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어제 저녁 회식의 후유증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시원한 해장국을 먹고 숙소를 떠나 강릉으로 이동했다. 어제 속초 방문은 저녁 식사와 함께 잠만 자기 위해서 들린 셈이다. 오늘은 강릉으로 이동해서 강릉에서 유명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전문점 두곳을 방문하고, 강릉 안목항에서 요트체험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아 놓았다. 짧은 1박 2일동안 체험해 보아야 할 일들이 제법 많은 여행이다.
강릉으로 넘어 와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커피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커피쿠페라는 곳이다. 함께 근무하는 강릉출신의 직원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서 방문지에 넣은 곳이다. 강릉에 커피쿠페의 여러 지점이 있다고 하는데 왕산면에 있는 매장은 대관령 기슭에 위치하면서도 비닐하우스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로스팅을 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강릉하면 테라로사 커피전문점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곳을 한곳 더 알게 되었다.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 산속에 아담한 느낌이 드는 위치에 있었던 커피박물관에는 박물관 이외에 조그마한 실내 커피 농장. 커피 체험관. 커피 전문점. 커피 쇼핑몰 등의 시설을 별도로 갖추고 있었다. 테라로서에서 처럼 세계 각국의 커피도 판매하면서 분위기 좋은 커피 하우스에서 원하는 종류의 커피를 마실수 있었다. 박물관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면 아메리카노 한잔은 무료로 제공된다.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 커피 박물관이다.
우리 일행이 오늘하루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한참 기다려서야 문을 열었다. 한적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박물관에 입장하게 되었다. 아직 방문객이 없어서 여유롭게 여러 곳을 둘러 볼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본관 건물 뒷쪽에 있던 커피 농장,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심은 커피 나무중 가장 수령이 제일 많은 커피나무가 있다고 한다. 벌써 26년 가까이 된 나무가 있다고 하니 굉장히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진행시켜 온 모양이다. 커피나무가 좋아하는 온도는 섭씨 15-25도이고 습도는 60%로 발아 후 약 3-4년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커피 나무는 테라로사에서도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있는지는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커피 관련 용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 박물관에서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문화를 자세하게 알 수 있게 전시해 놓았다. 작은 박물관인데 상당히 많은 전시물이 있었는데, 2만여점의 커피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만지지는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라는 커피 도구들은 각 나라별 시대별로 구분되어 진열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커피용품을 수집하려면 꽤나 정성이 필요했으리란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커피문화가 확산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선각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커피 박물관 입장료에는 무료시음권이 포함되어 있다. 커피나무를 구경하고 나오면서 로스팅 체험관과 카페가 있어 따뜻하고 향기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커피 볶아지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로스팅관에는 여러나라의 원두를 진열해 놓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주문 판매도 하는지 로스팅된 커피들이 많이 있었고... 아침 식사후 커피 한잔하지 못했는데 전문가가 만들어준 커피를 여유를 가지고 즐겼다.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를 설명하는 곳에서는 1896년 아관파천으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기고 그곳에서 러시아 공사 웨베르를 통해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궁으로 다시 돌아온 고종은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짓고 그 곳에서 커피를 즐겼으며 커피를 서양에서 들어온 국물이라하여 '양탕국'이라 불렀다고 한다. 잘 알지 못했던 커피의 역사를 이곳 커피 박물관에서 접하게 된다. 커피 박물관은 통나무 집으로 만들어진 팬션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벽 한켠에는 알록달록 손그림이 그려진 벽화로 다양한 컵그림이 그려져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울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어 물 좋은 계곡의 팬션에 올러 온듯한 느낌이 든다. 부담없이 좋은 아침 시간을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백합나무도 박물관 한켠에 자라고 있어 사진을 찍어 왔다. 나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나무이겠지만백합나무는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 시대인 1억 1천만년전부터 존재해서 은행나무와 함께 역사가 엄청 오래된 몇 안되는 수종중에 하나이다. 백합나무는 생장 및 재질이 우수해 목재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고,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백합나무 전도사로 알려진 김동구 백제약품 회장님이 묘목을 몇구루 주어서 고향집에도 심어 놓았는데 이곳에서 보게 되니 더욱 반갑다.
팬션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던 커피박물관에서 나와서, 한적한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에 있는 테라로사(terarosa)라는 커피집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후배가 알려주어서 강릉을 지나칠 때마다 들러서 꼭 차를 마시는 곳인데, 오늘은 일부러 커피박물관과 비교도 해 볼겸해서 동료들과 함께 다시 찾았다. 이곳에서도 원두판매도 하고 있고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커피와 더불어 맛있는 빵과 여러가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커피의 맛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테라로사가 더 좋은 것 같다.
