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국제평화마라톤대회는 동아마라톤이나 춘천마라톤에 버금갈만큼 많은 달림이들이 참가하는 괜찮은 대회중에 하나이다. 저렴한 참가비에 푸짐한 기념품은 참가비 이상을 돌려받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구나 대회 참가비은 주최측에서 유니세프 같은 단체에 기부를 하게 되니 내 참가비가 좋은 용도로 사용된다는 기분도 들게 만든다. 올해 들어서 5번째 풀코스 대회 참가를 강남 국제평화마라톤 대회로 정했다. 지난 추석연휴에 집안일을 하면서 책상에서 내려오다가 왼쪽 다리의 살이 터지는 부상이 있어 오늘 대회에 참가할지를 고민했었다. 풀코스를 뛰면 부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조선대회와 중앙대회가 한달여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장거리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뛰자고 마음먹고 참가하게 되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조청과 빵 한조각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집에서 나왔다. 분당에 살 때는 그냥 걸어서 역까지 가면 되는에 광교로 이사하고 나서 이제는 차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 구성역에 환승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지하철로 이동한다. 환승 주차장이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주차비를 내지 않는 줄 알았더니 저녁때 오니 주차비를 입금해 달라고 메모를 해 놓았다. 다음부터는 오리사옥에 주차를 해 놓고 가야 할 듯하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삼성동에 도착. 거의 8시가 다 되었다. 오는 동안 정광춘 아우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는데 우선 검푸마라톤클럽 식구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동해서 인사를 나누고 사진 몇장을 찍어주곤 바로 동생을 만나러 간다.
나도 최근에 일이 많아서 달리지를 못했지만 동생도 거의 달리기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동생도 나처럼 춘천마라톤을 앞두고 장거리 연습이라도 할 생각으로 나왔다고 한다. 나도 천천히 6분 페이스로 달릴 터이니 함께 달려 보자고 했더니 동생은 km당 6분으로 달리는 것도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어지간히 연습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일단 함께 갈 수 있는 곳까지 함께 달려 보자고 해 놓았다.
강남마라톤이 적은 비용에 진행을 잘 하는 대회였는데 작년부터 무엇인가 모르지만 조금씩 엇박자가 나는듯한 느낌이다. 작년에 준 티셔스는 입지도 못할 것 같은 옷을 주었는데, 올해 기념품도 그다지 좋다는 느낌은 없다. 더구나 올해는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려는데 이건 완전 엉망이다. 몇 천명이 뛰는 풀코스에 물품보관 텐트는 한곳을 운영하면서 짐을 제대로 배치하지도 못하고 몇 겹으로 쌓아 놓고 있었다. 짐속에 태블릿을 비롯해서 몇가지 중요 물품이 있었는데, 물품 보관소를 보는 순간 이 짐을 맡기고 뛰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를 순간 고민했다. 가방도 마구 던지고 있었는데... 뛰는 내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엄청 고민이 되었다. 주최측은 그대로이지만 담당 공무원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대행하는 회사가 바뀐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출발에 앞서 식전행사가 있었는데, 스트레칭에 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말춤 퍼포먼스를 했다. 물품보관소의 기억을 잊어버리기로 했다. 노래 한곡으로 전세계에 K-Pop의 알리게 된 글로벌 스타 싸이가 요즘 힘들어하는 우리 나라 사람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오늘도 그 노래가사의 중심인 강남 한 복판인 영동대로에서 강남 스타일 노래가 울려퍼지고, 흥겨운 말춤을 추니 기분이 좋았다. 말춤 추는 사진은 내 카메라를 이미 맡겨 놓아서 다른 사람의 사진에서 한장 가지고 왔다.
