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마장이 일년에 한번 혹서기인 8월 4-5일 휴장을 하는데, 휴장하는 시기에 맟주어 경마공원 경주로에서는 말 대신 사람이 참여하는 '야간 경주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과천 경마장의 경주로는 안전을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나 일년에 단 한번 오늘 대회 참가자들에게 개방하였고, 경주로를 1바퀴(1.8㎞) 달리는 여자 부문과 2바퀴(3.6㎞)를 달리는 남자부문으로 나뉘어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런 대회가 개최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같은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종우선배가 나들이 삼아 한번 가보자고 해서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평소 경마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과천 경마장에는 지난 2006년에 두아들과 함께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인 토고와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딱 한번 와 보았을 뿐이다. 그 때는 온통 붉은 티셔스의 물결이었는데 오늘 와보니 과천 경마장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오늘 행사때문에 가족 단위로 소풍삼아서 온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나는 이번 행사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마사회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홍보를 했었고,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사람이 많았다. 한여름 밤, 가족이 소풍 나오기에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보고 저녁 8시가 다 되어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행사장에서 잘 알고 지내던 몇 몇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경마장 경주로에는 모래가 깔려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단순히 경마장에서 말들이 달리는 것만 보았을 때에는 이렇게 모래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이 달리려면 말도 체력소모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바닷가 백사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의 모래밭이었다. 처음에는 운동화를 신고 달릴까 생각을 했었는데, 운동화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도 귀찮을 듯하고, 이정도의 모래밭이라면 맨발로 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과감히 맨발로 달려 보기로 했다. 3.2km밖에 되지 않으니...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중에 달리는 대회인지라 저녁 8시가 넘어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았다. 오늘 한낮에는 영상 37도가 넘었었는데 밤에도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어짜피 더운줄 알고 참석했고, 그 또한 추억의 하나로 생각하고 와서 큰 문제가 없다. 오늘 대회에서 남녀 부문별 3등까지 기념품과 상금을 수여한다고 했지만 기록욕심으로 온 것이 아니어서 즐겁게 달리기로 했다. 다만 추첨을 통해 3D TV와 고급텐트, 티셔츠 등 다양한 경품도 준다고 하기에 내심 참가자가 500명밖에 되지 않으니 한번 기대를 해 보았다. 결과는 당연히 꽝이였지만...
푹신한 느낌의 모래밭을 달리는 것이 생각보다는 힘이 들었다. 그래도 달리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한바퀴를 열심히 달리고 나니 힘도 들고 땀도 엄청나게 흘려서 이제부터는 즐기자라는 모드로 바뀌어 천천히 달렸다. 앞서간 사람이 발자국을 밟고 달리는 것이 모래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뛰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도 오늘 달려 보면서 느꼈다. 오늘 대회는 참가비도 없는 대회여서 마사회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개최한 대회임을 알 수 있었다.
언제 이처럼 500여명의 주자들을 위해서 수많은 조명까지 비춰 줄 수 있을까? 대회 주최측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평소 마라톤으로 건강관리를 해오던 동호인들이 여름밤의 특별한 추억을 가기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말 몇마리가 달린 것보다 훨씬 더 경마장 모래밭을 어지럽혀 놓아서 다시 정리하려면 꽤나 수고를 할 것 같았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기념품도 나눠주고, 또 경마공원에서 동료들과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여유도 부리고 여름밤을 보냈다.
나중에 알아보니 경마장의 경주로는 통상 잔디 주로와 모래 주로로 나뉘눈데, 유럽에서는 주로 잔디주로를 미국과 일본에서는 모래주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경마공원의 주로도 모래 주로로, 맨 밑바닥 자갈과 마사토 위에 8cm 두께의 모래로 덮여 있다고 한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경주마가 부상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양질의 모래를 조달해 쿠션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백사장을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한여름 밤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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