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혹서기 마라톤 (2012.8.12)

남녘하늘 2014. 6. 1. 20:05

 

 모처럼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정식으로 대회에 신청해서 달린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가 대회 신청을 해 놓았는데 뛸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해서 배번을 주면서 한번 뛰어 보라고 해서 참가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배번으로 뛰어야 할지 말지를 많이 고민하다가 풀코스 전체를 뛰지 않고 적당히 몸이 가는 만큼안 뛰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서울마라톤 클럽에서 주최하는 혹서기마라톤 대회는 인기가 좋아서 참가신청을 하면 몇 시간만에 참가 신청이 마감이 되는 대회다. 올해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역시 일찌감치 마감되었다고 한다. 나는 너무 더운날 몸에 무리를 해 가면서 뛰고 싶지 않아서 지난 2009년도를 끝으로 혹서기 대회에 5번 참가하고나서 이제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서기 마라톤대회가 다가모연, 무더운 삼복더위에 열리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참가를 할지 말지 항상 고민하고 한다. 올해 혹서기 마라톤 개최날짜는 광복절보다 몇 일 앞선 12일날 열리게 되었다. 3년만에 참석한 혹서기 대회는 이른 아침부터 벌써 많은 참가자들이 붐빈다. 이른 아침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앞에 오니 벌써 도착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이번에도 배번을 미리 발송해 주지 않아 대회장에서 배번을 수령했다.

 

 서울마라톤 클럽의 스텝들을 거의 다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배번을 수령하려니 얼굴이 뜨겁다. 내가 뛰지 않는 것처럼 하고 후배의 배번을 수령했다.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에서 함께 참가한 선배들과 함께. 오늘 내 배번은 검푸마라톤 클럽의 후배인 정일영씨의 배번이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출발할 때까지 다른 사람 명의의 배번도 달지 못하고 있었다. 혹서기 마라톤대회의 배번은 번호보다도 이름을 훨씬 크게 제작해서 멀리서 봐도 주자의 이름을 알아보기 쉽게 해 놓았다. 그래서 나같은 대리 참가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뛰면서 이름이 바뀌었냐고 물어보면 변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발에 앞서 서울대공원 정문 지나서 있는 공터에서 준비운동을 한다. 1천여명의 주자들이 모여 있으니 그 숫자도 대단하다. 아침부터 후덥지근한 이런 삼복더위에 풀코스를 뛰겠다고 모여 있으니 대단하다. 나도 3년전까지는 그 대열에 있었으니 대단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풀코스를 뛸 생각이 아니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부담없이 출발 준비를 했다.   

 

 

 

 

 

 내 이름으로 된 배번을 달고 뛰는 것이 아니어서 부담도 없고, 정신자세도 널널하다. 마라톤을 하면서 여러번 느끼는 것이지만 마라톤은 굉장한 정신력이 작용하는 운동이다. 시작할 때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완주에 대한 굳은 결심으로 대회에 임하면 그 목표가 달성되어지지만, 대충 헤이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결과 완주할 수가 없는 운동이다. 1천명이 넘는 주자들이 다들 완주에 대한 생각으로 출발선에 서 있지만 나는 널널한 생각으로 사진도 찍어 가면서 대략 하프정도의 달릴 계획이었다.  

 

 

 

 

 혹서기 마라톤 코스를 코끼리 열차가 다니는 서울대공원의 도로를 2회전하고 나서 동물원으로 들어와 동물원을 두바퀴 달리고나서 동물원 외곽 산림욕장을 언덕길을 5회전 왕복해서 달린다. 코스도 몇년째 변함이 없고 서울대공원 외곽코스를 달리느라 대회 참가자를 1천여명 수준에서 제한할 수 밖에 없는 대회다. 처음 출발해서 서울대공원 도로를 달릴 때를 제외하고는 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게 되어 그나마 한여름에 그것도 제일 더운 시기에 달리지만 그래도 뛸만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더워서 땀을 엄청나게 많이 흘렸다. 당초 생각으로는 하프 정도만 달리고 그만 뛸 생각이었는데 뛰다보니 하프보다는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26km 정도를 달려 주었다. 오늘도 대회 주최측에서 풍부한 간식거리를 지원했고,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즐거운 기분으로 달렸다.  땀이 흘러내려 바지를 흠뻑 젖어버리고 그 땀이 양말까지 내려와 운동화까지 땀으로 젖어버렸지만 기분은 엄청 좋았다. 더구나 나는 42.195km를 달려야 하지 않았기에 부담까지도 없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대회 시작 3시간이 넘을 무렵부터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비가 조금 내리니 체온을 낮춰 주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주로가 미끄러워지고, 신발 안쪽으로 빗물이 튀면서 모래나 흙이 들어오는 등 구질구질한 달리기가 된다. 달리는 사람이야 그냥 비를 맞으면 되지만 대회 주최측은 비가 내리면 어려모로 힘들 것이다. 보관해 놓은 짐도 젖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고...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조금 더 달려 주었을지 모르겠는데 비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덜 달린 셈이다.  

 

 

 

 

 비 때문에 달리기를 멈추고 물품을 찾으러 이동할 무렵부터는 비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행이 나는 비를 많이 맞지 않고 달리기를 마쳤지만, 나보다 천천히 달렸거나 풀코스를 달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대회에서 비를 많이 맞았을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이문희선배와 함께 점심이라도 하고 올까 생각했는데 나처럼 풀코스를 모두 달리지 않은 분당검푸 회원들과 함께 분당으로 넘어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주말에 혹서기 대회가 열리는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서 달리기 연습을 잘하고 왔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도 혹서기 대회는 참가할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