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에 걸쳐 있는 고대산(832m)을 다녀왔다. 고대산은 경기도 최북단의 산으로,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고대산은 경원선 남쪽 종단점인 신탄리역에서 가깝다. 고대산 산줄기는 임진강 지류이자 휴전선내에 위치한 역곡천 남쪽에서 시작해, 남북으로 길게 뻗어 북쪽에서 연천군과 철원군의 경계선을 이루다가 남쪽으로 내려가서는 연천군과 포천군의 경계선을 이루는 산이기도 하다. 이 산줄기에 속한 산은 고대산(832m), 금학산(947m), 지장봉(877m), 북대산, 향로봉, 종자산등 이름난 산들이 많다.
우리 일행은 편하게 오려고 철도 대신에 차량을 이용해서 왔지만, 고대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철도를 많이 이용한다. 신탄리역이 경원선 철도의 남쪽 중단점이어서 철도 여행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912년에 개통된 경원선은 용산과 원산을 잇는 222.7km의 철도로, 현재는 소요산역에서 연천군 신탄리역까지의 구간만 운행한다. 신탄리역 근처에는 그 유명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쓰인 푯말이 세워져 있다. 우리 일행도 산행에 앞서 신탄리역을 지나치게 되어 잠시 신탄리역을 방문해 보았다.
신탄리역은 관리하는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라고 들었는데, 역사에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개찰구를 지키는 사람이 없고 고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역 내부를 구경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아서 역사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철도 노선 중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은 휴전선에 가로막혀 종점까지 운행을 하지 못한다. 종점까지 갔다면 신의주나 원산까지 간다. 그 중에 하나의 노선이 경원선은 현재 청량리역~소요산역 구간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운행되고, 나머지 소요산역~신탄리역 구간은 통근열차가 운행된다. 고대산에 오거나 철원지역에 근무하는 군인을 면회하러 오지 않는다면 경원선을 이용할 일도 없고, 이름조차 낯설 것이다. 역사 한쪽에는 통일출발역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경원선이 신탄리역까지만 운행되고 철도중단점으로 철로가 끊기고 휴전선 바깥쪽 북쪽에 평강, 원산은 선으로만 표시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간판이었다.
신탄리역 역사 내부에는 시골의 간이역같은 느낌보다는 돌탑과 벽화, 사진찍는 포토포스트 등 다양하고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어 관광지나 교육의 현장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탄리역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올해 말까지 경원선의 종착역을 연장해서 신탄리∼대마리역 5.6km 구간을 잇는 복원공사를 진행하는 있다고 한다. 마침 신탄리역에 경원선 통근열차가 들어 왔는데, 이 열차도 오래된 디젤기차가 아니라 세련된 신형 열차다. 경원선 통근열차는 동두천역~신탄리역을 운행하며 1시간 45분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빨간 벽돌과 초록색 지붕으로 단장한 신탄리역 밖으로 나오면 다시 경원선 철도 중단점이라는 안내도가 있다. 남쪽 중단점을 알리는 푯말이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신탄리에서 원산까지는 131.7km밖에 되지 않으니 엄청 가까운 거리다. 역 앞에는 1차선 도로가 보였는데 역사 안쪽과는 달리 자그만한 시골 읍내의 모습이다. 면회객이나 등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과 음식점이 보인다.
