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에서 6월 정기 산행으로 월출산을 다녀 왔다. 나는 러시아로 여행을 갔다가 어제 우리나라에 도착해 쉬지도 못하고 산행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쉬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산에 가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운 산이 아니라 멀리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월출산이어서 오고 가는데에만 10시간이 걸렸고, 산행하는데에도 5시간이 넘게 걸려서 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강행한 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월출산은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에 걸쳐있는 천(千)의 얼굴을 지닌 돌산으로 높이에 비해 산세가 크고 수려하다. 산 전체가 수많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만든 거대하고 아름다운 수석전시장이라 매월당 김시습 등 시인묵객들이 ‘남도에 그림 같은 산이 있다더니, 달은 하늘이 아닌 돌 사이에서 솟더라’고 칭송했을 만큼 남도의 소금강으로 손색이 없다. 기암절벽 위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옛날부터 산의 이름에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月)’자가 붙었다. 백제와 신라시대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는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월출산 산행의 들머리는 천황봉 북동쪽의 천황탐방지원센터, 서쪽의 도갑탐방지원센터, 남쪽의 경포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나뉜다. 그중 경포대지구 탐방로는 천황탐방지원센터 방향보다 정상까지의 오르막이 완만하고, 도갑탐방지원센터 방향보다는 거리가 짧아 비교적 산행이 쉽다. 우리 산악회에서도 경포대지구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경포대계곡 삼거리와 바람재삼거리를 거쳐 천황봉에 오르기로 했다. 이후 사자봉과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사에 들렀다가 천황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산행시간 5시간의 코스를 택했다.
출발시간에 맞춰 도착한 회원들 덕분에 6시 정각에 오리 사옥에서 출발했다. 수원IC에서 추가 일행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2곳의 휴게소를 들른 이후 10시 20분경에 목적지인 금릉 경포대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장소에는 이미 광주전남지역본부 직원 몇명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물론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갖가지 먹거리도 준비해 주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앞쪽의 야산을 바라보면 월출산의 기암절벽이 뒤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경포대 삼거리까지 1.2㎞는 물이 졸졸 흐르는 금릉 경포대 계곡을 따라 완만한 흙길과 나무 계단이 이어지고 숲이 그늘을 만들어 월출산 탐방코스 중 가장 쉬운 구간이다. 경포대 계곡이 월출산의 계곡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 계곡을 지나고 나면 바위산으로 바뀌기때문에 반대편 계곡에 도착하기까지 물을 급수 받을수 없어 짧은 거리 산행이지만 식수는 충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금릉 경포대에서 금릉은 강진의 옛 이름이고, 경포대는 월출산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물가 포'를 쓰는 강릉의 경포대(鏡浦臺)와 다르게 '베 포'를 쓰는 경포대(鏡布臺)다. 경포대 갈림길에서 좌측 바람재로 올라 천황봉까지 걸리는 예정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되어 있는데 지도상 나와 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도에 있는 시간을 믿을 수 없으니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포대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구름다리로 가는 지름길이고, 왼쪽으로 다시 1.2㎞를 산행하면 구정봉과 천황봉의 갈림길이 있는 바람재에 오른다. 천황봉에 가장 빠르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바람재를 통해 월출산의 더욱 더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바람재 방면을 선택했다. 바람재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고, 큰 바위도 보이지 않아 월출산에 온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중간에 산죽도 자주 보게 된다.
얼마나 올랐을까 드디어 바람재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것도 아닌데 어찌나 풍경이 좋은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람재는 북쪽인 영암의 육지바람과 남쪽인 강진의 바닷바람이 넘나드는 큰 골짜기이다. 큰얼굴을 닮은 장군바위와 힘이 넘치는 남근바위가 좌우에 우뚝 서있는데 전망대에 올라서면 각양각색의 바윗덩어리들이 사방에 층층이 늘어서 멋진 풍광을 펼친다. 이곳에서 산행의 선두를 섰다면 시간을 내서 천황봉으로 가지 않고 구정봉으로 가서 가지 않고 용암사지와 삼층석탑 마애여래 좌상이 있는곳은 한번 보았을텐데 후미조에 있는지라 앞서간 회원들을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바람재를 조금 지나 전망 데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지나가던 등산객의 발걸음을 넘추게 했던 지역본부에서 준비해 준 맛있는 홍어회와 막걸리 한잔. 산행의 즐거움이 이것에서도 만나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인 천황봉까지는 오르내리는 능선산행길인데 암릉구간이 많고 산행속도도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주변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장관이다. 역시 월출산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풍광이다.