출발할 때까지는 선선한 날씨를 유지했는데 한낮이 되면 엄청 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오늘 주로는 주로에 그늘이 별로 없는 한강 주로를 뛰게 된다. 많은 참가자에 비해 협소한 주로로 인해 초반 10km 될때까지 엄청나게 힘든 레이스를 펼쳤다. 특히 5km까지는 좁은 주로에 빨리 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 늘어지는 페이스로 인해 갑갑함을 느끼며 달려야 했다. 이런 사정을 주최측에서 알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동생과 함께 천천히 달리자고 했지만 너무 늦어져서 결국 6분 페이스에 맞춰서 속도를 올리면서 사람들을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4km도 가기 전에 하프 선두주자가 도착해서 복잡한 주로가 더욱 복잡해져 버린다. 출발시간을 조금 조정해 주면 좋을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출발하고 나서 2km를 지나니 땀이 나기 시작했는데, 양재천의 한쪽은 그늘이 있었고 탄천으로 들어와서는 500여m만 고가도로의 그늘이 있었을 뿐 전 주로에 그늘이 없어 엄청 힘들 달리기를 했다. 10시가 넘어가면서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해서 물도 많이 마시고 땀도 많이 흘리면서 달리기를 했다. 19km까지는 광춘 아우와 함께 즐겁게 달렸다. 대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고 달리거나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즐거워지는 것이 달리기다. 동생도 연습을 하지 않았던지 15km를 지나면서 힘이 든 표정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19km를 가서는 힘들다고 먼저 가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풀코스를 다 뛸 수 있을 것 갖지 않아서 적당히 뛰라고해 놓고 먼저 달려 나간다.
동생과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나도 힘든 경기를 할지 몰랐다. 31km 3차 반환점을 갈 때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었는데, 3차 반환점 이후 힘이 들기 시작했고, 35km를 지나고 나서는 완전히 에너지와 정신상태가 그로기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번 대회에는 주로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를 하지 않았는지 내가 찍히지 않았는지 주로에서 사진이 한장도 없다. 엉망인 상태에서 찍혔으면 과관이었을텐데...
청명하고 외출 하기에 좋은 가을 날씨 였지만 뛰는 선수들에게 너무 더웠던 날씨였다. 주로에 물이 부족해서 선수들의 불평이 많았고, 나 역시 상당히 고통을 느끼면 달린 대회였다. 뛰다가 걷다가를 수 없이 반복했는데, 마지막에는 35km를 통과할 무렵에는 7km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그 길이 너무나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소위 Sub-3 주자이면서 풀코스를 120번도 넘게 뛰어던 내가 운동 몇 달하지 않았다고 완전히 헤메었다. 물 부족과 더운날씨, 운동부족의 3박자가 맞아서 완전히 퍼져 버렸다. 나중에는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한 아주머니가 있어서 그 아주머니를 따라서 겨우 겨우 결승점까지 왔다.
결승점 도착 시간은 4시간 32분 49초 였다. 정광춘 아우가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몇 장 찍어 준다. 동생은 중간에 포기하고 먼저 들어와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 그늘에 가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경품 추첨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추첨도 보지 않고 물품보관소로 와서 물품을 찾고 설렁한 대회장을 빠져 나온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를 확인하니 역시 급수와 관련해서 자유게시판에 불만의 목소리가 엄청나다. 물을 공급받지 못한 달리미들의 항의성 글이 난무했다. 특히 하프코스 출전 달리미들이 물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애로사항이 많았던 모양이다. 풀코스는 상대적으로 물이 그다지 부족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은데. 10번째 개최된 대회이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했던 대회인데 왜 세심하고 꼼꼼한 대회운영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더워서 동생과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매번 가던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다시 근처에 있는 추어탕집에서 동생과 식사를 했다.
아침 6시부터 대회에 참석한다고 부지런을 떨고, 동생과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하고 헤어진 시간이 오후 5시였으니 오늘 하루도 마라톤으로 완전히 보내 버렸다. 운동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아 힘만 엄청 들었고... 121번째 풀코스 대회를 마쳤다. 오늘 기록은 내가 달린 대회의 기록중 거의 끝에서 몇 번째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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