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평일 오후 휴가를 내어 집사람과 함께 소래포구를 다녀왔다. 날씨가 좋았다면 충남 서천의 홍원항으로 가서 꽃게도 사면서 천리포 수목원 방문 등 간단한 여행이라도 다녀올 계획을 미리 세워 놓았는데 아침부터 시작한 비가 점심이 되어도 그치질 않는다. 비가 내리게 되면 길이 막히게 되고 길에서 시간을 모두 빼앗기게 될 것 같아 급하게 일정을 바꾸어 집에서 가까운 소래포구나 갔다 오기로 했다. 더구나 집사람이 점심 무렵해서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조금 늦게 온 영향도 있었다.
나름대로 여행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계획이 어긋나게 되자 사소한 일에도 열을 받았다.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듯하다.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여유롭고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많이 너그려워 지려고 노력하면서 왜 가족한테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회사에서 바로 소래포구로 가지 않고 집에 가서 편한 복장을 갈아 입고 천천히 여유롭게 떠나기로 했다. 서천 홍원항까지 가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지만 가까운 소래포구까지는 크게 바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래포구는 아이들이 어릴 때 안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놀러 갔던 곳인데 지난 10여년 정도 가지 않다가 오늘 방문하게 되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다가 고속도로가 막혀서 수인산업도로를 이용해서 찾아갔다. 이곳도 엄청나게 많이 개발되어 도로 주변의 모습과 소래포구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다.
출발할 때까지는 비가 제법 내렸는데 다행히 이동중에 비가 그쳤고, 소래포구에 도착하니 비가 완전히 그쳤다. 햇살은 나오지 않았지만 돌아다니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요즘 꽃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라는 소식을 듣고 있었는데 소래포구에 도착한 어선에서 꽃게들이 끊임없이 쏱아져 나왔고, 그 꽃게를 사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평일 오후라 조금 한산할 것을 생각하고 갔었는데 정말 발딛을 틈이 없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어 좁은 길을 이동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한가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거나, 시장정보를 잘 알고 있어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거나....
밀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운데 어선에서 꽃게를 하선하고 있는 모습이다.
평일의 소래포구는 생각과는 달리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올 가을 꽃게가 많이 잡힌다고 하더니 꽃게도 엄청 많았지만 그 꽃게를 사기 위해 나온 사람은 더 많았던 것 같았다. 시장을 다녀 본지 워낙 오래돼서 꽃게 가격이 얼마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보통 kg당 8천원에서 1만 2천원 정도 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는 싸다는 생각이다. 집사람이 게장을 담기 위해서 꽃게를 사려 했는데 싼 가격의 게는 게껍질이 약하고 게장을 담을 수 없다고 상인들이 말해 준다. 정직하게 말해주는 여러 곳의 상인들로 인해 시장 전체에 대한 믿음이 간다. 사람사는 느낌이 있는 소래포구에서 적당한 쇼핑을 즐겼다.
소래포구 공판장 근처에서는 게를 많이 팔았고, 안쪽 어시장에서는 각종 수산물과 회감을 팔고 있었다. 게를 팔고 있는 곳만큼 붐비지는 않았지만 이곳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이런 재래시장 특히 어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늘 즐겁다. 사고 싶은 것도 많지만 사도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간단히 몇 가지 품목만 더 샀다.
길바닥에 앉아서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간이 의자도 없이 도로 한켠에 간이 돗자리를 펼쳐 놓고 인근의 횟집에서 회를 시켜서 바로 먹는 곳이였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고 이런 곳에서나 한번 체험할 수 있는 것인지라 우리도 회를 시켜 먹었다.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이 회를 먹자고 해서 웬일인가 해서 함께 먹었는데 실제로는 별로 먹지도 않으면서 낮에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을 상쇄하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덕분에 잘 먹었다.
소래 포구를 나오면서. 별로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도 푸짐하게 먹고, 푸짐하게 챙겨올 수 있어 좋았다. 게장을 다 먹고 나면 다시 한번 더 놀러 오기로 했다.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는데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소래포구에서 가까운 대부도를 한번 더 둘러보기로 하고 대부도로 이동했다. 시화방조제를 통과하기 앞서 방조제 입구에 있는 오이도캠핑장에서 인천 송도와 인천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해변에서 잠시 바다를 바라 보았다. 인천대교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보이는 곳들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는데 큰 인공 구조물로 인해 주변이 어디인지가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멀리 보이는 송도의 스카이 라인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고, 가까이 있는 풍경은 오이도로 추정된다.
불도 방조제를 지나 전곡항 방향으로 이동중 아이들과 함께 바지락 칼국수를 많이 먹었던 동네에 내려서 상가 뒷쪽의 바닷가를 나가 보았다. 평일의 오후답게 이곳에는 음식점과 바닷가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참 오래전 아이들과 주말에 왔을 때에는 저 넓은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었고, 뒷쪽 해변 갯벌에는 조개를 주우려는 사람들로 가득 했었는데... 사람이 붐비는 곳은 붐비는대로, 이곳처럼 조용한 곳은 조용한대로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 올 때마다 갯벌을 항상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상가 뒷쪽 바닷가에는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갯벌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물이 빠지면 뒤로 보이는 산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갈 수도 있을 정도로 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곳인데 지금은 완전히 바다이다. 서해안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이렇게 큰 곳이다. 이제 서서히 해가 지려고 하는 중이어서 노을도 예쁘게 물들고 있다. 이 해변에서 유일하게 만났던 낚시를 하러 왔다 가는 분에게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불도 방조제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대부도가 끝나는 지점에 탄도항이 있다. 탄도항에서 탄도방조제를 지나면 전곡항으로 이어지는데 탄도항은 대부도에 있어 안산시에 속하고, 바다 건너편의 전곡항은 화성시에 속한다. 탄도선착장과 전곡항 앞바다에 요트와 어선을 비롯해 각종 배들이 한가롭게 떠 있었다. 탄도항에는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항구 주변이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옛날에 왔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어촌민속박물관도 있었고, 공원도 잘 꾸며져 있었다.
탄도항의 제일 끝에는 하얀 등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날이 저물면서 일몰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대기하고 있었다. 일몰 사진 찍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갔는데 이곳이 일몰 사진을 많이 찍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 오랫만에 대부도를 왔더니 그 사이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전곡항도 그리 크다는 느낌이 아니였는데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듯한 느낌과 아주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항구로 변해 있었고, 탄도항도 올 때마다 공사를 하는 차량만 드나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볼거리가 상당히 많아졌다.
뒤로 보이는 섬이 누에섬이라는 곳이고 이 섬도 인근에 있는 제부도처럼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하루에 두번씩 물길이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누에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풍력발전기도 3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지금은 물이 들어와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풍력발전기 옆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이다. 누에섬에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누에섬을 방문할 목적이 아니였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 올 수가 없었다. 대신 누에섬과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하는 일몰과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여행지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면 볼거리와 내용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오랫만에 다녀온 대부도가 그런 것들에 충실해져 있었다는 생각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방문하기도 쉽지만 볼거리가 굉장히 많아진 듯하다. 대부도와 연륙교로 연결된 영흥도가 가 볼 수 있고, 오늘 다녀온 탄도항 부근도 마음먹고 나오면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시간이 많지 않아 그냥 스쳐지나가듯 다녀왔기에 다음에 한번 마음먹고 다녀와보아야겠다. 탄도항에서 어두워 진다음까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집사람이 허리가 많이 불편하다고 해서 늦게까지 있지 못하고 돌아왔다. 최근에 열심히 잘 달리고 있어 참 좋아했는데 아픈 것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체질이 전반적으로 바뀐 것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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