천황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지만, 암릉을 오르내리며 1km를 한시간 가까이 걸려서 가야 했다. 지척의 거리였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들이 월출산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이 바위들과 닮은 모습을 찾아내며 장군바위, 의자바위, 남근바위, 거북바위, 영암바위, 불상바위 등 다양하게 이름을 붙였다. 바위의 이름을 생각하며 산행하면 더 재미있는데 능선을 가득 채운 기암괴석들이 눈이 호강을 할 만큼 수석전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 영암읍내와 잘 정리된 들판도 보인다. 산에서는 능선을 따라서 바위산들이 이어지고 있다. 월출산은 예부터 기(氣) 체험장으로도 유명하다. 조선시대 지리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 즉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의 지세를 지녔다고 높이 손꼽았다. 그만큼 월출산의 기가 세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가파른 구간을 오르니 드디어 천황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산은 조망이 좋고, 또 볼거리가 많아서 함께 한 일행들이 이곳저곳 사진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날씨는 맑았지만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더 좋은 풍경을 놓친 것이 아쉽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이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계단을 오르고 또 한참을 올라 드디어 월출산의 정상 천황봉에 도착했다. 월출산은 생각보다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해발고도도 800m정도여서 부담없이 오를줄 알았는데 바위 봉우리를 오르내리느라 생각보다는 힘이 들었다. 이곳은 해발 50m부터 산행이 시작이 되기때문에 809m까지 해발고도도 강원도에 있는 산과 비교했을 때 그리 낮은 산은 아니었다. 대신 멋진 풍광을 보았고, 바위산을 오르느라 산의 정기를 많이 받은 듯하다. 천황봉의 정상은 아래편에서 바라본 모습과 달리 너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식사를 하거나 휴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상에 다듬지 않은 커다란 바위에 천황봉(天皇峰, 809m)이라 새긴 표지석이 서있다.
정상에서 통천문을 지나 하산이 시작된다. 천황봉을 내려서면 구름다리와 바람폭포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있고, 이곳에서 구름다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통천문이 나온다. 정상에서 천황사 방면으로 내려가려면 통천문(通天門)을 통과해야 한다. 통천문은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을 지나 하늘로 통한다는 바위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으련만 뿌연 연무로 인해 조망이 그리 좋지는 않으듯…. 영암읍내와 잘 정리된 들판이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서 바위산들이 이어진다.
사자봉을 옆에 끼고 내려가면서 주변을 바라보면 사방이 온통 바위덩어리다. 하산 길도 조망이 좋은 바위산길로 경사도 상당히 급하다. 아찔한 경치만큼이나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는 일이 쉽지 않다.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은 느낌인데 반대로 이곳으로 오르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를 생각해 보니 아찔하다. 오늘 산행 코스를 잘 선택했다는 느낌. 멋진 풍경과 함께 구름다리가 모습을 멀리 다가온다.
통천문을 지나 발아래 보이는 구름다리. 그리 멀게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내려가다 보니 1.2km나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산행시 방심은 금물이다. 월출산의 구름다리는 시루봉과 매봉 사이를 잇는 현수교로 지상 120m 높이에 설치되어 있다. 다리 길이가 54m로 중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아찔하지만, 그래도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대단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아래로 내려오면 천황사와 바람폭포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있다. 천황사는 사자봉 아래편에 있는 사찰로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되어 1646년 중창을 했다지만 규모가 작고 쓸쓸하다. 산행을 와서 사찰이 있으면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한 방문해서 절이라고 한번 하고 오는데, 오늘은 절에 아예 들르지 못했다. 절 규모도 너무 작아 한번 들어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후미에서 오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다른 일행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고 생각때문이기도 했다.
천황사를 지나 탐방안내소에 도착하니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 30분이 지났다. 맛집으로 소문나 있는 산장식장에 들러 짱뚱어탕과 산책비빕밥 그리고 지역본분에서 준비해 준 홍어회로 저녁식사를 대신한 이른 저녁을 하면서 회원들간의 돈독한 정을 쌓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귀경시간으로 인해 조금더 화합의 시간을 갖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산행을 마치고 올라오는 도중에 우리가 탔던 관광버스의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는데 장거리 여행과 산행의 피로로 인해 사고가 난줄도 모르고 있었다. 졸다가 눈을 떠 보았는데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왜 빨리 가지 않고 있는지만 생각했더니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잠자면서 충격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는듯, 산행을 하면서 처음 겪은 사고다. 일처리가 잘 되어서 다시 출발, 분당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훨씬 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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