아침 일찍 들렀던 커피박물관과는 달리 우리가 테라로사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늦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우리 일행이 한 테이블에서 함께 커피를 즐길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만큼 테라로사가 많이 알려졌고, 또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몇 몇 테이블에 나눠 앉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커피를 마셨다. 우아하게 차 한잔을 마시고 나서 매장으로 입구에 있는 원두보관 창고가를 비롯해서 이곳에서도 커피 나무도 구경하고, 커피 박물관에서 본 것과 마찬가로도 다양한 로스팅 기구등 각종 커피 관련 물품을 구경했다. 안쪽에 있는 동안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향과 갖 구운 빵의 향기가 정말로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도 학보사 후배인 문상연이의 도움을 얻어 요트체험을 할 수 있었다. 얼마전까지는 강릉에 요트계류장이 없어서 삼척항에 요트를 정박하고 있었는데 강릉 안목항에 요트계류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강릉에서 요트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우리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요트체험 행사를 여러번 가졌는데 이번에도 또 다시 후배를 잘 둔 덕분에 동료들에게 생색도 내고, 나 또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요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 되어 있지는 않지만, 서양에서는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것중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요트를 소유하고 여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람이 조금 강한 편이어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요트는 원래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니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오늘은 후배의 요트를 수리하고 있어서 아는 지인의 요트를 빌려서 우리에게 봉사를 했다. 그렇게까지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리 수리중이라고 말했으면 굳이 요트체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안목항 내항을 벗어나 바다로 나가니 파도가 더 강해진다. 디젤 엔진을 이용한 동력과 풍력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는 요트였는데, 요트를 처음 타고는 불안해서 좌석에만 앉아 있던 일행들이 출항한지 10분도 안되서 바다에 적응하고 요트의 이곳 저곳을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일반 배를 타는 것이나 보트를 타는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여행이다
후배가 또 다른 요트를 한대 더 빌려서 두대의 요트에 일행이 나눠 타는 덕분에 배 전체가 나오는 사진까지 찍을 수 있었다.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후배가 서울에 오면 내가 대접해 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너울성 파도로 인해 일행중에는 아침에 먹은 음식을 확인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개인적인 체력 조건이 다르다보니 세일링이 모두 즐거웠던 것은 아니였던 모양이다. 오래 탈 수도 있었는데 힘들어 하는 일행이 있으니 다른 때에 비해서는 짧은 여정으로 끝내야 했다.
안목항 안쪽으로 들어오니 파도가 잔잔해지면서 호수같은 느낌이 드는데, 방파제가 그만큼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지 실감을 할 수 있었다. 오래 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두시간 가까이 요트를 탔다. 누구는 즐거움에 훌쩍 시간이 지났고, 또 다른 사람은 배멀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듯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요트는 밖으로 보이는 배의 크기보다도 훨씬 깊은 무게중심 추가 배 아랫쪽에 있어 얕은 바닷가에는 정박할 수가 없다. 배 밑바닥에 배 흔들림을 줄여주고 선체가 옆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추가 있어 요트 항구는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내 편한대로 생각이지만, 오늘 세일링 체험 역시 힘들어했던 후배 한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만족했으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바다에서 항해하는 여객선이나 낚시배 등를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항해를 마치고 요트계류장에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는 것으로 오늘의 행사를 마쳤다. 요트에서 힘들어 했던 후배 역시 육지에 도착하니 다시 쌩쌩해진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평소에 운동을 조금씩해서 체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트체험을 하고 나서 안목항에서 멀지 않는 막국수집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후배가 추천한 식당이었는데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근 10년간 다닌 단골집으로 메밀전문점이었다. 후배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제대로 된 식당을 찾아올 수 없었을텐데 외관은 허름했어도 어려가지 면에서 참 괜찮은 식당이었다. 메밀막국수와 메밀전, 수육과 메밀동동주까지, 메밀 일색의 메뉴이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메밀국수와 메밀전 중에 최고의 맛이라고 할 정도였다. 다음에 강릉을 찾아 온다면 꼭 다시 한번 찾아와도 될 음식점인데, 그때도 오늘의 맛이 변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짧은 1박 2일간 동료들과 함께 삼척, 속초, 강릉에 이르기까지 좋은 추억을 남기고 이번 여정을 마치게 되었다. 여행은 항상 함께 한 사람들과 친밀감과 유대감을 돈독하게 만들어주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당분간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늘의 여행을 추억해 보는 것만을도 한동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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