신탄리역을 나오자마자 오른쪽 길로 돌아가면 철도 건널목이 나온다. 건널목을 건너 식당이 늘어선 길을 따라가면 고대산 입구로 연결된다. 고대산 입구에는 아마추어 야구동호인을 위한 야구공원이 건립되고 있었다. 고대산 특구에 국내 최대 규모 전용야구장을 건립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한적한 시골동네에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갈림길에서 야구공원을 지나 조금 가파른 아스팔트를 올라서면 제2등산로 입구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신탄리 역 -제2등산로 - 말등바위 - 칼바위능선 - 대광봉 - 삼각봉 - 고대산 정상 - 표범폭포 - 제3등산로 - 신탄리 역으로 돌아오는 구간이다. 산행거리 약 7km로 소요시간 식사와 휴식시간 포함해서 대략 5시간 정도 예상하고 있다. 고대산에는 3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2코스로 올라 3코스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코스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적재적소에 이정표와 안전시설물이 잘 설치되어 있어 길 찾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은 적다. 하지만 오르막이 가파르고 2시간가량 올라가야 해 산행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 돌계단을 올라서면 다은 곳보다 훨씬 넓은 낙엽송 숲길이 나온다. 낙엽송 숲을 지나 초반부터 상당한 경사길을 오르게 되는데, 땀이 흠뻑 흐를 즈음에 바위가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산아래가 조망되는 장소가 나온다. 산 아래도 야구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나무를 베고 땅을 파 헤쳐 놓은 모습이 보인다. 이런 한적한 시골에 공사를 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냥 자연의 모습을 남겨 두는 것이 낳지 않은가 싶다. 해발 800m를 조금 넘는 산 치고는 코스가 상당히 길고 급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말등바위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바위 모습을 통해 이름을 전혀 연상할 수 없었던 말등바위다. 이 말등바위부터 시작되는 나무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깔딱하고 넘어간다 싶을 때 칼바위가 나타난다. 고대산 칼바위가 특별한 것은 능선 길이가200m나 되기 때문이다. 전망대로 손색이 없어 사방의 산맥이 한눈에 보이고 옛 철원 시가지와 철원평야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서 사방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멀리 북녘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칼바위 능선 좌우는 가파른 낭떠러지 절벽이지만 바위등산로 양편에 로프와 쇠줄이 설치되어 있어 생각보다는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후 바위가 늘어나며 산길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힘든만큼 이를 보상을 해주는 경치가 발밑으로 펼쳐진다. 양쪽으로 툭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능선을 타고 잠깐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인 대광봉이 나타난다. 멀리 궁예의 옛 도읍지였던 철원과 철원평야도 보인다. 철원마라톤에 참가하면 달리면서 보았던 그 산을 이제 올라와서, 반대로 뛰면서 보았던 철원평야를 내려다 보게 된다.
대광봉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시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줄줄이 이어진 산줄기와 그 사이로 흐르는 골짜기들의 모습이 정겹다. 능선으로 이어진 지척 거리에 고대산 정상이 보인다.
대광봉에서 고대산 정상으로 이르는 길은 금방이다. 중간 지점에 솟아 있는 삼각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시원하고 편안했다. 고대산 정상에는 나무데크로 넓은 헬기장을 만들어 놓았다. 제법 넓은 공터 한쪽에 있는 바위무더기 위에 고대산 정상 표지석 한개가 세워져 있다. 해발 832m, 그 표지석 뒤로 바라보이는 높은 산이 금학산인데 가을에는 금학산을 한번 가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주변에 있는 높고 낮은 산들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대산에 오르면 신철원까지 조망되고, 옛 노동당 당사, 한탄강 계곡, 산정호수로 유명한 명성산, 고석정 등이 조망된다.
등산로 곳곳에는 군사용 벙커와 이동통로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이곳이 전방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6.25때 전사자가 많았던 접전지역이었는데 정상 한쪽에는 전사자 유해발굴 지역이라는 팻말도 설치해 놓았다.
정상에서 북쪽 방향으로 산을 조금 내려가면 길가에 군부대가 나타난다. 군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산위에서 고생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독립된 부대에서 군생활을 해서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길가의 군사작전 이동통로 방벽으로 쌓은 돌과 마대자루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길을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산아래부터 군부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수로관을 보면서 내가 군생활을 했던 강원도의 산골이 떠오르면서 이곳에 전방지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군 막사를 지나치고 나면 이제는 끊임없는 내리막길만 남는다.
3코스로 택해 내려오다 보면 약 100m 높이로 깎아지른 절벽인 매바위 하단부에 높이 30여m에 달하는 수직절벽에서 표범폭포가 있다. 아직 가물어서 그런지 수량이 적어 이름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폭포가 드문 고대산이고, 한눈에 보기에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풍경이어서 정상에서 내려 오는 사람들은 꼭 한 번 들러 사진을 찍는다. 폭포 옆의 우뚝 솟은 암봉은 특색있는 바위지만 위험해서 오를 수 없도록 등산로를 폐쇄해놓았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갔던 황정섭부장이 삼성이 출전한 프로야구 게임을 봐야겠다면서 식당에 가서 TV를 보자고 한다.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네. 연천에 있는 황금반점이라는 중식당으로 이동... 산행만큼이나 긴 시간동안 경기를 보면서 고량주에 양장피를 사주어서 맛있게 먹고 왔다. 응원했던 삼성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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