갈 수가 없어서 오늘은 분당검푸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었다.
4시간이 조금 넘어서 들어온 정광춘아우와 함께 검푸 모임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목욕과 차 한잔 하기 위해 잠실운동장을 나가면서 찍은 사진. 출발후 5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운동장에 들어오고 있는 주자들이 있었다. 빨리 들어오는 사람들도 힘이 들지만, 이렇게 5시간 넘게 달린 사람들은 더욱 힘이 든다. 교통통제도 풀리기 때문에 신호등도 기다려야 하고, 신호를 기다려서 건널목도 건너야 하고... 배도 고파지기 시작하고... 빨리 달리는 사람들은 늦게 달리는 사람의 심정을 절대 알 수가 없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빨리 달리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으면서 천천히 달리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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