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아디다스 MBC 한강마라톤 (2012.4.8)

남녘하늘 2014. 2. 2. 09:33

 

어제 용문산 산행을 다녀 와서 조금 쉬어 주었어야 했는데, 집사람과 함께 밤 늦게까지  '리벤지'라는 드라마를 보느라 새벽 1시가 넘어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대회 참가 준비를 했다. 집사람이 어지간하면 하루 쉬면서 마라톤 대회는 참가하지 말라고 만류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풀코스 대회를 2번이나 신청하고도 다른 사정으로 인해 달리지 못했는데 오늘까지도 뛰지 않으면 4월이 지나도록 동아마라톤 한번밖에 뛰지 않아 꼭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주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달리기 연습도 하지 않았고, 또 감기가 완전히 떨어진 것이 아니어서 오늘 상황이 여러모로 좋은 것은 아니였다.

 

어제 저녁 분당검푸마라톤 클럽에서 함께 운동하시는 박종우선배가 하남 아디다스 마라톤대회에 함께 가자고 해서 아침 6시 50분에 집앞으로 데리러 와서 비교적 편하게 하남까지 갈 수 있었다. 어제 산행의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너무나 피곤했는데 종우형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좋았다. 중간에 천진영 선배도 픽업해서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집에서 미리 달리기 복장을 갖추어 입고 있어서 대회장에서는 겉옷만 벗으면 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아디다스 MBC 한강마라톤 대회는 아디다스가 메인 스폰서로 참가 기념품도 비교적 좋은 것을 주고, 대회 홍보도 잘해 젊은 층이 호응을 받고 있는 대회이다. 오늘도 다른 대회와는 달리 20-30대의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많이 보인다. 다른 대회도 이 대회의 진행을 한번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회의 코스가 좋은 것도 아니고, 지역도 하남이라는 변두리임에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참 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소풍을 나온 것처럼 즐겁게 나와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회장에서 천진영선배와 박종우선배와 사진 한장 찍고, 대회장을 몇곳 둘러보고, 오늘 만나기로 했던 100회 마라톤클럽의 이문희형과 최병주를 만났다.  

 

 

 

 

 

문희형은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모양인데, 병주는 지난주 내내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하면서 오늘은 천천히 뛰자고 한다. 나는 빨리 뛰고 싶어도 빨리 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했다. 출발할 때까지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강가에 인접해 있어서인지 바람도 제법 불어서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비닐커버를 걸쳐입고 있었다. 오늘 대회 참가자의 대부분은 10km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것같고, 풀코스 부문에는 1천여명 남짖 되는 것 같았다.   

 

 

 

 

 

 

걸치고 있던 비닐커버는 대략 2km를 지나서 벗어 버렸다. 적당히 달리니 몸에서 열이 나면서 굳이 커버가 없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대회 초반부는 친구 병주와 함께 뛰면서 km당 5분 30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즐겁게 달려 갔다. 몸은 5분 30초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를 달릴 수 있을 것고 같았지만 오늘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빨리 달리는 것이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조금 앞서간 문희형은 아무리 찾아도 볼 수가 없었는데 2차 반환점인 23km 지점에서 우리보다 1km정도를 빨리 달리고 있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모양이다.   

 

 

 

 

 지난 한주 감기 초기 증상으로 운동을 하지도 못했고, 어제 너무 높은 산에 올랐던 관계로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힘도 들었고, 결정적으로 어제 밤 늦게까지 TV를 보다가 늦게 잤던 것 때문에 30km를 넘어서면서는 엄청나게 힘이 들기 시작했다. 더구나 반환점을 향해 갈때도 맞바람이 불었는데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데 다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맞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다. 바람의 저항으로 앞으로 뛰어 나가는 것을 힘들게 할 정도의 바람이었다. 자꾸만 속도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4시간 안에는 완주를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거리와 시간을 체크하면서 달렸는데 38km지점에 와서는 힘이 완전히 소진되어 버렸다. 한강 강바람이 세게 불어와 내 생각에 뛰는 것이나 걷는 것이나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대회 초반 추월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시 추월을 당했지만 온몸이 뻐근하고 발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서 한참을 걷다가 몸이 조금 괜찮아지면 조금씩 뛰는 형식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정말 회수차가 지나가면 중간에 버스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내가 달린 시간이 회수차가 오는 시간이 아니여서 끝내 버스를 보지 못했다. 차를 기다리다가 몸이 저체온증이 올까봐 끝까지 천천히라도 달려서 들어왔다.  

 

 

 

 

 

결승점 통과 시간은 4시간 14분 14초. 최근들어 가장 늦게 달린 기록이 아닌가싶다. 기록에 왜 이리 숫자 4가 많은지... 아침에 그렇데 붐비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해 버려서 파장 분위기에, 몸까지 피곤하고 힘드니 한층 더 썰렁한 기분이다. 오늘 참가자의 대분분이 10km를 뛰었기에, 이들은 이미 3시간전에 달리기를 마쳤으니 아직까지 대회장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곰곰히 오늘 달리기를 되돌아 생각해보니 무모한 달리기를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걷는 것도 약간을 버끈한 느낌이다. 다음에는 이런 무식한 달리기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달리기를 마친뒤 함께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식당으로 이동해서 노루궁뎅이 튀김을 비롯해서 맛있는 한식을 먹었다. 식비와 모든 비용을 문희형이 또 계산해 버렸다. 오늘 너무 힘들게 뛰었는지 음식점에 들어와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눈이 벌겆다. 한 2주일 정도는 또 보기 싫은 상태로 지내야 할 것 같다. 한심하다. 피곤함에도 대회 참가를 강행한 내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